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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Jan 28. 2021

교육과정 패러다임의 전환

교육과정거버넌스로서의 지역교육과정

교육자치와 학교자율화의 첫걸음을 내딛다     


올해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1991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교육자치가 30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교육자치는 교육행정의 지방분권을 통해 지역 주민의 교육에 대한 참여를 보장·확대하고, 지역의 상황과 특성에 적합한 특별한 교육을 구현함으로써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교육제도이다.1) 


교육자치 강화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지난 2017년 8월 28일 혁신학교인 서울 삼각산고등학교에서 열린 제1회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교육자치 및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교육자치와 학교자율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2) 


[그림 1] 교육자치 및 학교자율화 로드맵


2019년 2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정책토론회 <대한민국 새로운 교육 100년과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은 “정권차원을 넘어서 시민사회와 교육자치의 바탕 위에 협력과 협치를 통해 미래교육체제를 구현”하겠다고 선언하였으며,3) 같은 해 8월 7일 교원대학교에서 발표된 <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교육주체 공동선언>에서 풀뿌리 교육주체를 위시한 선언자들은 교육자치를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힘”이며 “학생들이 학교에서 삶으로서의 민주주의를 배워 이 땅의 진정한 주인으로 성장하게 할 자양분”이라고 규정하였다.4)

  

아쉽게도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21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계속 통과만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교육자치와 학교자율화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포럼도 그러한 기조 위에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교육자치의 핵심교육과정 거버넌스

     

교육에 관한 의사결정의 주체와 교육 운영 방식의 변화를 동시에 의미하는 교육자치의 핵심 키워드는 거버넌스governance이다.5) 거버넌스란 일반적으로 “과거의 일방적인 정부 주도적 경향에서 벗어나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 등 다양한 행위자가 공동의 관심사에 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국정운영의 방식”을 의미한다. 

  

교육에서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는 학교교육과 관련된 의사 결정에서 교사, 학생과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의 요구가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관료주의적 제도에 대한 비판과 그 해소 방안에 대한 탐색6)의 논리적 귀결이다. 이후 혁신학교로 대표되는 학교자율운영의 경험과 혁신교육지구로 상징되는 마을교육공동체의 경험을 통해 교육에서의 거버넌스가 싹을 틔우고 있다.


그런데‘누가, 무엇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집약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교육자치와 연결할 때 가장 핵심이 되는 분야가 바로 교육과정 거버넌스이다. 왜냐하면 교육자치란 결국 ‘누가,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의 문제이며, 그것의 중심에 국가-지역-학교 수준 교육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과정 거버넌스란 국가 수준, 지역 수준, 학교 수준에서의 권한의 위임과 분배에 따른 교육과정 정책 결정 구조 및 교육과정 운영 체제를 말한다. 또한 학교자치 실현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평가하는 데 있어 전개되는 교육 활동과 관련된 의사결정 전 과정을 포함한다.7) 교육과정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는 1992년 고시된 제6차 교육과정에서 교육과정 결정의 분권화를 도입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교육과정 거버넌스는 [그림 2]와 같이 공식적, 제도적 측면과 비공식적, 문화적 측면을 포함한다.8) 


[그림 2] 교육과정거버넌스의 범위


[표 1]은 국가교육과정의 대략적인 개정 절차를 보여준다. 교육과정 개정 기본계획 수립부터 교육과정 확정 고시에 이르기까지 개정 절차에 현장 교사의 참여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교육과정 개정을 누가 그리고 왜 추진하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또한 개정의 기본방향을 설정하는 단계에서는 오로지 교육부 관료와 소수의 전문가 집단이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학교 현장의 교육과정 운영 경험이나 지역사회의 요구는 개정 교육과정에 거의 반영되지 않거나 반영되더라도 매우 부수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표 1] 국가교육과정 개정 절차


교육과정 거버넌스의 재편 방향     


이는 국가교육과정 연구・개발・고시 체제 재구조화로 일컬어지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 거버넌스 개편 노력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교육부의 권한 이양이나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의 권한이 시도교육청으로 이양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 이것은 교육자치가 아니라 교육청 자치일 뿐이다.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으로 권한이 이양된다 하더라도 기존의 관료적 행정체계가 변하지 않는다면 학교 입장에서는 아무런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교육부에서 내려오던 고시와 지침이 교육청 명의로 바뀐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오히려 여전히 남아 있을 교육부의 역할과 보다 강화될 교육청의 역할 사이에서 학교는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학교가 ‘자율적 교실혁명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거버넌스의 입체적 재편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교육과정 거버넌스의 최종 목적은 학교 교육과정 내실화를 위한 지원이며, 학교와 지역사회, 학교와 학교 간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9) 국가 수준 및 시·도교육청 수준의 교육과정 재편을 바탕으로 교사와 학생이 학교 교육과정의 설계, 즉 교육과정맥락화의 주체가 될 때 비로소 진정한 교육자치가 실현될 수 있다. 교사 교육과정의 맥락화 구조는 [표 2]와 같다.10)


