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 흥미가 있으나 성적은 중위권인 예비 고등학생을 위한 실용적인 조언
어떻게 해야 수학을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수학을 잘 할 수 있나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사실 이 질문은 무척 애매해서 답변도 애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마다 수학을 ‘잘 한다/못 한다’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타기를 예로 들어볼까요? 자전거를 아예 탈 줄 모르는 사람이 있고,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는 타지만 두발 자전거는 타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보조바퀴 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사람도 실력이 천차만별이기는 만찬가지입니다. 넓은 공원에서나 간신히 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좁은 길을 요리조리 헤쳐 나가거나 심지어는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수학을 잘하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여러분이 잘하는 무언가를 떠올려 보세요. 여러분은 자전거를 탈 줄 아시나요?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게 이해가 잘 되지 않을 거여요. 하지만 자전거를 탈 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전거 타기? 그거 정말 쉬워. 너도 할 수 있어!” 라는 말을 아무리 들어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죠. 결국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1) 자전거 타는데 흥미가 있어야 하고
(2) 자전거가 움직이는 메커니즘을 익혀야 하며
(3) 자신의 자전거 실력에 맞는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수학공부도 자전거 타기와 같습니다. 일단은 수학에 대한 흥미가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는 수학의 핵심 개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현재 상황에 어울리는 적절한 학습법으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지요.
학생은 수학에 흥미는 있으나 시험 볼 때마다 시간이 부족해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조금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현실적인 조언을 드릴게요. 시간에 맞추어 해결하는 것도 실력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각 개념마다 어떤 문제 유형이 있는지를 파악하여 정리하고
둘째, 정해진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게 있어요. 바로 융통성 또는 순발력이에요. 그러한 융통성/순발력은 넓고 깊은 배경지식에서 나옵니다. 이걸 ‘기초’라고도 하죠. 기초는 쉽게 쌓이는 게 아니라서 너무 시험에 연연하지 말고 평상시에 뚝심 있게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해요.
수학이라고 다 같은 수학이 아니다
수학이라고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다 같은 수학이 아닙니다. 국어에도 운문이 있고 산문이 있죠. 산문은 또 소설, 수필, 논설 등으로 다시 나눌 수 있고요. 미술은 또 어떤가요? 크게 회화와 조소로 나누어지고 회화는 다시 동양화와 서양화로 나누어지죠. 수학도 마찬가지랍니다. 수학은 크게 ‘대수’, ‘기하’ 그리고 ‘확률과 통계’ 나누어집니다. 대수는 다시 ‘수와 연산’, ‘문자와 식’, ‘함수’로 나누어지죠. 그래서 중・고등학교 수학은 다음과 같이 크게 다섯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어요.
(1) 수와 연산
(2) 문자와 식
(3) 함수
(4) 기하
(5) 확률과 통계
각 분야마다 역사적으로 발생한 시기도 다르고 발달한 과정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공부하는 방법도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어떤 한 영역을 잘 모르면 그 영역과 같은 계통에 있는 이전 단계를 살펴서 보완을 해야 하는 거죠.
고등학교 수학(상)의 경우
이제부터 고등학교 수학(상) 이야기를 해볼게요. 고등학교 수학(상)에서 배우는 내용은 (2)문자와 식과 (4)기하에요. 고등학교 수학(상)에서 배우는 내용의 핵심개념은
① 방정식과 부등식의 해를 구하는 것
② 점, 직선, 원 등의 도형을 좌표평면에 방정식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명심할 점은 고1수학이 12년 수학과 교육과정 중에서 가장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배워야 할 개념이 너무나 많다는 거여요. 전반적으로 고1수학은 진검승부를 펼치게 될 고2수학을 위한 기초 닦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단원별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살펴볼까요?
‘다항식’에서는 무엇이 중요한가
전반적으로 중학교 3학년 때 배웠던 다항식의 연산을 복습하면서 심화하게 됩니다. 초등학교로 치면 구구단 외우듯이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해요.
① (다항식)÷(다항식)을 처음 배웁니다. 조립제법을 잘 연습해야 합니다.
② (수)÷(수)에서 나머지가 발생하듯이 (다항식)÷(다항식)에서도 나머지가 발생한다는 걸 배우는 게 어렵습니다.
