첫 연애의 교훈

얼마나 달콤한지

by 글몽인

첫 연애가 나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연애가 아닌 '첫 연애'라서 가능했던 것은 누군가에게 나라는 사람이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들여다보면 상대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매력보다 상대가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봐주는 모습에 더 큰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엄마의 말을 빌리면 사랑이란 타인을 통해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이 좋아하는 나라는 사람도 꽤 괜찮은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을 받는 게 연애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듯하다. 연애가 끝나면 그런 존재로 만들어주는 사람이 사라지기에 상실감이 더 켜지는 건 아닐까.


사람은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인 걸까?

상대가 그립다가도 그 사람과 함께한 우리의 시간이 그립고 그때 행복했던 내가 그리웠다. 그리고 웃기게도 마음이 많이 가라앉고 현 상황을 수용하기 시작하고부터는 애인과 내가 맞지 않았던 부분들이 떠올랐다. 어쩌면 상대가 좋은 사람이라기 보단 (객관적으로 좋은 아이기도 했다)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내가 골라서 찾아내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감 렌즈를 착용하여 애인 한정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난 후회 없고 아름다운 첫 연애를 했다. 우리의 추억이 망가지지 않는 선에서 길고 긴 여정이 될 뻔한 롱디도 상대의 용기로 잘 끊어졌고 한 밤의 충격이 커 마음이 너무 따끈거렸지만 일찍 아프고 나니 상처는 덜했다.


울며 끊었던 전화를 마무리하고자 우리는 1주일이 지난 시점에 웃으며 통화를 했다.


"나의 첫 연애 상대가 너라서 참 행운이었어. 나에게 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거야. 먼저 끝을 말해줘서 고마워.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고 내가 좋아했던 너의 그 씩씩함을 유지했으면 해. 친구로 자주 안부를 묻자. 언젠간 꼭 다시 만나자! 안녕!"


표면상 헤어진 연인이지만, 우린 여전히 서로가 좋아하는 농담을 하며 30분 넘게 통화를 했다. 나는 상대를 통해 프랑스어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상대는 나의 취미를 따라 책을 읽기 시작했다. 우린 서로에게 좋은 motivation이 되어준 건강한 관계로 남았다.


산울림의 '시간'이라는 노래의 가사는 이렇다.

아침에 일어나 틀니를 들고
잠시 어떤 게 아래쪽인지 머뭇거리는 나이가 되면
그때 가서야 알게 될 거야
슬픈 일이지
사랑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
얼마나 달콤한지
그게 얼마나 달콤한지
얼마나 달콤한지
그걸 알게 될 거야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는 우리의 상황 때문에, 그리고 헤어짐으로 인한 슬픔으로 가득했던 지금의 눈물이 나이가 들어 감정이 메말라 가는 시점에서 돌아보면 얼마나 달콤한 눈물이었는지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지금 우리 나이 때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감정으로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첫 연애가 끝이 났다! 문득문득 찾아오는 추억에 가슴이 으악! 놀래기도 하지만 또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내년부터 프랑스어 학원을 등록할 예정이다. 프랑스인과의 연애는 끝이 났지만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은 상대를 통해 시작되었으니. 어쩌면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기 위해 나타난 전 애인이었나?


브런치 북을 다시 묶어야겠다. 첫 연애담 ing에서 첫 연애담 end로! 대신 친구는 ing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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