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학습공동체: 교사 전문성의 새로운 지평
정용주(2019)는 2011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 교사들에 대한 신뢰와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 진보적인 교육정책들이 학교현장에서 어떻게 거부되었는가에 대하여 당시 현장교사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보여준 바 있다. 정용주는 (반어적으로) 「'프로' 지식 관료가 평가하는 '아마추어' 진보 교육감의 일 년」이라는 글에서 곽노현 교육감의 ‘여섯 가지 착각’을 지적하고 있다.
착각 1 : 모든 교사들이 담임 평가권과 학급별 수시 평가를 원한다고 생각했다
착각 2 : 모든 교사들이 학급 단위의 의미 있는 수학 여행을 희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착각 3 : 교사들이 학습 부진 학생은 수업 중에 더 많은 배려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믿었다
착각 4 : 모든 교사들이 참여 민주주의를 지지한다고 생각했다
착각 5 : 모든 교사들이 잡무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못 한다고 생각했다
착각 6 : 교사를 관료가 아니라 수업의 전문가라고 착각했다
우리는 흔히 교사는 관료 집단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관료를 생각할 때 교장, 교감, 행정 직원, 그리고 학생들을 버리고 승진의 길로 들어선 부장 교사들만 떠올린다. 이러한 구분법은 교사는 관료제의 외부에 존재하며 매우 자발적이고 자율적이며 전문적인 존재라는 일반적인 생각을 반영한다. 그러나 교사는 매우 정교한 관료제 시스템을 지탱하는 '특별한 관료'이다.
- 정용주, <교육학의 가장자리> 46~47쪽
이 글은 10년 전, 그러니까 2011년의 상황 속에서 작성됐다. 지금 우리는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을까? 과연 우리는 이러한 지적에 대하여 어떻게 반론을 펼칠 수가 있을까?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어떤 교사들은 학교에 자율성을 달라고 했지만 어떤 교사들은 명확한 지침을 달라고 했다. 교사의 정체성은 다중적이다. 정용주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교사들은 수업의 전문가인 교사로 임용되었지만 공무원이라는 교육 관료로서 삶을 살아가길 강제당하고 있"으며 "결국 우리의 싸움은 권위주의에 길들여진 교사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글을 통해 ‘교사의 조건’에 대해 탐색해보고자 한다.
올해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1991년을 기준으로 교육자치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교육자치는 교육행정의 지방분권을 통해 지역 주민의 교육에 대한 참여를 보장·확대하고, 지역의 상황과 특성에 적합한 특별한 교육을 구현함으로써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교육제도이다. 교육자치 강화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지난 2017년 8월 28일 혁신학교인 서울 삼각산고등학교에서 열린 제1회 교육자치정책협의회에서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교육자치 및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교육자치와 학교자율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2019년 2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정책토론회 <대한민국 새로운 교육 100년과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은 “정권차원을 넘어서 시민사회와 교육자치의 바탕 위에 협력과 협치를 통해 미래교육체제를 구현”하겠다고 선언하였다.2) 또한 2019년 8월 7일 발표된 <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교육주체 공동선언>에서 선언자들은 교육자치를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힘”이며 “학생들이 학교에서 삶으로써의 민주주의를 배워 이 땅의 진정한 주인으로 성장하게 할 자양분”이라고 규정했다.3) 아쉽게도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21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계속 통과만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교육자치와 학교자율화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에 관한 의사결정의 주체와 교육 운영 방식의 변화를 동시에 의미하는 교육자치의 핵심 키워드는 거버넌스governance이다.4) “누가, 무엇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집약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교육자치와 연결할 때 가장 핵심이 되는 분야가 바로 교육과정 거버넌스이다. 교육과정 거버넌스란 국가 수준, 지역 수준, 학교 수준에서의 권한의 위임과 분배에 따른 교육과정 정책 결정 구조 및 교육과정 운영 체제를 의미한다. 또한 학교 자치 실현을 위한 지역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평가하는데 있어 전개되는 교육 활동과 관련된 의사결정 전 과정을 포함한다.5) 따라서 교육자치 시대의 교육과정 거버넌스는 소수 전문가 및 교육 관료에 의한 독점적 의사결정을 형식적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넘어6) 미래교육체제 구현의 핵심적인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교육과정 연구・개발・고시 체제 재구조화로 대표되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거버넌스 개편 노력이 필수적이지만 시도교육청 수준의 교육과정 거버넌스 역시 기존의 관료적 행정체계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시도교육청은 학교와 상시적 상호 연결 관계를 유지하면서 학교 교육과정 지원을 위한 모니터링, 현장의 요구 수렴과 지원을 위한 연수, 학교 간/학교와 지역사회 간 협력체제 구축, 다양한 실천 사례와 교육자료 공유 시스템 구축 등 교육과정 거버넌스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육과정 거버넌스의 최종 목적은 학교 교육과정 내실화를 위한 지원이며, 학교와 지역사회, 학교와 학교 간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7) 국가 수준 및 시도교육청 수준의 재구조화를 바탕으로 교사와 학생이 학교 교육과정 설계, 즉 “교육과정의 맥락화”의 주체가 될 때 비로소 진정한 교육자치가 실현될 수 있다. 교사 교육과정의 맥락화 구조는 [표 1]과 같다.8)
[표 1]의 구조에서 집단 지성 공간은 교사학습공동체의 역할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학교 전체 교육 플랜 속에서 교육과정의 책무를 확인하고 해석하는 과정이며 개인 역량 공간은 교사 각자의 개인적 해석의 단계로 각자의 교육 활동에 실천적 지식들을 풀어놓는 단계이다. 이 모두는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을 최종목표로 한다. 다시 말해 교사 교육과정 맥락화 구조 전체가 교사의 전문성이 발현되어야 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관료적 행정체계라는 것이 정부와 시도교육청에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교사 교육과정의 맥락화라는 것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교사 자신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 역시 관료적 행정체계의 자장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교장의 민주적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교사학습공동체의 민주적 리더십이 뒷받침되지 않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즉 학교 구성원 전체의 의사소통의 민주화, 즉 학교민주주의의 수준은 학교자치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적 요소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처음에는 교육에 있어서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알고 보니 정반대였다. 대한민국 교육은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고 결국 문제의 원인으로 교사가 지목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었다. 물론 교육의 질과 교사의 질은 깊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그러나 문제는 그 사이에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음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자치’이다. 교육에 있어서의 자치란 무엇인가? <교육기본법> 제5조(교육의 자주성 등)을 보면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장하여야 하며, 지역 실정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ㆍ실시하여야 한다.