③ 공포의 인수분해. 중학교 때 4가지 유형을 배웠으나 6가지가 더 나오죠. 여기 반복해서 익히고 암기하는 수밖에 없어요.
‘방정식과 부등식’에서는 무엇이 중요한가
전반적으로 이 단원에서 배우는 내용은 뒤의 Ⅲ단원과도 연결되고 고2 때 배우는 미적분과도 연결이 많이 됩니다. 이해하는 것이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지만 자잘하게 알고 넘어가야 할 개념들이 무척 많습니다.
① 수의 체계가 복소수로 확장됩니다. 이 말은 복소수에서 사칙연산이 성립한다는 뜻이에요. 당연히 복소수의 사칙연산을 모두 배워야겠죠.
② 중3 때 배웠던 이차방정식과 이차함수를 연결하여 사고하게 됩니다. 어떨까요? 맞아요. 어려워요.
③ 3차방정식, 4차방정식은 인수분해와 인수정리를 자유자재로 사용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④ 연립이차방정식은 중2 때 배웠던 연립방정식의 개념이 잡혀있으면 어렵지 않아요.
⑤ 연립일차부등식, 이차부등식, 연립이차부등식도 새로운 개념이라 처음 접할 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개념을 잘 잡아야 합니다.
‘도형의 방정식’에서는 무엇이 중요한가
데카르트가 고안한 좌표평면에 의해 점과 선(직선과 원)이 이름을 얻게 되는 과정입니다. 수학사적으로 기하학과 대수학이 만나는 아주 멋진 부분인데 학생들에게는 그만큼 고도의 추상적 사고 훈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좌표평면에 의해 도형의 이름(방정식)이 생기면서 그걸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학의 언어를 배우는 단계입니다. 익숙하게 구사할 때 까지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① 평면좌표 : 먼저 점과 점사이의 탐구. 두 점 사이의 거리, 내분점/외분점 구하기를 배웁니다. 여기도 거의 암기하듯이 빨리 계산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② 직선의 방정식 : 중3 때 배웠던 내용입니다. 기초가 탄탄하면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습니다.
③ 두 직선의 위치관계 : 중학교 1학년 때는 그냥 위치관계만 배우죠. 그런데 이제 그림으로 나타내지 않고도 단지 식을 통해 나타낼 수 있게 됩니다.
④ 원의 방정식 : 원을 방정식으로 나타내는 방법을 처음 배웁니다. 당연히 쉽지 않겠죠.
⑤ 두 직선의 위치 관계, 원과 직선의 위치 관계를 배우면서 평행이동에 대한 개념이 좀 잡히면 본격적으로 도형의 이동에 대해 배웁니다. 다양한 이동들을 직접 그려가면서 분류해보고 식으로 나타내보는 작업이 반복됩니다. 저는 이게 싫지만은 않았거든요? 학생도 힘내시기 바랍니다. 어느덧 수학 상도 끝이니까요.
먼저 수학을 공부한 학생으로 드리는 조언
첫째, 수학은 개념의 모험이다.
수학이 힘들고 어려운 것을 혹시라도 본인의 머리가 나쁘다던가 그런 의심 추호도 하지 마세요. 수학이 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거 맞습니다. 고1수학은 수학적 진리 탐구의 힘든 여정이에요.
둘째, 수학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손쉽게 수학적 개념이라는 과실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마세요. 생각을 던지고 실패하고 또 던지고... 그러다가 퍼뜩 이해가 되는 순간이 옵니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수학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요.
셋째, 집중해서 반복하라, 반복해서 집중하라.
여러 가지 책으로 공부하기보다는 본인에게 잘 맞는 단 하나의 책을 꾸준히 공부하세요. 어차피 문제유형은 정해져 있어요. 중요한 건 그걸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수학문제집은 쓰고 버리는 게 아니고 본인의 전략전술집입니다. 그곳에 자신의 노력의 과정을 담아야 합니다.
John von Newmann이라는 수학자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만약 사람들이 수학이 단순하다고 믿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람들이 인생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학이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세상살이만큼 어렵겠느냐는 뜻일 텐데요. 확실한 것은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단순히 수능성적과 대입당락을 넘어선다는 거여요. 어렵고 고달픈 과정이지만 잘 극복해서 ‘수학적 사유의 힘’을 키워나가길 소망합니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