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대한 배움에서 세계와 함께되기 위한 배움으로
2022년 12월 22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초⋅중등교육법 제23조제2항, 제48조 및 국가교육위원회법 부칙 제4조에 의거하여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을 다음과 같이 고시했다.
1.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별책 1】)
2. 초등학교 교육과정 (【별책 2】)
3. 중학교 교육과정 (【별책 3】)
4. 고등학교 교육과정 (【별책 4】)
5. 국어과 교육과정 (【별책 5】)
6. 도덕과 교육과정 (【별책 6】)
7. 사회과 교육과정 (【별책 7】)
8. 수학과 교육과정 (【별책 8】)
(…)
23. 전문 교과 교육과정 (【별책 23~39】)
24.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 (【별책 40】)
25. 한국어 교육과정 (【별책 41】)
교육현장에서 교육과정이라는 용어는 다양하게 쓰인다. 첫 번째는 위에서 언급하고 있는 2022 개정 교육과정처럼 ‘문서화된 교육과정’이다. 이는 학교급별 교육 내용의 체계이거나 교과들의 목록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학교에서 연간 교육계획에 따라 학년별 수업일수와 교과별 수업시수를 정하고 여기에 교과, 창의적 체험활동, 범교과학습주제 등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을 뜻한다. 이때 교육과정은 학생 입장에서는 학습해야 할 내용이고, 교사 입장에서는 가르쳐야 할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포괄적인 의미는 ‘학습 경험의 총체’이다. 학생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갖게 되는 의도되고 계획된 경험이 곧 교육과정인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중요했던 이유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총 열한 번의 국가 수준 교육과정 개정이 이루어졌다. 일곱 번째 개정까지는 1차, 2차, … 7차 개정 교육과정으로 부르다가 여덟 번째부터 교육과정이 고시된 해의 연도를 붙이고 있다. 2007 개정 교육과정, 2009 개정 교육과정에 이어 현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모든 유・초・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군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초등학교 3・4학년군과 중, 고등학교 1학년에, 2026년에는 초등학교 5・6학년군과 중, 고등학교 2학년에, 그리고 2027년에는 중, 고등학교 3학년에 순차적으로 확대되어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이 중요했었던 까닭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기후위기 시대를 관통하는 첫 교육과정이기 때문이다. 시계를 5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8년 10월 인천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채택되었다. 알다시피 이 보고서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전지구적으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하여야 하고, 2050년경에는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해야 한다는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 이후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청소년기후행동(Youth 4 Climate Action)’을 비롯하여 수많은 청소년들이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요구했다. 전국의 시도교육감들이 이에 응답하여 2020년 ‘학교환경교육비상선언’을, 2021년 교육부, 환경부, 시도교육청이 함께 ‘환경공동선언’이 이루어졌다. 국회도 응답했다. 교육기본법을 개정하여 제22조 2항에 ‘기후변화 환경교육’을 명시한 것이다.1)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지난 2021년 11월 24일 발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에 ‘생태전환교육’이 명시되었다. 생태전환교육이 뭘까? 시안에는 “지속가능한 미래 준비를 위한 핵심 소양”이자 “기후변화와 환경재난에 대응하고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하며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모든 분야와 수준에서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교육”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2일 최종적으로 고시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서 ‘생태전환교육’이 사라졌다. 2022년 8월 29일 총론 시안 발표 당시 교육부는 생태전환교육이 핵심역량이나 학교급별 교육목표 등 ‘교육과정 구성의 방향’에 비중 있게 반영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대하여 총론 문서의 성격을 고려할 때 이를 반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생태전환교육이 초‧중등교육이 나아가야 할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방향과 기준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심지어 가치중립적이지 않다고도 했다. 기후재난과 대멸종을 피하기 위해서는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는 보는 교육부의 시각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이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하여 생태전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ㆍ실시하여야 한다”고 명시한 교육기본법 22조를 스스로 부정하는 형국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이념은 교육이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생태전환교육은 인류공영의 이상 실현을 위한 첫발이 될 수 있었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 문제로 근심하고 있는 이때 대한민국이 먼저 생태전환교육이라는 미래교육의 비전을 밝힐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꿈은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전환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말 모든 희망이 사라진 걸까? 아니, 생태전환교육이 총론 문서에 명시되었다면 “기후변화와 환경재난에 대응하고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하며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모든 분야와 수준에서의 생태적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되었을까? 교육과정에 하나의 용어를 삽입하는 것을 넘어 교육과정 문서가 공교육에 작동하는 낡은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떻게 전환해야 할지 몰라 더 외면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새로운 상상력이다.
