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 그리고의 결론
2016.9.8
모든 일은 새 것이었다가 시간을 타면서 일상적인, 혹은 보통의 것이 되어버리듯 이 곳의 생활도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매일 비슷한 기상시간, 늘 같은 일과들의 반복.
벌써의 권태이느냐고 나에게 물어볼 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서로의 생소한 모습에 적응하고 있다. 적응한다기보단 적응하려고 노력을 하고는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는 마냥 어렵다. 많은 시간을 떨어져 있다가 함께 살게 된 가족이란 존재는 정말이지 늘 당황스러움의 연속일 따름. 그것은 내게 어려움이기도 하고 혼자만의 응어리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대화의 방법을 모른다. 음 정확히는 대화의 방법이라기보단 서로의 몸짓인건가.
우리는 서로 말도 많고 대화는 많지만 서로가 가진 신호에 대해서 둔감하다. 그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해 서로에게 고양이들처럼 날을 세운다.
어렵다.
해야할 것들이 많다라는 나의 그런 굳어버린 생각들은 여전하다. 실제로도 그러하다. 그걸 꾸준하게 못 해내어서 그렇지. 넌 잘하고 있니?라는 그런 질문은 스스로에게 더이상 하지 않는다. 별로 필요할 것 같지 않아서다. 나는 하루를 검열하듯 그렇게 살아가다 지금에야 원하는대로 살아보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해도 말괄량이의 행태는 역시 아니다. 원하는대로. 원하는대로. 어쩌면 그다지 원하는대로도 아닌 듯 하기도 하다. 어떤 판단도 잘 되지 않고 명확하게 날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걸 보니 그냥 무념 무상에 가까운 상태인가보다. 물론 그것도 나쁘지 않다.
내일의 벅찰 일정들을 앞두고서 나는 마냥 복잡하다. 머리도 복잡하고 많은 것들이 정리되어지지 않는 그런 기분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이 가고 있고, 나는 그 속에 여전히 있는데 아무런 선택이나 행동을 하지 않은 채, 그저 흐름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굉장히 좋으면서도 불편하다.
그리고 이런 유유자적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마음 속에 남는 것은 왜인지 속상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