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4.5
결핍의 상태. 그리고 결핍의 에너지. 그리고 표출의 시너지.
그간 나를 생각한다. 나를 생각하고 나의 껍데기를 생각하고, 나의 시간들을 생각한다.
되짚는다.
나는 그동안 무엇으로 나를 채워 살았나 또 다시 같지만 다른 생각들을 한다.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서 나를 살았나.
그간의 나의 것들을 먼 자리에서 떼어놓고 바라보자니 참으로 말라버린 속없는 껍데기 같은 것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그리고 곧이어 그들을 내가 나로 짓이길 예정이고.
내가 해 왔던 것들, 그리고 내가 이루어 왔던 것들, 나를 이루고 있던 것들, 나를 에워싸고 있던 세상들, 이 모든 것들이 존재 해 올 수 있었던 것들은 모두 결핍으로 피어난 것들이 아닐까 조금씩 느끼고 자각해올 무렵 오늘 그 단어를 생생히 소리로 몇번이고 반복해서 듣고나자 아 그것이었다 하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간 결핍으로 인해 있어온 많은 순간들, 그리고 그를 채우기 위한 시간들, 그리고 뒤이어 부른 배를 두들기며 만족하던 모습들. 이 모든것의 순환.
이십대의 중반에야 이것을 느끼고 있음에 나는 역시 아직 참 갈 길이 먼 사람이구나 싶지만 또 어떻게는, 언제라도 끝나지 않을 순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저 한 겹을 벗어낼 수 있는 정도의 용기만 가지고 늘 그렇듯이 또 그러했듯, 또 그렇할 것 처럼 조금씩 늘 버려가고 순환시켜가며 살아가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 것은 그 어떤 반성도 아니고, 그 어느 종류의 후회도 아니며, 자아에 대한 고찰도 아니라는 데에 주안점이 있다.
그저 그냥 이 순간 이 생각을 지금의 시간에 박제하는 그냥의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