2020년 7월 16일 루이자 뉴바우어, 그레타 툰베리, 아뉘나 데 베버 반 데르 헤이덴, 애들레이드 샤를리어는 유럽연합 정치지도자 및 국가 수장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의 시스템은 ‘고장 난’ 것이 아닙니다. 현 체제는 그것이 정확히 해야 하는 일, 고안된 대로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더 이상 ‘수리’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합니다.”2) 그러고 보니 청소년 기후행동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교육 시스템의 생태적 전환이 필요함에 공감하고 이를 위한 교육청 내부의 기후위기 대응 방안 그리고 교육 시스템이 스스로 기후위기 대응을 할 수 있기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주세요.”3)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고장 난 것이 아니다. 정확히 설계된 대로의 일을 하고 있다. 그것은 수리할 수 없다. 새로운 교육 시스템(교육 시스템의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는 사실상 2050년까지 탄소문명에서 탈탄소문명(혹은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한 실행전략을 제시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의 전환도 이와 같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에게 이미 전환의 전략을 제시한 문서가 있지 않을까? 질문의 답은 ‘그렇다’이다.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교육의 전환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OECD 교육 2030: 미래교육과 역량」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모든 학습자가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하고,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개인과 공동체, 지구의 안녕(Well-being)에 기초한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라고 말한다.4) 개인을 넘어 공동체, 공동체를 넘어 행성 차원의 안녕을 교육의 목적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 보고서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OECD 2030 학습나침반’은 2030년과 그 이후의 좋은 삶을 위해 필요한 역량을 포괄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교육이라는 것을 학생이 나침반을 들고 부모, 동료, 교사, 부모, 지역사회의 지원과 협력 속에서 ‘웰빙 2030’으로 향하는 여정으로 묘사하고 있는데5), 이처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평이한 그림으로 표현하면서도 국가별 상황에 맞게 세부사항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학습나침반을 교육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서사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일이다. 두 가지 정도의 활용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는 ‘지구의 안녕’이며, 두 번째는 ‘행위주체성과 변혁적 역량’이다.
지구의 안녕(Well-being of the planet)
지구의 안녕을 위해서 교육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음 두 가지 그림을 생각해 보자. 먼저 요한 록스트룀과 오웬 가프니가 『브레이킹 바운더리스』에서 제시하고 있는 ‘지구 위험 한계선(Planetary Boundaries)’이다. 저자는 인류가 안전하게 생존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 되는 시스템을 9가지로 구분하고 각각의 한계선을 정의했다. 9가지는 ①기후 변화, ②인간이 만들어 낸 신물질(화학 물질), ③성층권의 오존층 파괴, ④대기 중 에어로졸 농도, ⑤해양 산성화, ⑥질소·인 같은 영양소의 생물-지구 화학적 순환, ⑦담수 사용량, ⑧토지 사용의 변화, ⑨생물 다양성이다. 저자들은 이 중 네 가지 즉, 기후, 영양소, 토지, 그리고 생물 다양성이 한계선을 이미 벗어났다고 말한다.
다음으로는 2015년 제70차 UN총회에서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한 의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이다. ‘2030 지속가능발전의제’라고도 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것(Leave no one behind)’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십이라는 5개 영역에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발전목표 4번은 교육에 관한 목표로서 이 중에서도 SDG 4.7은 교육의 목적과 질을 다루는 SDGs의 핵심 세부목표 중 하나이다. 2030년까지 모든 학습자들이 지속가능발전 및 지속가능한 생활 방식, 인권, 성평등, 평화와 비폭력 문화 증진, 세계시민의식, 문화다양성 및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문화의 기여 등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식 및 기능의 습득을 보장하고 있다. SDG 4.7의 이행 및 국제협력의 이해를 위해 시행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SD)과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 GCED)이다. 지속가능발전교육이란 ‘지속 가능한 미래와 사회 변혁을 위해 필요한 가치, 행동,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교육’을 의미하며, 세계시민교육은 ‘학습자들이 더 포용적이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식, 기능, 가치, 태도를 길러주는 교육’을 의미한다.
