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0년 넘게 홀로 여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여행작가의 삶을 살면서 가장 치열하게 여행했던 곳은 다름 아닌 내 방이었다. 극심하게 덥거나 추웠고 벌레가 들끓거나 하수가 역류했다. 사춘기에 막 접어든 소녀처럼 베개에 머릴 대면 눈물을 흘리는 밤들이 이어졌다. 잠이 오지 않는 밤마다 나는 지금 낯선 도시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룸에 있다고 최면을 걸었다. 그리고 읊조렸다. 여행을 끝내고 집에 가고 싶다고.
병원을 개조한 개봉동 고시원 방, 재개발로 쫓겨나듯 나온 홍제동 다가구 주택, 곰팡이와 바퀴벌레가 자꾸만 증식하던 봉천동 다가구 주택을 거쳤다. 그러는 동안 경주, 루앙프라방, 씨엠립, 바간, 치앙마이를 드나들었다. 패망한 왕조의 도시에서 벽도 천장도 허물어진 절터와 우두커니 공터를 지키는 석불 석탑 주변을 맴돌았다. 거기에 ‘낡고 오래된 내 방’이 또 하나 있었다. 그때의 방은 방일까, 무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