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하려는 것은 문제인가 기능인가

기능

by 한유신

“Design is not just what it looks like and feels like. Design is how it works.”

-스티브 잡스-


1996년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디자인이란 우스운 말이죠. 어떤 사람들은 디자인이 ‘어떻게 보이느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 생각해보면 디자인은 사실 ‘어떻게 작동하느냐'라는 의미입니다.”

디자인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생각은 트리즈에서 말하는 기능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제품에 있어 디자인은 물론 어떻게 보이느냐가 중요하지만 어떤 작동을 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작동이 되지 않고 이쁘게만 만들어진 제품은 단지 장식용으로밖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리즈에서도 기능은 상당히 중요하다.

트리즈에서 정의하는 기능은 대상의 특성을 변화하거나 유지하는 것이다.

날이 더워지면서 선풍기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선풍기의 기능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먼저 선풍기가 수행하는 기능의 대상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 사람은 선풍기 기능이 사람을 시원하게 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선풍기 기능을 정의하기 전에 선풍기가 기능을 수행하는지 안 하는지에 대하여 생각해보면 간단하게 알 수 있다.

사람이 없는 빈방에 선풍기를 켜 놓으면, 그 선풍기는 기능을 하는 것일까?

선풍기 기능이 사람을 시원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 사람이 없는 빈방에 있는 선풍기는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선풍기는 본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면 선풍기가 수행하는 기능의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풍기를 켜면 사람이 왜 시원해지는 것일까?

선풍기가 공기를 움직여 바람을 일으켜서 그 바람을 사람이 맞으면 사람이 시원해지는 것이다.

즉, 선풍기와 사람은 직접적인 접촉이 없다. 선풍기가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선풍기가 공기를 움직인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선풍기가 기능을 하는 대상은 공기다.

선풍기는 공기 특성, 즉 공기 위치를 변화시킨다.

선풍기 기능은 “선풍기는 공기의 위치를 변화시킨다."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선풍기는 공기를 움직이게 한다.”와 같이 기능을 정의한다.

그렇다면 공기를 움직이는 모든 것, 예를 들어 환풍기나 부채 또한 선풍기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트리즈에서 기능은 크게 주 기능과 부가 기능으로 분류한다.

모든 제품은 기술 시스템이 할 수 있는데 제품이 설계되는 목적은 주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이다.

고객은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을 사는 것이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객이 드릴을 사는 이유는 드릴을 수집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구멍을 뚫기 위하여 다시 말해 드릴의 기능을 사용하려고 구매하는 것이다. 드릴이 만들어진 이유가 구멍을 뚫기 위해서이므로 이런 기능을 주 기능이라 하고 또한 유익한 기능이라 한다.

물론 드릴도 단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사용하기 무겁거나 전력 소모가 많다는 것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것을 분석하는 것이, 트리즈에서 말하는 기능 분석이고 기능 분석을 통하여 모순을 도출할 수 있다.


기능 분석에 앞서 트리즈에서 정의하는 기술 시스템에 대하여 알아보자.

기술 시스템은 "필수적인 작업을 수행하고 필요한 생산품을 얻기 위해 인간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고 목적을 수행하는 것"이다. 즉, 기술 시스템은 특정한 기능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자연 상태에 있는 동굴은 시스템이다. 하지만 그 동굴에 와인 또는 새우젓을 저장하거나 숙성시키는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동굴은 기술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동굴의 온도 및 습도가 변화 차이가 크지 않다는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필요에 의해 자연 상태 동굴이 기술 시스템으로 바뀐다.

나무 조각 몇 개로도 기술 시스템이 될 수 있는데 추위와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개집을 만들면 개집은 기술 시스템이 된다.

단순한 나무 조각을 조합하여 개집을 만들어 새로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 시스템이 완성되었다.

목적에 의한 필요 때문에 나무 조각은 새로운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 시스템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능을 정의하는 목적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것이다.

컵도 기술 시스템이다.

컵이라는 단어를 얘기하면 모두가 생각하는 컵은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종이컵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유리컵, 소주잔, 머그잔, 커피잔을 생각하고 심지어 월드컵까지도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컵 크기도 다양하게 생각할 것이다.

