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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Dec 01. 2024

AIDT가 우려되는 이유

공립중등학교 교장의 시각에서

AIDT가 우려되는 이유들은 무척 많다. 하지만

공립 중학교 교장의 관점에서만 정리해보았다.



1. 교과서라는 문제


AIDT의 법적 지위가 '교과서'라고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다. 맞다. 교과서다. 교과서는 표준획일화교육의 산물이다. 모든 학교에서 이것을 사용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이 사용해야 하는 만큼 접근성 격차의 관점에서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에게 디지털 도구를 강제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학교에서 아이들이 AIDT를 접하고 "우와! 정말 신기한데!"라고 환호성을 지를 리 만무하다. 또한 한정된 시간 자원 속에서 무엇을 얻는다는 것은 무엇을 잃는다는 것과 동의어이다. 교사의 선택지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2. 교사 전문성의 문제


넓은 시야에서 볼 때 디지털 도구는 수업혁신을 북돋는다. AIDT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마치 이 원리를 모르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문제는 '수업혁신'의 흐름 속에서 교육철학-교수학습이론-수업실천이라는 10년 넘게 쌓아온 빅데이터에 날마다 변화, 발전하는 디지털 도구를 덧붙이는 일은 매우 쉬운 반면, 그 모든 기존의 성과를 날리고 AIDT를 중심에 두는 것은 교사를 전문가에서 비전문가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즉, 교사의 수업 전문성이 교사로부터 AIDT 정책을 추진하는 관련 기관으로 이관될 수 있다. 이제 AIDT를 활용한 수업 실천 사례들은 관련기관의 '업적'이 될 것이다.



3. 수업 혁신의 문제


1과 2의 연장선 속에 있는 이야기인데, 지금까지의 수업 혁신의 방향은 교과서를 탈피하여 교육과정을 중심에 두는 것이었다. 이것은 국가교육과정의 강고한 틀을 흔들어 학교교육과정 및 교사교육과정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나타났다. AIDT는 그 흐름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AIDT의 자율성은 교육부 손바닥 안의 자율성이다. AIDT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교사와 학생의 수업 자율성은 위축될 것이다.



4. 교육 예산의 문제


내년도 교육 예산이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학교에서 이것은 '썰'이 아니라 피부로 체감되고 있다. 우선 학생수는 그대로인데 학급 수가 두 학급 줄어들 것이라고 통보받았다. 대규모 교원 감축 때문이다. 이는 학급당 학생수의 증가로 이어진다. 가정에서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 자해, 자살 시도 등 심각한 심리, 정서적 위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교육여건이 열악해지는 것이다. 기초학력 예산, 협력교사제 예산이 줄어들거나 없어진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이것이 혹시 AIDT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벌어진 일은 아닌가?



5. AIDT로 소요되는 예산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다. 영림중학교 학생수가 약 500명이다. 종이책이 한 권에 1만원이라면 내년도 수학 교과서를 구입하는데 500만원이 소요된다. 그런데 학생 1인당 AIDT 월간 구독료가 5000원이라고 치자. (아마 이것보다 더 비쌀 것이다.) 연간 소요되는 총 금액은 3,000만원이다. 수학 한 과목이 이러하니, 수학, 영어, 정보로 확대하면 9,000만원 이상이 추가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이 예산은 어떻게 마련하는 걸까? 혹시 이것 때문에 다른 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6. 학생 평가의 문제


AIDT가 사실상 AI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AI라는 수식어를 떼는 것이 정직한 것일테고, AI적인 요소가 조금이라 포함되어 있다면 학생들의 학습데이터를 수집, 분석, 및 해석하는 과정이 있을테니 이는 필연적으로 학생 개인 정보 유출의 문제와 연결이 된다. 학생에 따라 생각하는 사물로서의 AIDT를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 있고, 인간이 AI에게 다소 비협조적으로 대응했다고 하여 AI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면 - 교과에 열정과 관심이 적다거나 등등 - 이는 대단히 우려되는 신호를 주게 된다. AI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AI가 인정하는 기준에 인간의 행동이 종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7. 업무 증가의 문제


AIDT는 교무부 업무인가? 연구부 업무인가? 정보부 업무인가? 어쨌든 누군가가 이 업무를 맡아서 해야 한다. 업무가 증가하는 것이다.



8. 결론적으로


이런 여러가지 우려들로 인해서 나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 교사와 학생들은 실험도구가 아니다. 아직 아무것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학생과 교사를 불필요한 모험 속으로 몰아넣고 싶지 않다. (항상 그래왔듯이) 선량한 교사들이 애써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모든 업적은 위에서 가져갈 것이다. 그러나 (항상 그래왔듯이)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모두 현장에서 책임져야만 할 것이다. 제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무책임한 생각은 하지마라. 학교는 이것 말고도 해야할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9. 지겹다


기회가 될 때마다 공립중등학교 교장으로서 혹은 수학교사로서 AIDT에 대해 우려되는 지점들에 대한 의견을 표명해왔다. 이제는 더 이상 얘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여기에 더 이상 시간을 쏟고 싶지 않다. 아마도 대부분의 학교 현장에서는 AIDT에 대한 피상적 이해 속에서 이를 선정하게 될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실체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선정하고 쓰거나 쓰지 않거나. 나중에 비싼 예산을 들여서 AIDT를 보급해 주었는데 왜 학교 현장에서는 아무도 쓰지 않느냐고 학교를 탓한다면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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