② 학교운영의 자율성은 존중되며, 교직원ㆍ학생ㆍ학부모 및 지역주민 등은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의 구성원들이 학교운영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것. 교육기본법은 그것이 바로 교육에 있어서의 자치라고 말한다. 김용(2019)은 학교자율운영의 방향을 다음과 같이 여덟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10) : 첫째, 학교를 말단 행정기관이 아닌 교육조직이자 학습조직, 더 나아가 공동체로 만든다. 둘째, 교사의 전문성을 배양하는 일이 학교자율운영의 핵심이다. 셋째, 규제 완화는 교사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경우에 한해서만 활용한다. 넷째, 교육은 공산적共産的 활동으로 학교의 구성원들 각자가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학교의 일에 참여한다. 다섯째, 학교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을 강화한다. 여섯째, 책무성이 아닌 책임을 강조한다.11) 일곱째, 가급적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보다는 기존의 제도를 폐지하거나 수정・보완한다. 여덟째, 학교 서열화 체제나 입시 경쟁 구조 등 학교를 둘러싼 정책 및 제도적 환경의 개혁과 병행한다.
김용이 언급하고 있듯이 학교자율운영의 핵심은 “교사의 전문성을 배양하는 일”이다. <교육기본법> 제14조(교원)에서도 “학교교육에서 교원(敎員)의 전문성은 존중되며, 교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는 우대되고 그 신분은 보장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한 프리드슨Eliot Freidson(2001)은 전문성의 핵심은 전문 지식과 기술의 습득 이후, 전문가가 자율성을 갖고 그들의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전문가로부터 전문 지식과 기술을 제공받는 사람들 및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신뢰가 형성된다고 말한다. 프리드슨이 볼 때 자율성은 전문성이 실천되기 위해 전문가가 반드시 가져야 할 전문적 덕목professional virtue이다. 예를 들어, 의사의 경우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자격을 받고)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한다. 여기서 자율성은 진료와 치료의 과정에서 환자에 따라 전문 지식과 기술을 달리 적용하는 작동 기제가 된다. 결과적으로 자율성은 진료와 치료에 대한 환자의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12)
하그리브스Andy Hargreaves와 풀란Michael Fullan(2014)은 교사의 전문성을 전문적 자본Professional Capital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 바 있다. 전문적 자본을 공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공식에서 PC는 전문적 자본, HC는 인적 자본, SC는 사회적 자본, 그리고 DC는 의사결정적 자본을 말한다. 즉 전문적 자본은 인적 자본과 사회적 자본과 의사결정적 자본을 변수로 갖는 함수이다. 인적자본이란 “지식과 기술의 소유와 개발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인적자본만 가지고는 전문적 자본을 늘릴 수 없다. “혁신을 일으키는 가장 강한 원천은 동료들”이다. 이것이 사회적 자본이다. “어떤 개혁에서든 성공을 결정하는 핵심적 변인은 (…) 학교의 문화 속에 있는 사회적 자본이다.” 전문적 자본의 세 번째 변수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수는 “자율적 판단 능력”을 의미하는 의사결정적 자본이다. 이는 프리드슨이 말한 전문성의 핵심과 정확히 일치한다. 하그리브스와 풀란이 이 공식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교사의 전문적 자본은 흔히 생각하는 바와 같이 인적 자본으로만 구성되지 않으며 사회적 자본과 의사결정적 자본이 입체적으로 결합할 때 발휘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교사 전문성 담론의 전제 자체가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한다.
전제1. 교육자치는 교사(학습공동체)의 전문성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전제2. 교사(학습공동체)의 전문성은 교육자치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왜 교육자치를 말하는가? 누가 교육자치를 말하는가? 교육자치를 말하기 전에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교육자치의 핵심은 가르침과 배움이다. 가르침과 배움이 없는 교육자치는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 받을 권리를 가진다.”14) 가르침과 배움은 의무이자 권리이다. 그것이 교육자치의 존재이유다.
교육자치는 오직 가르침과 배움의 옹호를 위해 존재할 뿐이다. 교학상장敎學相長15)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처럼 학교는 가르침에 대한 존중과 배움에 대한 경탄이 넘쳐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학교는 교육자치의 구조 속에서 배움과 삶이 선순환하는 지속가능한 사회의 공유지16)가 되어야 한다. [표 3]과 같이 학교를 정점으로 하여 시도교육청과 교육부(또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조직체계 역시 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최적화된 형태로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제까지 학교자율운영체제를 정점으로 하는 교육과정 거버넌스를 경험한 적이 없다. 교육자치 시대의 교사 전문성이 새로운 상상을 필요로 하는 까닭이다. 이를 논하기에 앞서 교사 전문성에 대한 전통적 접근을 간략히 살펴보자.
교사 전문성에 대한 전통적 접근은 ‘실천을 위한 지식’을 강조하는가, ‘실천적 지식’을 강조하는가에 따라 지식중심관과 기술중심관으로 나뉘며 교사의 자질이 태도와 인성에 비롯된다는 태도중심관도 존재한다. 그러나 각각이 교사 전문성 담론으로서 심각한 결함을 지니고 있기에 최근에는 이 모두를 통합한 관점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가. 지식중심관 : 교사의 전문성은 교직의 기반이 되는 학문적 지식을 습득, 적용함으로써 형성, 발전된다는 관점이다. 학문적 지식의 강조에 대한 반발로 실천적 지식을 강조하는 흐름이 대두되었으나 이 역시 교사 전문성의 근거를 지식에서 찾고자 했다는 점에서 ‘많이 안다고 잘 가르칠 수 있는가’라는 동일한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나. 기술중심관 : 교사의 전문성은 교수 기술에 있다는 관점이다. 이때 잘 가르친다는 것은 높은 학업성취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정의된다. 바람직한 학습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교수 기술을 양적연구방법으로 입증학고 이를 ‘최고의 교수법’으로 패키지화하여 보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가르침이라는 것을 학업성취도로 축소시킴으로써 측정되지 않는 교육적 가치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다. 태도중심관 : 교사의 전문성은 지식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태도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를 위해 교직인성에 대한 조작적 정의를 내리고 체크리스트 형식의 교직인성 기준을 마련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평가기준의 자의성으로 평가대상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고 실제로 그런 사례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라. 통합적 관점 :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최근 담론은 교사가 갖추어야 할 전문성으로 지식, 기술, 태도 모두를 강조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교사임용시험, 교사근무성적평정 및 교원능력개발평가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통합적 관점은 외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 NBPTS(전미교직기준위원회)의 교사 전문성에 대한 5대 핵심제의, 미국 InTASC(신규교사 평가지원 주연합 협력단)의 교직핵심기준, 싱가포르의 V3SK모델 등이 이에 해당한다.
