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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네 Apr 22. 2016

지난 나와 너

2016.2.13


생각지도 못한 때 낯선 이름으로 친근하게 와 있는 메세지를 보고 물었다. 설마 너 맞느냐고.
그 사람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몇년이나 생각지도 않고 있던 그 이름이 어떻게 대번에 떠오른 것인지는 알 길이 없지만, 어찌 이 사람을 까마득히 잊고 지냈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삼년전 쯤이었나, 일년 조금 넘는 시간동안 나와 항상 함께 해준 사람이었다.

매일 저녁 하루국수에 들러 간단히 저녁을 먹고 한참을 이야기하다 어쩔땐 반주도 하곤 했다. 매일 같은 메뉴를 먹었지만 조금도 질리지 않았고, 매일을 그렇게 몇시간이고 이야기를 해도 늘 새로운 이야깃거리들을 가졌던 우리였다. 그게 우리 일상의 낙이었고 재미였으며 또한 다였다. 그렇게 일년 남짓 매일같이 함께하다, 마지막이 언제였는지는 도무지 기억조차 안 날 정도로 우린 그렇게 자연스럽게 잊고있었나보다.

그 희미한 산통을 깬건 어제의 그 메세지 하나.
우리는 그래서 보기로 했다.
기분이 이상만 하다.
분명 우리는 하루에 두세번이고 아무렇잖게 통화를 했고, 하루종일 카톡을 하고, 학교에서 같이 놀며 밥도 같이 먹고, 늦은 밤 같이 집에 오다 오류역 앞에서 손 흔들며 헤어지던, 그런 모든 것이 당연한 사이였는데. 약속을 잡아야만 볼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 못내 이상했던 것 같다. 언제고 사람과 사람사이는 물 흐르는 것과 같아서 순리대로 가까워 지다가도 멀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온 나였지만 지금 이 상황은 아무래도 이질감만 든다.



나는 그로부터 삼년이 지났고. 너도 그로부터 삼년이 지났다. 많은것이 달라져 있었다.

나는 졸업을 했고 공부를 더 하느라 정신 없었던 동안 자기는 호주에서 일년을 넘게 있었다고 했다. 졸업은 생각에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예 호주에 있는거라고 더 얘기하며 별안간 날더러 '별 일 없었지?' 라고 묻는다.


한때는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던 사람이, 나에게 별 일이 없었느냐고 물어온다. 이쯤 되자 우리가 이렇게나 멀어진 것이 내 탓인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왜인지 꼭 싫지만은 않은 그런 가벼운 기분이다. 하루국수에서 한참을 떠들며 놀다 잠시 담배피러 나간 그 친구를 따라나가, 옆에서 같이 찬 바람 쐬던 그런 기분이다. 나는 그 차가운 순간을 좋아했다. 그리고 별일 많았던 나는 늘 그러하듯 아닌척 대답했다. "응. 별일 없지!"



사람 사이라는게 스무살때도 생각했던 거지만, 참 '한 때'라는 생각이 점점 더 공고히 머릿속에 자리를 잡아가게 되는 것 같다. 언제나 한결같을 수 없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살아가지만 너무도 자기대로 자기스럽게 살아가는 시간들. 그리고 간만에 조우 했을 때 생기는 공백 만큼의 시간은 절대로 교집합이 될 수 없기에 나는 언제나 그래왔듯 구태의연하게 또 지내보려고 한다.

이젠 더욱 더 사람을 제자리로 보며 좀더 잘 흘러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모레. 우리가 만날 시간에 더 없이 행복만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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