[표 2] 교사 교육과정 맥락화 구조


교사 교육과정 맥락화 구조는 3가지 차원으로 구성된다. 먼저 하부 구조를 이루는 집단 지성 공간은 교사학습공동체의 역할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이 단계에서는 학교 전체 교육 계획 속에서 교육과정의 책무를 확인하고 해석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또한 교육의 시장화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집단들을 포용하는 공동의 리더십을 창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개인 역량 공간은 교사 각자의 성찰과 해석의 단계로 각자의 교육 활동에 실천의 지식들을 풀어놓는 단계이다. 여기서 교사는 실천의 쟁점들을 규명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의 학생들과 교실과 학교를 연구하고, 교육과정을 구성 및 재구성하고, 교실과 학교 및 사회 혁신을 위해 개인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집단 지성 공간과 개인 역량 공간은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배움과 삶은 분리되어 있지 않으므로 학교 공동체는 삶 속에서 배움을 창출하고 배움을 통해 삶을 변혁해나가야 한다. 결국 교사 교육과정 맥락화 구조 전체가 교사의 집단적 전문성과 자율성이 발현되어야 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관료적 행정체계라는 것이 국가와 시·도교육청에만 해당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학교장의 민주적 리더십과 학교 구성원 전체의 민주적 참여, 즉 학교민주주의의 수준은 학교교육과정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적 요소이다.

  

이러한 방향 속에서 시·도교육청은 학교와 상시적 상호 연결 관계를 유지하면서 학교 교육과정 지원을 위한 모니터링, 현장의 요구 수렴과 지원을 위한 연수, 학교 간/학교- 지역사회 간 협력체제 구축, 다양한 실천 사례와 교육자료 공유 시스템 구축 등 교육과정 거버넌스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교교육과정 다시 보기     


대한민국의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와 같은 교육이념과 목적 속에서 학교는 학생들이 자주적인 사람, 창의적인 사람, 교양 있는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학교 내부의 자원과 학교가 자리잡고 있는 지역사회의 자원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을 길러주는 공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림 3] 교육과정의 패러다임 전환


주지하다시피 2015 개정교육과정은 ‘역량교육’을 표방하고 있는바, “역량 교육은 역량의 목록을 통해서 교육의 목적과 목표를 재설정하고 이에 따라 교육내용이나 학습경험을 재조정하고자 하는 교육적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11)  따라서 역량교육이라는 것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것이 구현되는 공간, 즉 학교에 대한 신뢰와 권한의 부여 그리고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무엇보다 [그림 3]과 같은 교육과정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정 체계를 다시 그려보면 [그림 4]와 같다.        


[그림 4]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과정 체계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핵심역량은 국가교육과정의 범주, 즉 교과, 창의적 체험활동, 범교과 학습 주제 교육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가? 핵심역량이 추상적 진술에 그치지 않고 학교교육과정에 스며들기 위해서는 어떤 보완이 필요한가? 

  

둘째,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교과의 내용과 시수는 학생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였으며, 교육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합한가? 그 근거는 무엇인가? 

  

셋째, 창의적 체험활동 및 범교과 학습 주제 교육이 학생의 관심사와 학교의 여건에 따라 창의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법령 등에 의한 각종 의무(필수) 교육을 이수하는 시간으로 전락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넷째, 이를 통틀어서 국가 교육과정을 대강화하고 학교 교육과정에 여백을 주겠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가? 이런 질문에 대하여 국가와 시·도교육청은 학교에 명확한 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지역교육과정과 교육과정 거버넌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교육자치와 학교의 전문적 자율성 확대라는 흐름 속에서 교육과정 분권에 따른 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 거버넌스 구축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책연구를 추진하고 학교와 교육청을 아우르는 기초연구단 회의를 운영하면서 제기되었던 문제는 크게 세 가지였다.   

   

∙ ‘서울교육과정’이란 무엇인가? 

∙ ‘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 거버넌스’란 무엇인가? 

∙ ‘서울교육과정’과 ‘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 거버넌스’가 왜 필요한가?      


이와 함께 아래와 같은 사항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동의가 이루어졌다.     


∙ 국가교육과정의 대강화와 교육과정 분권을 준비하는 것은 필요하다.