먼저 컵의 기능은 무엇인가?

기능을 정의하려면 먼저 대상을 선택해야 한다.

컵의 대상을 물이라고 해야 할지 또는 액체라고 해야 할지 정의해야 한다.

컵 안에 넣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정의하면 컵의 대상은 질량이 있는 모든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컵의 대상이 정의되었으니 이제 기능을 정의하자.

컵은 질량이 있는 모든 것의 어떤 특성을 변화하거나 유지하는지 생각해보면 컵 안에 담겨 있는 물은 위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질량이 있는 모든 것의 위치를 유지시키는 것이 컵이 하는 기능이다.

다시 생각하면 물의 위치를 고정하는 모든 것은 컵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컵이라고 정의하면 앞서 생각한 모든 것들을 컵이라 얘기할 수 있다.

반대로 얘기하면 컵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 소재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기능을 정의하면 컵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서 컵이 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류 최초의 컵은 무엇일까?

물 위치를 유지하는 최초의 것은 호수나 강, 바다를 들 수 있다.

호수나 바다도 컵이 하는 기능을 하므로 컵이라 할 수 있다.

손으로 물을 떠먹기 시작하면서 손도 컵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도구가 생기면서 인류 최초 도구는 자연에 있는 그대로 사용했다. 예를 들어 나뭇잎이나 박, 과일 껍질과 같이 컵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을 도구로 사용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도구가 발명되는데 청동기 잔, 철기 잔, 유리잔, 도자기 잔과 같이 인간의 니즈(needs)에 의하여 도구는 계속 발전해 왔다. 이렇게 기능을 정의하면 컵이 없어도 컵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주변에 모든 것을 컵과 같이 활용할 수 있다.


다른 기술 시스템에 대하여 알아보자.

냉장고의 주 기능은 무엇인지 알려면 먼저 냉장고를 설계한 목적에 대하여 생각해봐야 한다.

냉장고는 음식을 신선하게 보존하는 것인지, 음식을 보관하는 것인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냉장고도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이 기능을 하는지 생각하면, 새로 구매한 냉장고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냉장고를 켜면 이 냉장고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냉장고 기능을 수행하는 대상은 음식을 신선하게 하기 위해 냉장고 내 공기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므로 냉장고 내부 공기다. 다시 말해 냉장고 기능은 냉장고 내부 공기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고 할 수 있다.

냉장고 내부 공기가 일정한 온도로 유지되고 공기가 그릇이나 음식에 접촉하면서 그릇이나 음식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렇게 온도를 유지하면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이렇게 각각 기능으로 연결하는 것을 기능 분석 (Function Analysis)라고 한다.

냉장고 사례에서 보듯이 기능은 실제로 접촉해야 기능을 수행한다.

냉장고와 온장고는 일정 공간의 공기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므로 같은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공기청정기와 정수기는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공기청정기는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공기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는 공기에 있는 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그렇다면 공기청정기 대상은 먼지이다. 공기청정기 기능은 공기 중에 있는 먼지 위치를 필터에 유지하는 것이다.

정수기는 물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물속에 있는 이물질, 예를 들어 중금속 등의 위치를 필터에 유지하는 것이다.

공기 중에 있거나 물속에 있는 먼지를 필터에 고정하는 것이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기능이므로 같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트리즈는 1946년부터 러시아에서 시작되었다.

트리즈가 시작되었을 당시 러시아는 제품 구매 시 기능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모스크바에서 유학할 때 연구실 사람들에게 청소기를 샀다고 얘기했다.

청소기를 샀다고 하면 여러분은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

아마도 어느 브랜드를 샀는지, 가격이 얼마인지를 물어볼 것이다.

이러한 질문을 예상했지만, 실험실 사람들이 하는 질문은 당시에는 예상 밖에 질문이었다.

처음 질문은 몇 와트 청소기를 샀냐는 것이었다. 결국 그 질문에는 다음 날 집에 가서 확인한 후에 대답할 수 없었다.

청소기를 살 때 기능보다도 가격 및 디자인과 브랜드를 보고 샀고 청소기 성능은 모두 똑같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와 청소기 광고를 보니 주기능인 모터 성능이나 먼지 통 크기보다 디자인과 부가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 다시 보였다.