행위주체성과 변혁적 역량
행위주체성(Agency)이란 학습자가 세계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과 사건,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책임감을 스스로 의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참여’란 지식이 생산되는 집단적 과정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역동성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그 안에서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의식’이란 학습의 문화적 차원과 관련된 것으로 기존 행동 패턴 속에 스며 있는 특권화와 편파성을 인식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행위주체성이란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의 행위는 상호의존성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실뜨기와 같다는 것을 의식하며 주체들의 행위에 참여하는 것이다.6) 따라서 행위주체성은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적 행위주체성(Co-agency)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OECD 2030 학습나침반에서 말하는 협력적 행위주체성은 동료, 교사, 부모 및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의미하지만 이것은 생태적 전환의 관점에서 보다 확장될 수 있다.
기후위기, 생물 다양성 손실과 같은 전 지구적 도전에 직면하여 청소년들은 개인, 공동체, 그리고 지구의 안녕과 지속가능성을 성취할 수 있어야 한다. OECD 2030 학습나침반은 이를 변혁적 역량(Transformative Competencies)이라고 표현하면서 새로운 가치 창출(creating new value), 갈등과 딜레마 조정(reconciling tensions and dilemmas), 책임의식(taking responsibility)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새로운 가치 창출’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한 혁신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현재의 상태에 의문을 품고, 다른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틀에서 벗어난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갈등과 딜레마 조정’은 모순되거나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생각・논리・입장 사이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행동의 결과를 단・장기적 관점에서 짚어보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책임의식’은 자신의 행동을 자신의 경험과 교육, 개인적・윤리적・사회적 목표에 비추어 성찰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2050년까지 달성해야 할 교육의 전환: 세계와 함께 되기 위한 배움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는 2020년에 『세계와 함께 되기 위한 배움: 미래 생존을 위한 교육』을 발표했다. 이는 UNESCO(2021)의 『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을 위한 기초연구로서 2050년 이후의 교육에 대한 7가지 비전을 선언의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이 짧은 논문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첫째, 인간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은 동일하다. 둘째, 인간을 세계와 분리시킨 채 지속가능한 미래를 달성하려는 어떤 시도도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셋째, 교육은 상호의존적인 세계에서 우리의 위치와 행위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미래 생존을 위한 교육의 7가지 비전을 순서대로 살펴보자.
1. 2050년까지 우리는 교육과 인본주의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하고 재구성한다. 인본주의의 사명 - 정의를 증진하는 것 - 의 가장 좋은 측면은 보존하면서 그 범위를 인간 또는 사회적 틀의 배타성 너머로 확장한다. (By 2050, we have critically reassessed and reconfigured the relationship between education and humanism. We now retain the best aspect of education’s previous humanist mission – to promote justice – but extend it beyond an exclusively human or social framework.)
2. 2050년까지 우리는 인간이 생태계 속에 편입되어 있다는 것, 즉 인간이 단순한 사회적 존재가 아닌 생태적 존재라는 것을 인식한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모든 교육과정과 교수법은 생태적 의식에 확고하게 기반을 두게 된다. (By 2050, we have fully acknowledged that humans are embedded within ecosystems and that we are ecological, not just social, beings. We have dissolved the boundaries between the ‘natural’ and ‘social’ sciences, and all curricula and pedagogies are now firmly grounded in an ecological consciousness.)
3. 2050년까지 우리는 인간 예외주의를 전파하는 수단으로 교육을 사용하는 것을 중단한다. 우리는 행위(agency)란 관계적이고 집합적으로 분산되어 있으며 인간을 넘어서는 것임을 가르친다. (By 2050, we have stopped using education as a vehicle for promulgating human exceptionalism. We are teaching that agency is relational, collectively distributed, and more-than-human.)
4. 2050년까지, 우리는 교육에 있어서 인간 발달론적 틀에서 벗어난다. 개인주의를 옹호하는 대신에 집단적인 성향을 함양하여 인간 뿐만 아니라 인간-너머-존재들과의 관계를 회복한다. (By 2050, we have discarded education’s human development/al frameworks. Instead of championing individualism, we now foster collective dispositions and convivial, reparative human and more-than-human relations.)
5. 2050년까지, 우리는 세계 속에서 살고 배운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교육학은 더 이상 세계를 ‘밖’에 두고 우리가 배우는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세계와 함께 되기를 배우는 것은 상황적 실천이며, 인간-너머-존재들과의 교육학적 협력이다. (By 2050, we have recognized that we live and learn in a world. Our pedagogies no longer position the world ‘out-there’ as the object we are learning about. Learning to become with the world is a situated practice and a more-than-human pedagogical collaboration.)
