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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May 10. 2020

코로나-19 시대의 교육 3

인간 안보와 K-교육

인간 안보


오늘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인간 안보'의 개념을 언급했다. 이 개념이 언급된 맥락을 충분히 살피기 위해 관련된 부분을 넓게 인용한다.


넷째,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연대와 협력의 국제질서를 선도해 나가겠습니다. 우리가 방역에서 보여준 개방, 투명, 민주의 원칙과 창의적 방식은 세계적 성공모델이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 낸 것입니다. 봉사하고 기부하는 행동, 연대하고 협력하는 정신은 대한민국의 국격이 되고 국제적인 리더십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호평은 우리의 외교 지평을 크게 넓혔습니다. 우리나라가 국제협력의 중심에 서게 되었고, G20, 아세안+3 등 다자무대에서도 대한민국의 위상이 몰라보게 높아졌습니다.

이 기회를 적극 살려나가겠습니다. 성공적 방역에 기초하여, ‘인간안보(Human Security)’를 중심에 놓고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국제협력을 선도해 나가겠습니다. 오늘날의 안보는 전통적인 군사안보에서 재난, 질병, 환경문제 등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요인에 대처하는 ‘인간안보’로 확장되었습니다. 모든 국가가 연대와 협력으로 힘을 모아야 대처할 수 있습니다. 동북아와 아세안, 전세계가 연대와 협력으로 인간안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가도록 주도적 역할을 하겠습니다. 남과 북도 인간안보에 협력하여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되고 평화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합니다.



인간 안보는 군사력 위주의 전통적인 국가 안보 개념에서 벗어나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중시하는 안보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유엔 개발 계획의 1994년 인간 개발 보고서에서 처음 제시되었으며, '공포로부터의 자유'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초점으로 삼고 있다. 인간 안보 개념은 군사적 위협과 같은 국가안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탈냉전 이후 부각된 내전, 기아, 빈곤, 인종 청소 등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규범으로 주창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후 유엔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제기구와 지역기구 및 국가들이 각자의 독특한 규범과 이익의 조합으로 인간안보를 논의하였다.


이혜정과 박지범(2013)은 <인간안보: 국제규범의 창안, 변형과 확산>에서 "인간안보 개념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 니라 국제환경의 맥락에 따라 계속 변화하고 있으며, 확산 과정에서는 인간안보가 지역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조응하여 변이된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분석에 따르면 "최초의 인간안보를 주창한 유엔개발계획(1994년)은 국가주권에 도전하여 국가주권의 절대성을 부정하였지만 이후 인간안보를 제시한 인간안보위원회(2003년)와 유네스코(2008년)는 국가주권과 타협하여 인간안보를 국가주권과 양립 가능한 개념으로 변형시켰고, 나아가 반기문 사무총장(2010, 2012년)은 국가주권에 투항하여 인간안보를 국가주권 을 강화시키는 개념으로 제안하였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인간 안보의 개념에 재난과 질병을 넘어 환경문제와 남북문제가 포함된 것이 이채롭다.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단순히 코로나의 종식에 국한하지 않고 코로나 시대를 건너는 동안 전세계에 보여준 우리사회의 역량을 연대와 협력의 기반 아래에서 계속 연장 및 확대시켜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류의 생존이 달린 범세계적 위기로서의 '환경문제'와 민족의 생존이 달린 지정학적 위기로서의 '남북문제'를 병치함으로써 포스트코로나 담론이 단순히 경제적/기술적 이슈로 축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우리 사회가 지닌 힘은 무엇인가


여기서 우리사회가 전세계와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는 컨텐츠가 무엇인지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는 성찰을 내재화한 방역시스템이다. 알다시피 우리나라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다른 나라에 비해)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던 까닭은 '메르스 사태'와 같은 과거의 감염병 국면에서 얻은 교훈을 시스템에 반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자체가 어마어마한 역량이다.


최근 코로나 정국에서 상대적으로 교육계의 대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국가-교육부-교육청-학교라는 선형적/국가주의적 위계질서와 학교를 포함한 마을교육공동체 속에서의 학교자치라는 새로운 질서가 서로 충돌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봐야 한다. 양 끝단에 존재하는 교육부와 학교가 서로 반대되는 이유로 비판의 포화를 맞고 있지만 교육청이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코로나 정국에서 제 역할을 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는 문재인 대통령도 언급한 우리 사회의 투명성과 민주주의이다. 코로나 시대를 건너는 동안 국민들이 보여준 역량은 2016년의 촛불이 재점화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는 한일 역사문제에 대하여 정공법을 택한 정부와 이에 대한 일본의 반발과 경제보복 그리고 이에 대한민국 사회가 - 시민사회의 'No-아베 운동'을 포함하여 - 의연하게 대처한 장면과 일정 부분 겹쳐진다. 무엇보다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정상적으로 치러진 21대 국회의원 선거의 과정과 결과는 국내외적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전세계적 기준이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두 가지, 즉 K-방역과 K-민주주의는 당분간 전 세계가 본받고 싶은 국제적 모델이 될 것이다. 또한 이것은 대한민국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민주주의와 투명성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개념설계를 위한 일종의 빅데이터의 공간이 된다. 그러나 그 속에서 분출하는 다양한 발산의 에너지들은 K-방역과 같은 성찰을 내재화하는 시스템과 만나 수렴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최근의 코로나 정국 속에서 우리도 모르게 그러한 역량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교육을 설계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교육은 K-방역, K-민주주의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K-방역은 그렇게 뛰어난데, K-에듀파인은 왜 그 모양이냐는 자조 섞인 농담이 회자되기도 한다. 물론 K-에듀파인은 K-교육의 극히 일부분에 해당될 뿐이다.)  과연 우리는 K-방역, K-민주주의에 버금가는 K-교육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이라는 개념을 설계해낼 수 있을까? 이를 위해 몇 가지 고민의 지점들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째, 학교의 구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흔히 학교의 3주체를 학생-교사-학부모라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 정국을 통해 학교의 구조가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둘째, 교육부-교육청-학교의 역할분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원격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과거의 선형적/수직적 구조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셋째, 교육자치와 학교자치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 정국에서 시도교육청들이 - 지자체들과 협력하여 긴급하게 온라인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외견상으로는 교육부의 통제와 시도교육청의 종속이 더욱 강화된 느낌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역시 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넘어 대안을 제시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언급한 '인간 안보' 개념을 교육계가 어떻게 반영할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1)교사와 가르침, 2)청소년과 배움, 3)디지털 리터러시, (4)인공지능과 인간, 5)기후위기와 생태적 전환, 그리고 (6)(고등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 개혁이라는 여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논의를 확장/심화시켜 나갔으면 한다.



인간 안보와 K-교육


인간을 국가 안보를 위한 자원으로 보지 않고 인간 자체를 안보의 중심에 두었다는 점에서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인간 안보'의 개념을 대한민국 교육계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특히 인간 안보의 개념에 생태와 평화를 포함시켰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일 뿐 아니라 소위 '기후위기 악당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진정 K-교육이 전세계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평화의 문제와 생태환경의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 인간 안보의 핵심 중의 핵심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인간 안보의 개념에 생태와 평화를 포함시켰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일 뿐 아니라 소위 '기후위기 악당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진정 K-교육이 전세계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평화의 문제와 생태환경의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 인간 안보의 핵심 중의 핵심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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