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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봤어 지구에게? 들어봤어 지구 목소리?

위기의 지구를 위한 특별한 과학 수업

by 윤상혁

함께 읽는 책 No. 51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2025), 『지구가 권리를 가지는 날에는



이 책은 위기의 지구에서 과학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미래 세대와 함께 질문하고 고민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태도다. 문제가 일어난 원인부터 제대로 바로 잡아야 한다. 그 출발은 다름 아닌 ‘물어보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청소년들에게 낯선 질문을 던진다. “인간에게 인권이 있다면, 동물, 식물, 산과 강, 자연의 모든 존재에게도 권리가 있을까?” 우리에게는 당연했던 ‘권리’가 오늘부터 지구에게도 생긴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자는 것이다. 인간에게만 권리가 있을까? 나무가 소송을 할 수 있을까? 강이 권리를 가지면 무엇이 달라질까? 꿀벌에게 시민권을 주면 어떻게 될까? 안마도의 사슴은 자유로울까? 설악산 산양은 왜 마을로 내려왔을까? 세균, 곰팡이, 파도, 달…… 자연의 권리는 어디까지 확장될까?


사실 어떤 존재가 권리를 인정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간을 물건처럼 취급하던 노예 제도는 모리타니를 마지막으로 2007년에야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세계인권선언도 1948년에야 탄생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체결된 것은 1989년이며, 세계 모든 나라의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을 가지게 된 것은 불과 10년 전인 2015년이다. 이처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차별받아 오던 끝에 최근에서야 인간으로서 보편적 권리를 인정받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해온 인간 너머 존재들의 권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자연은 사람이 아니니까 ‘당사자’가 될 수 없고 그래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이미 법에서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존재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회사나 단체를 ‘법인(法人)’으로 부르며 법적인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의 권리를 법적으로 인정한 사례는 없을까? 있다. 뉴질랜드 의회에서 2017년에 통과된 ‘황거누이강 합의법’이 바로 그것이다. 황거누이강을 훼손하거나 오염시키면 사람에게 범죄를 저지를 것과 동일한 처벌을 받는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사례가 진행 중이다. 제주남방큰돌고래가 생태법인으로서 법적 권리를 지니게 되는 날을 보게 될지 모른다.


도심 속 꿀벌이 이웃 시민이 되고, 파도가 떠밀려와 완벽하게 부서질 권리를 가지고, 곰팡이, 바위, 지구 위 모든 존재가 온전히 자신답게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될 때, 즉 지구도 권리를 가지는 날에 진정한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인간 비인간을 넘어 드넓은 우주 속 지구와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목소리를 내는 내일을 꿈꿔보자.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2025), 『지구가 권리를 가지는 날에는』


진화는 어떤 더 나은 존재를 위해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이 증가하는 과정이에요. 즉 생명체의 형태, 특징, 살아가는 방식 등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풍성해지는 과정이랍니다. 만약 진화를 통해서 현재 지구에 살아남은 것이 인간 딱 한 종이라면 진화를 진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지구에서는 수십억 년 동안 바이러스부터 박테리아, 소나무, 문어, 쥐, 침팬지까지 다양한 생물종이 각자 고유한 방식으로 태어나 성장하고 번식하며 생존해 왔어요. (178~179쪽)




이 글은 환경정의가 주관하는 제24회 환경책 큰잔치 <2025 올해의 환경책> 서평입니다. '2025 올해의 환경책'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출간된 환경책 중에서 일반 12종, 청소년 12종, 어린이 12종 등 총 36종이 선정되었으며 전체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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