통합적 관점은 세 가지 전통적 접근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 결점을 보완하기 위한 시도이지만 소수의 외부 전문가에게서 교사에게로 전달・주입되는 전문성, 교사 개인을 타깃으로 격리・보정・재투입・적용의 방식으로 개발되는 전문성, 평가를 통해 중앙집권적으로 관리・통제되는 전문성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결과적으로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이 스스로 형성・발전시키는 전문성은 무시되거나 저급으로 취급되었고 역설적으로 교직의 표준화・전문화가 교사의 탈전문화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교사 전문성에 대한 전통적 관점은 중앙집권적으로 관리・통제되는 전문성이라는 점에서 교육자치 시대의 교사전문성으로 채택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선택이 있는 걸까? 먼저 교육자치와 지방분권의 관점에서 우리에게 참고가 될 수 있는 핀란드의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자.
1990년대 들어 핀란드에서는 중앙집권적 교육행정체제에서 지방분권적 교육행정체제로의 전환을 계기로 학교를 기반으로 한 교원의 전문성 개발이 강조되었다. 이는 각 학교들이 자신의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하고, 학교주도적으로 내적으로 통합된 교육프로그램을 갖추어야 한다는 정책적 변화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RINSET 프로그램은 이러한 맥락에서 변화된 정책에 따른 학교주도의 대응 역량을 기르고, 교원들의 의미 있는 변화를 꾀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교사들의 교육활동에 대해 점검하고 교사들의 교육적 사고와 실천 역량을 길러주고자 하였다. 이 프로그램의 이론적 가정은 다음과 같다(Lauriala,1998).
• 교사들의 티칭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에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고, 교사들이 학교의 실천 표준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갖도록 해 주어야 한다.
• 교사들의 전문적 지식은 상황맥락적이기 때문에 그 지식이 만들어지고 사용되는 환경이나 문화 등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지식의 구성은 능동적인 과정이며, 교사는 지식과 관련하여 관객이 아니라 주도적인 배우이다.
• 교사의 발달과 학생의 학습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교사들은 자신들이 학생들을 가르칠 원리와 동일한 원리로 배울 필요가 있다.
핀란드의 RINSET에 의하면 교사의 전문적 지식은 상황맥락적이며 교사는 지식의 능동적 구성자다. 교사의 발달은 학생의 학습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배우는 방법을 이해하는 교사만이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탐색은 교사의 학습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Teaching is more difficult than learning; for only he who can truly learn … can truly teach. The genuine teacher differs from the pupil only in that he can learn better and that he more genuinely wants to learn. In all teaching, the teacher learns the most.
- Martin Heidegger(1967), <Modern Science, Metaphysics and Mathematics>
가르치는 것은 배우는 것보다 더 어렵다. 오직 배우는 자만이 가르칠 수 있다. 교사됨의 본질은 (교사가 학생보다) 더욱 절실하게 배우기를 원하고 더욱 잘 배울 수 있다는 것에 있다. 교사에게 있어서 학습은 전문성을 넘어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학습인가? 그것은 연구자들의 학습과는 다르다. 교사가 만나게 되는 상황은 연구자들보다 훨씬 복잡하다. 교사의 학습에 대해 입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하여 하그리브스Andy Hargreaves, 숀Donald Schon, 카크란 스미스와 라이틀Cochran-Smith & Lytle 및 자이크너Kenneth M. Zeichner의 관점을 살펴보고자 한다.19)
가. 하그리브스의 관점 : 하그리브스는 「전문성의 네 시대와 전문가 학습」에서 시대 변화에 따라 교사 전문성을 전문성 이전 시대, 자율적 전문성 시대, 협업적 전문성 시대, 포트스모던 전문성 시대로 구분하고 교육의 시장화에 걸림돌이 되는 교사들의 세력 약화 정책, 예를 들면 공교육의 병폐를 교사의 탓으로 돌리는 조롱의 담화와 교사의 지위를 깎아내리는 비난 선전 등이 교직의 탈전문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하였다. 이에 맞서 보다 포괄적이고 유연하며 민주적이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집단들을 포용하는 새로운 성격의 – 자율적 전문성과 협업적 전문성의 장점을 통합한–포스트모던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포스터모던 시대 공동체 해체의 위기 속에서 학교와 사회, 교사와 대중 간 긴밀한 관계의 필요성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학교가 공동체를 존속, 부흥시킬 수 있는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 전문성은 지역사회 공동체와 연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개념화되어야 한다.
나. 숀의 관점 : 숀은 교사를 ‘반성적 실천가reflective practitioner’로 명명하면서 전문가가 표준화된 지식만으로 실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끊임없이 다양한 문제 상황에 부딪치면서 모종의 해결책을 찾는 것처럼 교사 역시 전문가로서 상황과 행위 사이의 불일치를 직관적으로 물어 나가야 하고(reflection in action), 상황이 지나간 후 수행한 문제 해결 방법을 의식적으로 반성(reflection on action)하는 반성적 실천가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교육에 있어서의 실천의 문제를 지식 적용의 기술적, 방법적 문제로 사소화 함으로써 교사 전문성 위기를 초래하였다고 주장하며 불확실하고 급변하며 특수하고 갈등적인 가치들이 공존하는 복잡한 실천상황에서 발휘하는 ‘반성적 실천가’로서의 교사 전문성에 주목하였다.
전문가가 실천 중 반성을 할 때 그는 실천상황에서 연구자가 된다. 전문가는 학문적 지식에 맹목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그의 실천은 학문적 지식의 적용을 넘어선다. 전문가는 실천 중 반성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비판적으로 재구성, 새로운 앎을 형성하고 이를 즉석에서 실천에 옮겨 검증한다. 전문가의 새로운 앎은 실천의 변화를 가져오고 실천의 변화는 새로운 실천지를 낳는다. 따라서 전문가가 실천 중 반성을 할 때, 앎과 행위, 연구와 실천은 분리되지 않는다. 그의 실천이 바로 연구이다.