6. 2050년까지, 우리는 교육에 세계주의적 역할을 다시 부과하게 된다. 이것은 인본주의적, 인도주의적, 인권적 관점에서 주장하는 보편주의나 인간중심주의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By 2050, we have re-tasked education with a cosmopolitical remit. This has moved it far beyond the universalist and anthropocentric claims of humanist, humanitarian, and human rights perspectives.)
7. 2050년까지, 미래의 생존을 위한 교육의 목표는 이 손상된 지구를 회복시키기 위한 집단적 윤리를 우선시하도록 이끌게 된다. (By 2050, the goal of education for future survival has led us to prioritise an ethics of collective recuperation on this damaged Earth.)
교육의 지동설: 인간은 세계의 중심이 아니다
2008년 에콰도르는 자연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세계 최초의 헌법을 제정하고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우리들은 다양성 안에서 시민적 공생의 새로운 방식과 자연과의 조화, ‘좋은 삶(el buen vivir)’에 도달하기 위하여 수막 카우사이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8) 케추아어로 ‘자아가 실현된 삶’, ‘온화한 삶’, ‘조화로운 삶’, ‘숭고한 삶’, ‘포용하는 삶’ 또는 ‘삶의 지혜’와 같은 복합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수막 카우사이(Sumak Kawsay)는 “우리 자신, 다른 공동체들, 그리고 자연과 조화로움을 유지하는 삶”을 의미한다. 수막 카우사이에서 전체를 일컫는 개념을 ‘파차(Pacha)’라고 하는데, 이 개념은 인간과 동물과 식물의 세계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태양과 달과 별이 사는 위 세상과 죽음과 영혼이 머무는 아래 세상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9)
파차는 생물과 무생물의 구분이 없다. 모든 것에는 생명이 깃들어 있다. 생명은 전체를 이루는 서로 다른 것들이 상호작용함으로써만 설명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과 자연의 분리도 없다. 우리는 모두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가 태양계의 중심이 아니라 태양계에 포함된 하나의 행성이라는 사실을 주장하여 근대 자연과학의 획기적 전환을 가져왔듯이, 이제는 파차와 같이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 세계에 포함된, 인간-너머-존재들과 연결된 상호의존적 존재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간-너머-존재를 배제하고 오로지 인간을 중심으로 설계한 근대 교육체제 역시 수명을 다했다. 더 이상 기존의 교육체제를 수리해서 사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과거와의 근본적 단절이 필요하다.
비록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생태전환교육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기후변화와 환경재난에 대응하고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하며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모든 분야와 수준에서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교육”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단초는 2020년에 발표된 UNESCO 보고서 『세계와 함께 되기 위한 배움: 미래 생존을 위한 교육』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인류의 미래 생존을 위해서는 ‘세계에 대한 배움(learning about the world)’에서 ‘세계와 함께 되기 위한 배움(learning to become with the world)’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그러니 당당하게 말하자. “그래도 생태전환교육은 계속된다.”
1) 제22조의2(기후변화환경교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국민이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하여 생태전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ㆍ실시하여야 한다.
2) “Our current system is not ‘broken’ – the system is doing exactly what it’s supposed and designed to be doing. It can no longer be ‘fixed’. We need a new system.
3)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참여마당 정책제안 게시판 <Re: 전국 교육청들의 공동 기후위기비상선언을 요청드립니다>
4) “We are committed to helping every learner develop as a whole person, fulfil his or her potential and help shape a shared future built on the well-being of individuals, communities and the planet.”
5) 학습나침반이 나온 해가 2018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2030년은 나침반을 들고 있는 학생이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는 해임을 알 수 있다.
6) “실뜨기는 이야기를 닮았다. 실뜨기는 참여자들이 취약하고 상처 입은 지구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떻게든 패턴을 제안하고 실행한다.” 도나 해러웨이(2021). 『트러블과 함께하기: 자식이 아니라 친척을 만들자』 21쪽.
7) UNESCO(2020), 「미래 생존을 위한 교육: 지구와 함께 되기 위한 배움(Learning to become with the world: Education for future survival)」
8) 조영현(2020). 「안데스 삶의 철학이자 방식인 수막 카우사이(Sumak Kawsay)」. 대학지성 In & Out.
9) 파블로 솔론 외(2018). 『다른 세상을 위한 7가지 대안』 24쪽
이 글은 『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 물 7호: 여성, 살림, 정치』(2023년 3월 10일 발행)에 수록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