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7
나를 쳐다봤었다. 언제나 그렇고 그런 눈빛으로.
그럼 나는 그런 그 사람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눈을 맞추는데, 그 때 보이는 그 눈빛은 언제나처럼, 언제나 그럴싸했고, 언제나 그랬다. 그 눈빛은 바스라질 것 같은 얇은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껍데기처럼 가볍고 공허하고 어둡다.
언제나 그게 전부인 사람. '사실'이란 표면밖에 읽을 줄 몰랐던 사람.
자신의 영역은 그게 전부인 사람.
추구도 없는 사람. 생각이 곧 자신의 가치관이 되어간다는 걸 모르는 사람.
다른사람의 인생을 따라할 줄 밖에 모르는 사람. 평생에 무엇에서도 먼저되어보지 못했던 사람.
그래서 안일함이 안정인 줄 아는 사람.
남을 인정하는 것을 자신에 대한 실패라고 생각하던 아둔한 사람.
굉장히 깊은 본인의 어두움을, 높은 톤의 언어와 밝은척으로 감추는데도 감당못할 어두움이 비져나와 티가 나는 사람.
그럼에도 그것들을 감추기에 꽤나 그럴싸한 껍데기를 가지고 있어 온갖 위선으로 화려했고, 감추이려 하는 자신의 깊은 심중을 본인도 자각하지 못하는 엄청난 능력을 가졌던 그런 사람.
날이 추운 오늘, 문득 늘 그랬던 그 사람의 눈빛이 생각난다. 어쩌면 저렇게도 비어있을 수 있을까 신기해했었다. 늘 비어있다. 아무것도 가진것이 없는 동굴처럼 끝도 없이 공허했다. 평생을 그리 살아왔 듯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다. 나는 확신할 수 있다. 그것은 고쳐지지 않는 그냥 그런 것일 뿐이다. 원래 그런 존재였을 뿐이고, 그런 존재가 단지 사람의 형태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니까, 그것은 그냥 그런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가끔 문득 그 눈빛이 그렇게나 그립다. 딱히 고뇌 없이 늘 가볍게만 공허하던 그 눈빛을 보면, 나는 그렇게나 싫지만 또 그렇게나 마음이 편해질 수 없었다. 차라리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눈빛을 보면 아무런 생각조차 하지 않을 수 있어서였나, 무엇이었나 아직도 모른다. 내가 그리 되고싶지는 조금도 않지만, 그냥 가끔은 심심한 맨밥만 먹고싶듯 그렇게 그리울 때가 있는데 그게 오늘이다.
건승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