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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Mar 07. 2022

아무것도 하지 않아?

천천히 고찰

일부로 시간을 내서 산책을 할 때도 있지만 평균 30분 거리는 주로 걸어 다닌다.

걷는 행위를 그냥 좋아하기도 하고 산책을 하면 부산스러운 생각이 조금 정리된다.


사람은 아니 나는 참 이상하다.

회사에 갇혀 있을 때는 모든 시간이 아깝고 자유만 허락한다면 정말 내 삶을 요긴하게 잘 살아낼 것 같은데 막상 뭘 해도 되고 어떤 걸 해도 괜찮은 시간이 허락되니 매일매일 머릿속이 복잡하다.


무언가를 해야 해.. 무언갈... 아무것도 안 하는 듯한 그 느낌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 것 같다. 소설가가 아니었을 때에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자괴감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제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에도 뭔가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의 발목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무언가 한다는 것'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의 차이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결과만 조금 다를 뿐이다. 사람들은 결과만 바라보기 때문에 그런 차이가 생기는 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걱정은 할 필요 없다.

-소설가 김중혁 "무엇이든 쓰게 된다"

아침에 읽은 책에서 나온 구절이다.

사실 매일 일어나서 씻고 밥 먹고 산책하고, 무언가를 계속하고는 있는데 '생산적인' 결과가 없으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걱정이 드는 것이다.


오늘 잠깐 만난 친구는 로스쿨에 입학을 하였는데 매일매일 '공부를 해야 하는데.. 나만 너무 부족한데..'라는 조급함에 휩싸여서 마음이 힘들다고 했다.

울타리가 없어서 조급해하는 나도, 울타리 안에서 경쟁으로 조급해하는 친구도 우리 모두 조급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삶이란 디폴트로 조급과 불안을 가지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어떻게 인내하여 받아들이고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는가는 나의 몫인걸.


다짐은 모래로 쌓은 성처럼 너무나 잘 무너진다.

그래도 또 다짐한다.


천천히, 네가 하고 싶은 걸 천천히 즐겨보자.


그리고 생각이 많은 부산스러운 밤들이 하나하나 모여 나를 만들고 내일을 만드는 거니깐.

걱정이 많을 땐 그냥 받아들이고 끄덕이자.


철학을 공부하면서 배웠잖니,

삶이란 생산적이려고, 쓸모 있으려고 존재하는 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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