∙ 국가교육과정의 수립-운영-평가 전 과정에 교육주체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 서울교육과정이 국가교육과정을 대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 궁극적으로 학교가 자율적으로 학교교육과정을 수립-운영-평가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제도적 지원을 준비해야 한다. 

∙ 교육청의 권한을 분산하고 교육과정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서울교육과정’이란 무엇인가? 과연 그 실체가 존재하는가? 실체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서울형’이라 이름 붙인 모든 것들이 ‘서울교육과정’에 포함된다고 말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서울형 혁신학교,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서울형) 자유학년제, 서울형 고교학점제, 서울형 메이커교육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서울교육과정’이라는 연결고리 속에서 총체적으로 결합되지 않고 부서별 사업 형태로 존재하는 데 있다. 이러다보니 교육과정 기획의 주체는 교육청이고 학교는 단지 교육과정 실행의 대상자로 전락한다. 이러한 체제는 변수도 많다. 교육감의 의지, 사업부서의 의지, 담당자의 의지에 따라 유동적이기 때문에 학교는 지속성 있게 학교교육과정을 운영해 나갈 수 없다. 학교의 피로감은 예측하기 힘든 잦은 변화에서 온다. 스스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상황에서 학교의 자율성과 열정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반적으로 서울시교육청의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 및 평가의 제반 단계는 교육과정 계획의 수립, 조직화, 개발과 후속지원,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 평가, 시정조치의 6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12)


[그림 5] 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 및 평가의 제반 단계


이때 ‘서울교육과정’은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첫째, 서울교육과정 계획 수립에 따라 개발되고 조직화된 교육과정이 ‘서울교육과정’이다. 이때 ‘서울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교육과정 거번넌스’이며, 그 결과물은 일종의 마그나카르타(대헌장)가 될 것이다. 즉, 교육청에서 학교로 하달되는‘지침’에서 모든 학교가 참여하는 ‘협정서’로서의 전환이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과 결과물 모두가 ‘서울교육과정’인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평가에 대한 부분이다. 학교평가, 교육과정평가, 학업성취도평가로 이루어지는 평가 부분에서 가장 도외시된 부분은 교육과정평가였다. 그 이유는 서울교육과정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서울교육과정편성·운영지침만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지침을 제대로 지켰는지에 대한 점검만 중요할 뿐 학교에서 운영되는 다양한 교육과정은 사업으로 이름이 바뀌어 교육청의 성과로 바뀌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사업평가만 있을 뿐 교육과정 평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협정의 이행 점검으로서의 교육과정평가       

  

따라서 교육과정 평가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가 주체가 되고 ‘서울교육과정’에 대한 계획과 실천전략을 수립한 시·도교육청이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과정 평가의 성격은 사용자 평가라기보다는 협정의 이행 점검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각급 학교들은 단순히 시·도교육청에 의해 만들어진 지역교육과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주체가 되어 함께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 6] 평가의 선순환구조


이렇게 함으로써 평가의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 학교평가가 근본적으로 학생을 평가주체로 하고 학교를 평가대상으로 한다면 앞에서 언급했듯이 교육과정평가는 학교를 평가주체로 하고 교육청을 평가대상으로 한다. 마지막으로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이 평가대상이 되고 평가주체는 교육청이 된다. 이처럼 평가의 선순환구조를 이룸으로써 지역교육과정의 자율성과 책무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모두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누군가 선도적으로 어떤 표준을 만들고 이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을 넣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결국은 대다수의 무관심과 극소수의 자기 이익 관철이라는 폐단이 나타났다. 이는 상호 불신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거버넌스의 필수요소는 모두가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공동체의 신뢰에 있다. 자율성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과 ‘스스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가능하다. 소수의 전문가가 결정하여 밑으로 하달하는 ‘지침’에서 교육공동체가 함께 다듬어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는 ‘협정’으로의 변화는 학교의 교육과정에 대한 전문적 자율성의 필요조건이며 교육과정 거버넌스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을 대신하여      


미래교육은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일이다. 아이들을 똑같은 출발선에 세우는 것은 답이 아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해주는 것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은 서로 손을 잡고 동그란 원을 만드는 일이 되어야 한다. 출발을 시키고, 채찍을 휘두르고, 기준선에 도달하는 순서대로 서열화하는 일을 벗어 던지고 미지의 시간과 공간으로 함께 모험을 떠나자고 권유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게임의 규칙을 바꾼 경험을 지니고 있다. 혁신학교를 세웠고,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였으며,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십 년 전 만 해도 꿈도 꾸지 못했던 일들이다.


[그림 7] 어떻게 학교민주주의와 교육 공공성이 만나게 할 것인가?