- 서경혜(2015), 『교사학습공동체』, 92쪽
다. 카크란 스미스와 라이틀의 관점 : 카크란 스미스와 라이틀은 지식과 실천의 관계를 토대로 교사 학습에 대한 관점을 실천을 위한 지식, 실천 속 지식, 실천의 지식으로 유형화하고 교사의 전문성은 (학자들에 의해 창출된) ‘실천을 위한 지식’이나 (유능한 교사들의 현명한 실천 속에 녹아 있는) ‘실천 속 지식’으로 이원화 될 수 없으며 (초임교사와 경력교사, 연구자와 행정가 등 구성원 모두가 학습자가 되어 동등하게 참여하는) 탐구 공동체를 통한 ‘실천의 지식’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실천의 지식 관점에서는 교사를 변화의 주체로 강조한다. 따라서 “교사의 학습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정에 도전함으로써, 실천의 쟁점들을 규명함으로써,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자신의 학생들, 교실, 학교를 연구함으로써,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재구성함으로써, 교실과 학교 및 사회 혁신에 참여하고 지도력을 발휘함으로써 이루어진다.”20)
라. 자이크너의 관점 : 자이크너는 교사교육을 지배해온 패러다임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 - 행동주의 교사교육, 개인발달중심 교사교육, 전통적 기예중심 교사교육, 탐구중심 교사교육 – 로 제시한다. 첫째, 행동주의 교사교육은 실증주의 인식론과 행동주의 심리학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학생들의 학습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교수기술의 개발을 강조한다. 둘째, 개인발달중심 교사교육은 현상학적 인식론과 발달심리학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교사의 성장을 강조한다. 셋째, 전통적 기예중심 교사교육은 가르치는 일을 기예로, 교사를 장인으로 이해한다. 교직에 대한 지식은 암묵적 특성을 띠므로 유능한 교사가 초임교사에게 교직의 지식을 전수하는 도제식 교육을 권장한다. 넷째, 탐구중심 교사교육은 교사가 자신의 행위의 이유와 결과에 대하여, 그리고 자신의 행위를 제한하는 현실에 대하여 의식적일수록 자신의 교육실천과 이를 제한하는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예비교사들로 하여금 교사의 역할, 학교교육의 책무 등에 대하여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게 하고 교사양성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하는 데 적극 참여하도록 한다.
하태욱 건신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번역한 「근대학교제도를 재판합니다」라는 유튜브 동영상이 있다.21) 학교가 학생들의 창의성을 죽이고 지적으로 학대해왔다고 비판하는 이 영상과 비슷한 논지에서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말로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친다”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19세기 교실’이란 근대학교제도 속의 변하지 않는 학교, 즉 ‘공장 같은 학교’ 속 교실을 의미한다. 공장 같은 학교란 테일러Frederick W. Taylor의 ‘과학적 관리법’을 학교에 적용하여 학교를 마치 공장을 관리・운영하듯 표준화, 규격화, 합리화, 체계화 등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한 시스템을 말한다. 이와 같은 시스템 속에서 학교는 가장 싼 값에 국가가 원하는 인력을 생산해내는 대량교육기관으로, 학생들을 검사, 선별, 선발하는 장치로, 계층상승의 도구로 전락하게 되었다.
‘20세기 교사’는 낙후되고 진부해져버린 19세기 교실에서 대량상품이기를 거부하는 21세기 학생들에게 대학입학시험과 평가의 공정성이라는 20세기의 문법으로 말을 건네야 하는 부조리한 상황 속의 교사를 의미한다. 한쪽에서는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주입・암기식 교육을 철폐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대학서열과 학벌체제에 대한 암묵적 동조 속에서 자사고와 특목고가 입시명문교로 선호되는 이상한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 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는”22) 학생을 키워낸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21세기 학생’이라는 개념은 자의적이고 일관성이 없다. ‘21세기 학생’에 대비되는 ‘20세기 교사’라는 표현은 전문가로서의 교사에 대한 불신의 레토릭일 뿐이다.
피에르 레비Pierre Levy는 『누스페어』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류가 새로운 진화의 문턱에 서 있다고 선언하면서 관료주의적 위계질서, 대의정치, 독점적 미디어 등 소수 지성에 의한 지능적 지배에 대항한 집단적 지성공동체를 세워야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23) 교사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권위 및 전문가 지식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영역 간 경계, 지식・이익・권력 독점욕에서 탈피하여 서로 협업하며 새로운 지성을 발현해야 한다. ‘19세기 교실 - 20세기 교사 - 21세기 학생’의 분리된 구조를 다시 연결하려면 학교라는 공간의 재구조화를 넘어 교사와 학생, 학교와 지역사회의 역할에 대한 재구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학습공동체가 레비가 말하는 집단적 지성공동체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학교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관료적 학습문화를 타파하고 교육자치 시대를 열어갈 학교자율운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학습이 교사의 업무가 되어야 한다. 교사의 학습은 ① 일방적인 전수가 아니라 자유로운 교류와 공유를 통해 이루어지며, ② 교직의 전문지식을 흡수, 축적하는 방식이 아니라 비판적 탐구를 통해 이루어지고, ③ 교사 개인의 전문성 신장은 물론 교사학습공동체 공동의 집단전문성 신장을 통한 학생들의 학습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다시 말해서 교사학습공동체는 교사 전문성 신장과 학생 학습 증진을 위하여 비판적으로 탐구하고 협력적으로 실천하며 끊임없이 배우고 실천하는 교사들의 결속체이자 학교자율운영의 중심조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교사학습공동체는 강조하는 요소에 따라 전문가 학습 공동체, 탐구공동체, 배움의 공동체, 실천공동체로 나뉜다.
