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드 다이아몬드, <대변동: 위기, 선택, 변화>를 읽고.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피부에 와 닿았던 것은 제레드 다이아몬드라는 사람의 사고방식이었다. 그는 전공인 생리학부터 진화생물학 지리학 등 여러 학문의 권위자이며 13개에 달하는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
하나의 학문을 통달하거나 2~3개 국어를 능숙히 구사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라면 단순히 13개라는 숫자 자체에 크게 놀랄 만도 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유연한 태도에 감탄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태리어를 배우기 시작한 시점은 62세였을 때이고, 현재 두 번째로 잘 구사하는 언어라고 했다. 리포터가 50대인 자신의 나이를 말하며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이지 않냐는 물음에 장난스럽게 꾸짖으며 여유롭게 웃던 모습이 아주 멋졌다.
대개 사람들은 무엇을 하기에 '늦은 나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렇게 되뇜으로써 주변 눈치를 보며 과감히 실행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디선가 인간은 일생동안 뇌의 10%밖에 채 쓰지 못하고 죽는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뇌의 역량 100%를 최대로 끌어내지 못하는 원인에는 당연히 물리적 한계도 있겠지만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여 한계를 설정해버리는 정신적 한계도 큰 작용을 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로부터 주입받은, 혹은 스스로 만든 '울타리'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자신의 잠재력을 믿은 제레드의 태도를 존경하며 더더욱 내 맘대로 삐뚤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의도한 방향인지는 모르겠으나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섹시한 비키니를 입겠다는 생각은 더욱 굳어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