학생인권조례, 무상급식, 혁신학교를 학교민주주의의 의·식·주에 비유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분명한 것은 이것이 기존의 학교문법을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차이에 대해 관용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점증하는 현대사회에서 혐오와 불평등의 함정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다. 관료적 통제에 기반한 국가수준의 규제와 지침은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침해할 수 있다. 반면에 사익추구를 은폐한 지역사회의 간섭과 민원은 교육의 중립성을 위협할 수 있다. 교육과정 거버넌스를 형성한다는 것은 관료적 통제에 기반한 규제와 지침을 학교민주주의에 기반한 자기규율(discipline)로 극복함과 동시에 사익추구를 위한 간섭과 민원을 공공성에 기반한 자유재량(discretion)으로 승화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일에 교육공동체 모두가 힘을 모았으면 한다.  


        

참고문헌     


교육부(2017). 교육자치와 학교자율화를 위한 첫걸음 내딛다. 교육부 보도자료.

이승미(2018). 교육 자치 강화에 따른 교육과정 거버넌스의 변화 방향 탐색.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황현정(2018). 학교 자치 실현을 위한 지역 교육과정 구성 방안. 경기도교육연구원.

김용(2019). 학교자율운영 2.0 학교개혁의 전개와 전망. 서울: 살림터.

국회교육희망포럼, 국가교육회의, 교육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2019). 3.1 운동 100주년 맞이 새로운 백 년을 준비하는 미래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계 공동선언.  

2019 대한민국 교육자치 콘퍼런스와 함께하는 풀뿌리 교육주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국가교육회의, 혁신교육지방정부협의회(2019). 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교육주체 공동선언.

한혜정(2020). 역량 중심 교육과정의 의미와 특징, 그에 따른 교과 교육과정 설계 방향. 2020 국가교육과정포럼 역량기반 교과교육과정 포럼(1차).

조호제(2021). 학교자치 성공의 조건은 교육과정 자율화. 한국교육신문.

박창언(2021). 교육과정 분권에 따른 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 거버넌스 구축 방안 연구. 서울시교육청.


이 글은 2020 국가교육과정포럼 지역교육과정포럼(3차)에서 발표한 원고입니다. 


2020 국가교육과정포럼 지역교육과정포럼(3차)


‘서울교육과정’은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첫째, 서울교육과정 계획 수립에 따라 개발되고 조직화된 교육과정이 서울교육과정이다. 이때 서울교육과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교육과정 거번넌스’이며, 그 결과물은 일종의 '마그나카르타(대헌장)'가 될 것이다. 즉, 교육청에서 학교로 하달되는‘지침’에서 모든 학교가 참여하는 ‘협정’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과 결과물 모두가 ‘서울교육과정’인 것이다. 



 1) 조호제(2021). 학교자치 성공의 조건은 교육과정 자율화. 한국교육신문.


 2) 교육부(2017). 교육자치와 학교자율화를 위한 첫걸음 내딛다. 교육부 보도자료.


3) <3.1 운동 100주년 맞이 새로운 백 년을 준비하는 미래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계 공동 선언>에 참여한 기관 및 단체는 다음과 같다: 국회교육희망포럼, 국가교육회의, 교육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4) <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교육주체 공동선언>에 참여한 선언자들은 다음과 같다: 2019 대한민국 교육자치 콘퍼런스와 함께하는 풀뿌리 교육주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국가교육회의, 혁신교육지방정부협의회, 교육부.


5) 김용(2019). 학교자율운영 2.0 학교개혁의 전개와 전망. 서울: 살림터. 김용은 이 책에서 이와 같은 개혁방식을 일컬어 ‘권한 이양 개혁’이라 지칭하고 있다. 교육자치선언의 핵심 키워드 역시 정부로부터 교직원·학생·학부모·지역주민으로의 ‘권한 이양’임을 기억한다면 교육자치=권한이양=거버넌스라는 관계가 성립함을 알 수 있다. 


6) 이승미(2018). 교육 자치 강화에 따른 교육과정 거버넌스의 변화 방향 탐색. 한국교육과정평가원.


7) 황현정(2018). 학교 자치 실현을 위한 지역 교육과정 구성 방안. 경기도교육연구원. 


8) 이승미(2018). 같은 책. 


9) 황현정(2018). 앞의 책.


10) 황현정(2018). 앞의 책.


11) 황규호(2017). 일반역량 교육 논의의 쟁점 분석. 교육과정연구, 20(3), 1~22. 한혜정(2020). 역량 중심 교육과정의 의미와 특징, 그에 따른 교과 교육과정 설계 방향. 2020 국가교육과정포럼 역량기반 교과교육과정 포럼(1차)에서 재인용. 


12) 박창언(2021). 교육과정 분권에 따른 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 거버넌스 구축 방안 연구.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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