가. 전문가학습공동체 : 공동의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끊임없이 자신의 실천을 탐구하고 향상시켜 나아가는 전문가 집단(DuFour & Eaker)이다. 또한 끊임없이 배우고 배운 것을 서로 공유하고 실천하여 지속적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집단(Hord)이다. 전문가학습공동체의 핵심은 학습이다. 즉 교사의 전문성 신장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학습 증진이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학습공동체의 특성은 ‘가치와 비전의 공유’, ‘학습중심’, ‘협력’으로 범주화할 수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전문가학습공동체의 형성과 발전에 관심을 가진다. 드포는 전문가학습공동체의 형성과정을 ‘착수’, ‘발전’, ‘유지’의 세 단계로 설명하였으며, 허프만과 힙은 이를 ‘착수’, ‘실행’, ‘제도화’의 세 단계로 나눔. 전문가학습공동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① 교장의 리더십, ② 신뢰, ③ 존중, ④ 혁신에의 개방성, ⑤ 지식과 기술 기반, ⑥ 시간, ⑦ 물리적 근접성, ⑧ 의사소통 구조, ⑨ 파트너십이 있다. 전문가학습공동체 등장 배경은 다음과 같다. 1983년 미국 ‘교육 수월성을 위한 국가위원회의 보고서 <위기에 처한 국가> 발표 후 진행된 ’교육 수월성 운동‘이 실패로 끝난다. 이후 국가 수준의 표준 수립의 필요성을 제기한 ‘스탠다드 운동’과 단위학교 책임경영제, 공동의사결정 등 학교에 보다 많은 자율권을 부여하는 ‘구조개혁 운동’이 미국 전역에 확산되었으나 이마저도 실패로 끝난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전문가학습공동체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수월성 운동의 실패 요인은 학교 교육과정이 더 어려워지고, 교사들이 더 많은 내용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더 자주 시험을 치르는 것 말고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스탠다드 운동의 실패 요인은 국가가 학교를 장악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구조개혁 운동의 실패 요인은 교장과 교사의 자율권 행사가 교수와 학습보다는 관리와 운영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나. 탐구공동체 : 1990년대 미국에서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교원정책이 교사들의 전문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에서 카크란 스미스와 라이틀은 그 대항책으로 탐구공동체를 주장하였다. 그들은 미국 교육이 경제논리에 지배되고 성취도검사 중심의 책무성 운동과 교육의 과학화(양적연구와 표준화)가 교사들의 자율권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탈전문화를 초래했다고 비판하였다. 탐구공동체는 교육에 대한 비판적 탐구를 통하여 교육실천의 혁신 및 학생들의 학습 증진, 나아가서 교육 불평등 타파 및 사회정의 구현을 위하여 노력하는 교육실천가들의 결속체이다. 카크란 스미스와 라이틀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 면에서 전문가학습공동체와는 구별되는 탐구 공공체의 특징을 기술하였다. 첫째, 탐구공동체는 교사연구의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전문가학습공동체는 기업사회학, 조직이론, 학교 효과성 연구 등에 토대를 두고 있다. 둘째, 전문가학습공동체가 학교혁신을 위한 한 방법으로, 공동체에 대한 수단적 관점이 우세한 반면, 탐구공동체의 관점에서 공동체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자 동시에 목적 그 자체이다. 셋째, 전문가학습공동체와는 달리 탐구공동체는 학교에 기초하나, 학교에 제한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전문가학습공동체가 학업성취도평가에 많은 신경을 쓰는 반면 탐구공동체는 학업성취도평가 점수를 잣대로 삼는 것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학습기회 및 결과의 불평등을 가져오는 교육체제, 그리고 사회・경제・정치적 구조를 개혁하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다. 배움의 공동체 : 배움의 공동체는 1990년대 말 일본에서 집단 따돌림, 교실붕괴, 청소년 범죄 등 교육의 위기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사토 마나부를 중심으로 일본에서 일기 시작한 학교개혁운동이다. 사토 마나부는 교실붕괴, 학교폭력 등과 같은 교육의 위기가 발생한 근본 원인이 ‘배움으로부터의 도주’라고 주장하였다. 배움의 공동체는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에 반대하고 세 가지 원리-공공성의 원리, 민주주의 원리, 탁월성의 원리–에 기초한 교육개혁을 추구한다. 첫째, 공공성의 원리는 국가와 개인의 중간지대라 할 수 있는 사회, 특히 자율적이고 자립적인 개인들이 서로 협력하는 협동사회를 기반으로 한다. 둘째 사토 마나부는 학교교육은 궁극적으로 민주주의 사회 건설을 목적으로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학교가 민주적인 사회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이 민주주의 원리이다. 셋째, 탁월성은 스스로 최선을 다하여 최고를 추구함을 의미한다. 배움의 공동체는 지금까지 국가가 통제, 관리해 온 교육의 공공성을 사회 구성원들의 연대와 네트워크에 의해 유지, 발전시키는 개혁을 지향한다. 그 핵심에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주민 등이 다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의 중심지로 학교를 다시 세우는, 배움의 공동체로의 학교개혁이 자리 잡고 있다.
라. 실천공동체 : 1998년 웽어Wenger가 『실천공동체: 학습, 의미, 그리고 정체성』을 출간하면서 실천공동체 개념을 정립하였다. 실천공동체론은 학습이 사회적 참여의 과정이라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즉 사회적 실천에의 참여를 통해 교사/학생은 배우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습의 기본단위는 개인도, 학교도 아니고 실천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결속체, 즉 실천공동체이어야 한다. 실천공동체는 세 가지 특성 - 공동사Joint Enterprise, 상호참여Mutual Engagement, 공유자산Shared Repertoire – 을 지니고 있다. 즉 실천공동체는 공동의 관심사에 의해 규정된 정체성을 지니며, 이에 참여함으로써 서로에게서 배우는 관계를 형성한다. 또한 이것이 누적되어 공유자산이 된다. 공유자산은 실천공동체의 역사이며 실천공동체는 이를 통해 지식을 축적하고 전수한다. 웽어는 학습을 계획 또는 설계할 수 없고 다만 학습을 장려하는 사회적 인프라를 설계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즉 학습은 설계할 수 없으나 학습을 위한 교육설계는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적으로 교육설계는 실천의 경험을 통해 형성, 축적된 지식을 교육내용의 형태로 물화하는 데 중점을 두어왔으나 학습자가 물화와 참여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적절한 참여방식과 형태를 설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참여와 물화). 둘째, 전통적으로 교육설계는 가르침과 배움이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정이 깔려있으나 교수와 학습은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호작용적 관계로 이해해야 한다. 즉 학습의 생성적 특성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기획성과 생성성). 셋째, 전통적으로 교육설계는 로컬성과 글로벌성의 문제를 지식의 추상화 - 또는 그 반작용으로 반대편 극단에 있는 직업훈련 - 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였으나 이는 지식의 문제를 넘어 정체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즉, 학습자는 학교교육과정에 실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나간다(로컬성과 글로벌성). 넷째, 학습자의 정체성은 동일시와 교섭력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형성된다. 동일시란 한 개인이 공동체의 구성원들과의 같음/다름을 확인함으로써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을 의미하며, 교섭력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의미를 교섭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동일시와 교섭력).
상술한 네 가지 유형의 학습공동체 중에서 실천공동체를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 학습공동체는 모두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웽어의 실천공동체는 비고츠키Vygotsky의 학습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네 가지 학습공동체는 약간씩 다른 배경 속에서 탄생하였으나 교육적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공동 연구와 공동 실천의 과정을 통해 공동의 전문성 혹은 전문가 공동체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교육자치 시대, 교사 전문성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학습기회 및 결과의 불평등을 가져오는 교육체제, 그리고 사회・경제・정치적 구조를 개혁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탐구공동체나 자율적이고 자립적인 개인들이 서로 협력하는 협동사회를 추구하는 배움의 공동체, 그리고 학습자는 학교교육과정에 실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나가며, 학습자의 정체성은 동일시와 교섭력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형성된다는 실천공동체의 인식은 교사학습공동체의 현황에 대한 분석과 가능성의 확장을 모색해야 함을 말해준다.
