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004
2016.6
조각글 01/
시간은 누구에게도 관대하지 않지만, 대신 시간을 많이 품어갈수록 빛 바랜 깊이를 사람에게 준다.
조각글 02/
사진을 찍으려 숨을 참았다. 늘 그렇지만 내가 숨을 잠시나마 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순간이었다.
조각글 03/
풍경이 주는 한 조각의 모습은 우리가 온 몸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조각글 04/
순간순간은 언제나 우리에게 넘겨진 책장처럼.
조각글 05/
참 신기하다. 하늘이 고요할 땐 바다도 고요하고, 하늘이 요동칠 땐 바다도 함께 그렇다. 그렇게 둘은 참 많이 닮아있다.
닮아있는 둘 처럼 나도 고요한 자태로 살아간다면 너 또한 그럴거라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럴테고.
조각글 06/
누군가 날더러 내가 사는 세상은 아름다운 세상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한 숨의 여지도 없이 대답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래야 하니까.
조각글 07/
깨끗하지 않아도 그리고 모든 것이 새 것 같지 않아도 좋은 그런 것들이 있다.
그 곳의 바닥은 발을 딛고 뗄 때마다 익숙한 삐그덕 소리를 내는 그런 곳이었고, 사실 손님을 맞아 커피를 마시기에 그리 깨끗한 곳은 아니었지만, 이곳의 정취와 오래된 나무와 창가로 드는 햇살이 충분히 어떤 것보다도 아름답게 가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모든 것이 새 것 같지 않아도 된다. 공든 시간을 품어가는 사람으로 낡아지고 싶다.
조각글 08/
계단은 항상 오르기 전부터 이미 힘든 마음을 턱하고 주지만 막상 오르고나면 별 것 아닐 그런 것.
조각글 09/
생소한 풍경, 낯선 눈빛, 그리고 그것이 마치 익숙하다는 듯 바쁘게 지나쳐다니는 사람들이 가득한 그 광장에 선 순간, 나는 비로소 내가 낯선 나라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리 나쁜기억은 아니었지만, 마냥 좋은 기억의 순간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