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과에 관한 고찰
* 공적인 공간, 개인적인 공간 모든 곳에서 '정치' 이야기는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의견을 나눠야지 개선이 있고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아침이 밝았고 대선 결과가 나왔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가 되었든 '새로운' 대통령은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갈 것이니 '새로운' 대한민국이 곧 시작될 것이라 생각했다.
1%가 안 되는 역대 대선 최고 접전이라고 했다. 내가 지지하지 않았던 후보가 다음 대통령이 되었다.
한 시간 가량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앞이 캄캄하여 윤후보가 내놓았던 정책을 다시금 찬찬히 읽어보았다.
역시 나와 결이 맞지 않았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국민으로서는 따라야 하는 게 바로 선거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혐오의 정치가 정책이 되는 이번 선거는 정말 절망적이었다.
'더 나은, 더 발전하는 대한민국이 됩시다!'가 아닌 특정 성별, 특정 대상을 타겟잡는 정치 운동과 이에 열광하는 분위기는 조금 무서웠다.
마치 소외계층을 대놓고 혐오하는 트럼프와 열광하는 그의 지지자가 생각나기도 했다.
여러분 혐오를 지지해주지 마세요.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 누군가를 증오하는 것, 누군가를 벌 주겠다고 하는 사람 지지하지 마세요. 그건 우리의 행복이 아닙니다. - 영화감독 변영주
하루 종일 약간의 절망과 허탈함 그리고 아주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오고 있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머리를 한 대 맞는듯한 칼럼을 보았다.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지지한 이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세상이 갑자기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지지하지 않은 이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세상이 갑자기 나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알고 있다. 나와 같은 후보를 지지한 이들이 모두 착하고 선한 이들이 아니듯이, 내가 지지하지 않은 후보를 선택한 이들이 모두 악하고 나쁜 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신과 천사와 악마의 신계가 아니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오밀조밀 모여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는 인간계임을 기억하기. - 한국일보 김경미 칼럼
출처 : 투표를 끝낸 내가 해야 할 일 (hankookilbo.com)
혐오 정치를 싫어한다면서 혐오로 가득 차 있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모두가 각자 자신에게 더 필요하고 더 절실한 문제를 해결해줄 누군가를 뽑는 거겠지, 그건 다 다를 수밖에 없고, 이렇게 다른 이들이 모여서 사는 것이 공동체이고 지금 우리 사회인 거겠지.
오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 중인 [칸딘스키, 말레비치&러시아 아방가르드 : 혁명의 예술전]을 관람하고 왔다. 스칼린 정권에 저항하던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혁신적인 작품들이었다.
이들은 당시 퇴폐 미술로 낙인찍혀 정권에 의해 작품 활동이 끊기고 예술 활동을 못하던 사회에 살았다.
물론 종전을 원하는 자국민에게도 폭력을 휘두르는 현시대의 러시아는 별반 다르지 않아 더 암담해 보이지만..
아무리 새로운 대한민국이 된다 해도 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바뀌지 않는다.
전시에서 본 예술가들이 살았던 사회처럼 독재와 개개인의 의견 묵살은 불가능하다.
혐오보단 민주주의 국민의 책무인 '감시'로 다음 정권의 행보를 바라보아야겠다.
그래도 하나 긍정적인 점은 우리 모두 정치에 관심을 끊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말 많고 뒤집히고 난리가 나도 다 관심이 있고 의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도 무력함 대신 공부를 택하기로 마음먹었다. 공부하자, 나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