교사학습공동체는 그 용어가 통용되기 전부터 학교 현장에서 여러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왔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했듯이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이 스스로 형성・발전시키는 전문성은 무시되거나 저급으로 취급되어왔다. 따라서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이 학교 안팎에서 공동체를 형성,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며 전문성을 향상시켜온 부분에 대하여 재평가가 필요하다. 이러한 교사들의 자발적 학습공동체는 2000년대 말 혁신학교 운동과 함께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관료주의적이고 고립주의적인 교사조직을 서로 협력하여 가르치고 배우는 교사학습공동체로 다시 세우려는 노력이 혁신학교 운동을 통하여 활발하게 전개된 것이다.25)
혁신학교는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교사 학습공동체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예컨대 경기도의 경우, 학교 혁신의 모델로 혁신학교를 도입, 2009년 13개 학교로 시작하여 현재 600여개 혁신학교들이 지정, 운영되고 있는데,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주요 중점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혁신학교의 교사들은 교육과정과 수업 연구를 위한 모임을 형성하고 이를 활성화하면서, 교육 목표·가치·방법 등을 공유한다. 특히 수업 개선을 위해 수업을 개방하고, 서로의 수업을 관찰·비평하는 등 수업 혁신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이고 있다.26) 서울시의 경우에도 2011년 혁신학교 정책이 시행되면서 학교 혁신의 주체로 교원학습공동체가 강조되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혁신학교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모든 학교에서 교원학습공동체를 운영하도록 지원하였다.
가. 교사학습공동체의 현황 : 교사학습공동체 정책은 점차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는 [표 8]과 같이 17개 시도교육청의 <2019년 주요업무계획>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나. 교사학습공동체의 명칭 : 교사학습공동체의 명칭을 살펴보면 [표 8]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교사학습공동체’ 또는 ‘교원학습공동체’ 등도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강원도교육청과 경상북도교육청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도에서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전문학습공동체로 호칭함).
다. 교사학습공동체의 개념 :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에서 전문적 학습공동체라는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교사학습공동체, 특히 전문적 학습공동체라는 개념은 어느 정도 학교사회에서 뿌리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교육청에 따르면, 전문적 학습공동체는 “교원들의 동료성을 강화하여 협력적인 연구와 실천 과정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학습공동체”(경기도교육청, 2015, 33)를 의미하며, 학교조직의 학습조직화, 공동 연구 및 공동 실천, 수업 개방과 성찰을 핵심적인 특징으로 한다.27) 광주시교육청과 인천시교육청의 경우에는 주요업무계획을 통해 교사학습공동체(전문적학습공동체)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었다.
• 교원들이 동료성을 바탕으로 함께 수업을 개발(공동연구)하고, 함께 실천(공동실천)하며, 교육활동에 대하여 대화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함께 성장(집단성장)하는 학습공동체 활동 (광주시교육청)
•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교원(전문직 포함)들이 자발적으로 공동체를 구성하여 지속적으로 함께 연구하고 실천하며 공유하는 학습공동체이자 실천공동체(인천시교육청)
또한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2018년도에 「학교 안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 이해자료」를 발간하여 학교 현장에서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오해와 오개념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효과적인 운영을 돕고자 했다.
라. 교사학습공동체의 역할 :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에서 교사가 갖추어야 할 전문성으로 수업혁신을 넘어 ‘교사교육과정’으로 대표되는 교육과정혁신과 ‘과정중심평가’로 대표되는 평가혁신을 강조하고 있었다. 교사 개인의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온 수업 전문성과 달리, 교육과정 및 평가 전문성은 그 특성상 교사학습공동체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표 6]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혁신학교(서울, 경기), 다행복학교(부산), 행복배움학교(인천), 창의인재씨앗학교(대전), 빛고을혁신학교(광주), 서로나눔학교(울산) 등 전국의 모든 시도교육청이 혁신학교 또는 학교혁신을 추진 중에 있었다. 이는 교사학습공동체가 혁신학교(혹은 학교혁신)의 핵심적 요소임을 말해 준다.28)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들은
그것이 창조되었을 때와 동일한 사고방식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
2010년 교육감 직선제와 함께 태동한 혁신교육은 현재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에서 시행하고 있을 만큼 양적으로 확산되었을 뿐만 아니라 학생자치, 학교자치, 교육자치의 동력을 만들어냈다. 물론 무리한 양적 확대로 “무늬만 혁신”을 만들어 내기도 했고, (교육청으로부터) 학교자치는 곧 교사자치라는 의구심과 (교사들로부터) 교육자치는 곧 교육청자치라는 의구심이 공존하고 있다. 더 큰 문제점은 혁신의 동력이 소진되고 있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디서,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성열관은 ‘혁신교육 또 다른 10년’을 위한 학교교육 프레임워크를 [그림 3]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프레임워크는 ➀ ‘비전 설정’에 있어 학교교육의 본령을 회복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함을 보여주며, 이를 위해 목적중심의 사고 습관을 강조한다. ➁ ‘성과 달성’에 있어서는 비전을 근거로 교육목적에 기반한 전인교육의 관점을 지향한다. ➂ 성과 달성의 ‘증거’는 무엇인가? 첫째, ‘학습의 기쁨’이 있어야 하며, 둘째,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어야 하고, 셋째,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④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수업, 평가는 어떤 원리로 조직되고 운영되어야 하는가? 이는 혁신교육 시기에 매우 발전해 왔고, 현장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에 그 성과의 기반 위에서 보다 질적으로 심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⑤ 이러한 교육의 성패는 학교문화와 공동체의 성격에 좌우된다. 이에 단위학교는 효과적인 학습의 조건으로 어떤 공동체를 구축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제안을 학교운영의 기본 모형으로서 구체화하면 [그림 4]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29)
학교교육 프레임워크의 기저를 이루는 것은 바로 ‘공동체’이다. 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있는 학교들이 교육을 혁신한다. 그리고 공동체 활성화의 조건은 반복해서 말하지만 공공성에 기반한 자율과 분권이다. 앵게스트롬(1999)은 학습과 실천, 인지와 행동이라는 이분법을 지양하면서 실천 속에서 학습, 그리고 창의성을 통한 변화를 지향하는 실천 모형으로 활동이론이 활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30) 활동이론은 활동 전체를 분석 단위로 하되 하위 분석 요소를 두고 있다. 그것은 주체, 도구, 대상, 규칙, 공동체, 노동 분업이라는 6가지 요소이다. 주체는 행위하는 사람이며, 대상은 주체가 당초 의도한 활동이며, 도구와 기호는 주체가 행동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매개 장치이다. 또한 규칙은 인간이 특정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문화적 조건을 말하며 공동체는 활동체계가 속해 있는 집단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노동 분업은 인간이 특정 방식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문화적 조건을 말한다.31)
활동체계 내부에서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채, 외부에서 들여오는 혁신은 구성원들의 성장과 학습을 이끌지 못한다. 즉, 모순32)의 인식과 실천의 병행이야말로 혁신의 영원한 동력이다. 앵게스트롬(1987)은 모순의 의미를 4차원에서 규정하고자 하였다. 첫째, 1차적 모순은 중심 활동체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 걸쳐 지배적으로 존재하는 모순을 말한다. 둘째, 2차적 모순은 중심 활동체계의 각 요소 사이 - 예를 들어, 도구와 공동체 사이 - 에서 발생한다. 셋째, 3차적 모순은 기존의 활동체계와 보다 대안적인 활동체계 사이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어떤 학교에서 기존의 관행과 새로운 개혁 모형의 도입 사이에서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4차적 모순은 한 활동체계와 동시에 존재하는 인접 활동체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순이다.33)
엥게스트롬은 자신이 창안한 활동이론에서 모순이 핵심적인 학습원리라고 말하였다. 활동이론에서는 학습자가 참여하고 있는 과업과 그것을 둘러싼 공동체 속에서 도구를 사용하여 인지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발달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동시에 공유된 목적을 가진 활동체계 속에서 학습자는 규칙, 분업, 개념적 매개 등을 통해 정신활동을 발달시키며, 동시에 보다 더 좋은 활동체계로의 변화를 향해 나아간다. 이때 모순은 변증법적 전개를 통해 학습자를 성장시키고, 활동체계를 변화시키는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소위 '무늬만 혁신학교'라는 말이 있는데, 주체들이 모순을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노력 없이 매뉴얼대로 ‘따라하기’에 그치는 경우를 말한다. 이는 모순에 대한 인식이 약하기 때문이다. 활동이론은 교사들이 활동체계를 변화시켜 나가면서 확장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34)
교육자치의 바탕 위에 협력과 협치를 통해 미래교육체제를 구현하는 것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필연적 선택이다. 교육자치의 핵심은 가르침에 대한 존중과 배움에 대한 경탄이 넘쳐나는 학교를 정점으로 한 상향식 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에 있다.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옹호는 학교의 구조를 가르침과 배움에 최적화된 형태로 재구조화하는 것을 통해 실현될 것이다.