러시아에서 유학하고 돌아오니 많은 사람이 내게 말해줬던 농담이 있었다.

소련과 미국이 우주에 먼저 가려고 경쟁을 했지만,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먼저 우주에 갔다. 이후 미국과 소련이 우주 정거장에서 만나기로 하였는데 우주에서 문제가 생겼다.

여러분이 우주에 갈 때 어떤 문제를 고민할까? 최근에는 디지털 기기들이 많지만, 당시에는 디지털 기기가 없어 우주에서 필기를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 걱정을 하였다.

미국에서는 소련보다 먼저 사람을 우주로 보내지 못했으니 우주에서 쓸 수 있는 볼펜은 미국에서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주에서는 볼펜을 사용할 수 없다. 볼펜은 볼펜 심에 있는 잉크가 중력에 의해 아래로 내려와 볼펜 끝에 있는 공 (Ball)에 잉크를 묻히고 공이 돌아가면서 글씨를 쓸 수 있는 구조이다. 지구에서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는데 누워서 볼펜으로 하늘을 향해 종이에 글씨를 써보면 처음에는 잉크가 나오다가 어느 순간부터 잉크가 나오지 않는다. 궁금하면 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우주에는 중력이 없으므로 우주에서 볼펜을 사용하지 못해 미국에서는 많은 돈과 연구원을 투입하여 무중력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볼펜을 만들었다.

드디어 우주에서 미국인과 소련인이 만났다. 미국인이 주머니에서 우주에서 쓸 수 있는 볼펜을 꺼냈는데 소련인들은 어떻게 쓰는지가 문제였다. 답은 소련인들은 연필로 글씨를 쓰는 것이다. 글씨를 쓸 때 볼펜이나 연필이나 종이에 쓸 수 있는 것으로 쓰면 된다고 쓸데없이 돈과 시간을 들여 우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볼펜을 만들었다는 것이 이 농담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농담을 하는 사람들은 우주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들이다.

우주에서는 연필을 쓰는 것은 위험하다고 한다. 중력이 없으므로 연필 가루가 날릴 수 있고, 연필심인 흑연은 전기를 통한다. 우주선 내에서 이런 물질이 떠다닌다고 하면 상당히 위험하다. 우주에서 연필을 썼다는 것은 농담이고 미국에서 실제로 우주에서 쓸 수 있는 볼펜을 만들었다.


Fisher 회사에서 Space pen이라는 볼펜을 만들었는데 이렇게 우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볼펜은 5달러부터 다양한 가격에 판매되어 있고 원하면 제품을 구매하여 사용해 볼 수 있다. 1968년에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고 잉크는 압축된 질소가스에 의해 이동하여 무중력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잉크 점도가 높아 종이와 가죽, 고무 등과 같이 쓰기 어려운 표면에도 쓸 수 있다.


spacepen.PNG https://www.spacepen.com/originalastronautspacepen.aspx



우주에서 사용 가능한 볼펜을 만들 때는 주요 기능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1. 잉크를 일정하게 볼로 전달하는 기능 (중력은 잉크의 위치를 변화시킨다. 즉, 중력이 잉크를 이동시킨다.)

2. 볼은 잉크를 종이로 전달한다.

이 두 가지 기능이 주요 기능이고 잉크를 보관하는 기능 및 손에 잡을 수 있는 기능 등은 부가적인 기능이다. 볼펜 기능을 정의하니 문제는 무중력에서 잉크를 이동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이런 기능을 수행하게 하면 되는 문제로 단순화되었다. 이 문제는 중력 대신에 일정한 압력으로 잉크를 이동시킬 수 있는 압축 질소 가스를 사용하여 해결했다.


제품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제품이 수행하는 기능이다.

경쟁 제품보다 우수한 기능을 수행해야 하고 이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지만 가격이나 디자인으로 경쟁하게 되는 제품은 오래가지 못한다.

기능에 충실하고 난 후 다른 차별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분석하여 문제가 있는 기술 시스템이 수행하는 기능을 정의하고 부족한 기능을 보강해야 한다.

기능이 수행한 결과를 보지 말고 기능 관점에서 문제를 재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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