학교는 더 이상 말단행정조직이 아닌 교사와 학생이 주체가 되는 학습조직 또는 학습공동체로 탈바꿈해야 한다. 학교를 지원하는 모든 교육 거버넌스 역시 학교와 닮은 구조로 재편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자기조직화(자율)와 상향식 창발(분권)은 학습하는 학교 혹은 학습공동체의 핵심적인 특징이며35), 교육자치가 학습공동체를 기반으로 한다는 말의 본래적 의미이다.
하그리브스Andy Hargreaves와 셜리Dennis Shirley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타난 학교교육의 변화와 역사를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범주화 하였다.36)
첫째, ‘혁신성과 불균질성의 길’로 요약되는 ‘제1의 길’은 국가의 자원이 풍부하고 교사의 자율성이 넘치며 혁신이 일어나긴 했지만 교육의 내용, 방법, 질 등이 지역마다 편차가 커서 균질성, 균등성이 부족했던 길이다. 둘째 ‘시장주의와 표준화의 길’로 요약되는 ‘제2의 길’은 시장주의 경쟁이 강하게 도입되고 국가가 교육의 표준화를 추구하면서 교사가 자율성을 상실하게 된 길이다. 셋째, ‘성과와 파트너십의 길’로 요약되는 ‘제3의 길’은 시장주의의 장점과 국가의 풍부한 자원을 결합해 교사의 자율성과 책무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 했던 길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노선들 중에서 간직해야할 것과 버릴 것을 정리하여 새롭게 제안하는 길이 바로 ‘제4의 길’이다. 이를 간단히 소개하면 (1) 방향을 제시하고 지원하는 국가, (2) 학교개선 네트워크, (3) 조직화된 지역사회, (4) 지역 단위의 개발전략으로 표현할 수 있다.
제4의 길에서 변화의 동력은 관료주의와 시장이 아니라 교사(학습공동체)의 전문성과 민주주의이다. 제4의 길에서 정부는 개혁의 세세한 실무가 아닌 거시적 방향을 지휘하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직접 나서게 된다. 교사(학습공동체)는 정부의 통제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는 대신 학부모, 지역사회, 대중으로부터의 자율성은 제한된다. 대중은 교육 서비스를 단순히 소비하기보다는 교육의 목표를 논의하는 의사결정에 함께 참여하게 된다.37)
10여 년 전부터 일구어온 혁신교육은 이제 교육자치의 든든한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하여 학교를 혁신해 왔습니다. (중략) 우리는 교육자치 실현을 위해 함께할 것을 약속합니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교육자치 역량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 <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교육주체 공동선언> 중에서
대한민국에서도 학교교육 제4의 길이 가능할까? 위의 선언에서도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미 혁신학교 운동과 그로부터 파생된 혁신교육을 통해 그 단초는 마련되어 있다. 교육자치 시대의 교사 전문성은 교육개혁의 주체이자 교육과정 거버넌스의 핵심동력으로서 공동체 – 학습공동체, 배려공동체, 민주주의 공동체, 전문가 공동체 - 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
난관은 새로운 생각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낡은 생각을 벗어나는 과정에 있다.
- 존 메이나드 케인스 -
1) 정용주(2019). 『교육학의 가장자리: 교육에 대한 상상에서 파상으로』. 교육공동체 벗. 21~49쪽.
2) 선언에 참여한 기관 및 단체는 다음과 같다: 국회교육희망포럼, 국가교육회의, 교육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3) 선언자들은 다음과 같다: 2019 대한민국 교육자치 콘퍼런스와 함께하는 풀뿌리 교육주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국가교육회의, 혁신교육지방정부협의회, 교육부.
4) 김용(2019). 『학교자율운영 2.0 학교개혁의 전개와 전망』. 살림터. 142쪽. 김용은 이 책에서 이와 같은 개혁방식을 일컬어 ‘권한 이양 개혁’이라 지칭하고 있다. 교육자치선언의 핵심 키워드 역시 정부로부터 교직원・학생・학부모・지역주민으로의 ‘권한 이양’임을 기억한다면 교육자치=권한이양=거버넌스라는 관계가 성립하게 됨을 알 수 있다.
5) 황현정 외(2018). 『학교 자치 실현을 위한 지역 교육과정 구성 방안』. 경기도교육연구원. 81쪽.
6) 기존의 국가교육과정 개정 절차는 다음과 같다.
7) 황현정 외(2018). 앞의 책. 82쪽.
8) 황현정 외(2018). 앞의 책. 96쪽.
9) 정용주(2019). 앞의 책.
10) 김용(2019). 앞의 책. 97~101쪽.
11) 상급기관이 하급기관에 성과를 묻는 책무성은 관료제의 핵심이다. 책임은 이와 다르다. 구성원 각자는 공동체로부터 부여받은 저마다의 권한에 비례하는 책임이 있다. 관료제에서 권한과 책무는 일반적으로 반비례하지만 학교자율운영체제에서 권한과 책임은 정비례한다.
12) 허주 외(2018). 교직환경 변화에 따른 교원 정책 혁신 과제(Ⅱ): 교사전문성 개발 지원 체제 구축 방안 연구. 198쪽.
13) 앤디 하그리브스, 마이클 풀란(2014). 교직과 교사의 전문적 자본. 교육과학사. 165쪽.
14) 교육기본법(2019). 제3조(학습권).
15) “아무리 맛있는 요리가 있다고 하더라도(수유가효·雖有佳肴), 사람이 직접 먹어 보지 않으면 요리의 참맛을 알 수가 없다(불식부지기지야·不食不知其旨也). 지극히 심오한 진리가 있다고 하더라도(수유지도·雖有至道), 사람이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진리가 왜 좋은지 알 수가 없다(불학부지기선야·不學不知其善也). 따라서 사람이 배운 뒤에라야 자신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 수 있으며(시고학연후지부족·是故學然後知不足), 가르쳐본 다음에라야 비로소 어려움을 알 수 있다(교연후지곤·敎然後知困). 자신의 부족함을 안 다음에라야 스스로 반성하게 되고(지부족연후능자반야·知不足然後能自反也), 어려움을 안 다음에라야 스스로 강해질 수 있다(지곤연후능자강야·知困然後能自强也). 그러므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고왈교학상장야·故曰敎學相長也).” 『예기(禮記)』 제18편 「학기(學記)」 중에서. 신정근. 敎學相長(교학상장). 서울경제 2019년 5월 17일자 참조.
16) 공유[재] 또는 그냥 커먼즈(commons)라고도 한다. 공동의 것을 공동체가 관리하는 모델을 지칭하는 “커먼즈라는 용어의 기원은 중세시대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 농민들은 목초지나 교구의 숲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다. (…) 커먼즈란 물질이나 비물질적인 것을 인간 집단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특별한 사회관계 양식이다.” 크리스토프 아기똥(2018). 「커먼즈」. 『다른 세상을 위한 7가지 대안』. 착한책가게.
17) 서경혜(2015), 『교사학습공동체』에서 소개하고 있는 교사 전문성에 대한 전통적 접근을 요약한 것이다.
18) Reformative in-service education for teachers. 김병찬(2012), 「핀란드의 교원 현직교육 특성 분석」 참조.
19) 서경혜(2015), 『교사학습공동체』에서 소개하고 있는 교사 학습에 대한 관점을 요약한 것이다.
20) 서경혜(2015). 앞의 책. 126쪽.
21) 출처는 https://youtu.be/515TnRSD4DI. 학교를 재판정에 세운 한 혁신가(?)가 배심원단 앞에서 열정과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기소 요지를 진술한다. “배심원단 여러분, 오늘 우리는 ‘근대 학교 제도’를 재판합니다. 학교는 물고기를 나무에 오르도록 만들 뿐만 아니라 나무를 타고 내려오게도 만들고 단축 마라톤도 달리게 만듭니다. 학교는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게 자랑스럽습니까? 수백만의 사람들을 로봇으로 만들어 놓고, 그게 재미있습니까?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그 물고기 같은지 아십니까? 교실을 거슬러 헤엄쳐 가며 자신의 재능은 발견하지도 못한 채 자신이 바보 같다고 생각하고 쓸모없다고 여기게 됩니다. 하지만 이제 때가 왔습니다. 더 이상의 변명은 필요 없습니다. 저는 학교를 법정에 세워 기소합니다. 창의성을 죽이고 개성을 죽였으며 지적으로 학대해 왔습니다. 학교는 오래전 세워진 기관이며 이제 시대에 뒤떨어져 있습니다.”
22) 교육부(2015). 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별책 1]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1쪽.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다음과 같다.
가. 전인적 성장을 바탕으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진로와 삶을 개척하는 자주적인 사람
나. 기초 능력의 바탕 위에 다양한 발상과 도전으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창의적인 사람
다. 문화적 소양과 다원적 가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류 문화를 향유하고 발전시키는 교양 있는 사람
라.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세계와 소통하는 민주 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더불어 사는 사람
23) 누스페어(noosphere)는 noo(정신)와 sphere(시공간)를 결합시킨 용어로, 집단지성이 사이버 공간에서 형성한 세계를 의미한다. 피에르 레비(2003). 『누스페어』. 생각의 나무.
24) 서경혜(2015), 『교사학습공동체』에서 소개하고 있는 교사학습공동체의 유형을 요약한 것이다.
25) 서경혜(2019). 「학교단위 교사학습공동체 운동의 의의와 과제」 교육과학연구 (제50집 제2호).
26) 서민희 외(2018). 『혁신학교 성과 분석』. 한국교육과정평가원. 15쪽.
27) 서경혜(2019). 앞의 글.
28) 서민희 외(2018)는 혁신학교의 성과에 교사학습공동체가 기여한 부분을 인지적 영역과 정의적 영역으로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다. 서민희 외(2018). 앞의 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17~23쪽.
29) 성열관(2020). 향후 10년 혁신미래교육의 아젠다 모색. 서울미래교육전략토론회. 서울시교육청.
30) 성열관 외(2019). 활동이론으로 바라본 혁신학교: 학교는 어떤 공동체인가. 살림터.
31) 성열관 외(2019). 앞의 책.
32) 엥게스트롬과 사니노(2011)는 모순을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모순이란 첫째, 개인의 말 속에서 또는 사람들 사이의 말 속에서 평가가 엇갈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상황이다. 둘째, 저항, 동의하지 않음, 논쟁, 비판의 형식을 띤 갈들을 모순으로 볼 수 있다. 셋째, 모순이란 사람들이 스스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회의적인 생각에 빠진 장황이라 말할 수 있다. 넷째, 활동체계에서 주체들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아무것도 모른 채 남아 있는 상황을 모순으로 볼 수 있다. 성열관 외(2019). 앞의 책. 33쪽.
33) 성열관 외(2019). 앞의 책. 33쪽.
34) 성열관 외(2019). 앞의 책. 215~216쪽.
35) 브렌트 데이비스와 데니스 수마라는 학습 체계의 특성으로 자기 조직화, 상향식 창발, 척도로부터 자유로운 네트워크, 중층적으로 포개진 조직, 모호한 경계, 구조 결정론, 항상적인 불균형, 근거리 관계를 제시하고 있다. 복잡성 과학으로부터 출발한 이러한 개념들은 교육자치 시대의 교육실천 담론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브렌드 데이비스, 데니스 수마라(2011). 혁신교육, 철학을 만나다. 살림터. 148~159쪽.
36) 앤디 하그리브스, 데니스 셜리(2015). 학교교육 제4의 길. 21세기교육연구소.
37) 앤디 하그리브스, 데니스 셜리(2015). 앞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