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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신 Nov 08. 2021

모든 문제를 굳이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행하다가 강을 만났다. 

어쩌면 여행이 아니라 탐험일 것이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강을 건널 것인가? 

대부분 사람은 배를 만들어 건넌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 당장 달성해야 할 목표는 배를 만드는 것이 된다. 

문제를 다시 살펴보자. 

강을 만난 사람들이 원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강을 건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원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다시 말해 원하는 결과가 중요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는 강 건너에 있는 것이다. 

배를 만드는 것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목표를 설정할 때 트리즈(TRIZ, 창의적 문제 해결 이론)는 이상적 목표를 설정하라 한다. 

여기서 이상적 목표는 배 없이 강을 건너는 것이다.


이상적 결과를 생각하면 사람들이 강 건너편에 있는 것이다. 

물 위나 물속 또는 하늘을 나는 것과 같이 어떤 방법을 활용해서라도 강 건너편으로 가면 된다. 

이와 같이 결과만 생각하면 다양한 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


강을 건널 때 배가 필요한 이유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우선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다른 관점으로는 몸 또는 옷이 물에 젖지 않기 위해서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안전하게 건너는 것도 필요하다. 


먼저 이상적 목표를 설정하고 이후에 문제에 대해 분석해야 한다. 

강을 건너려고 하는데 강에 대해 알아야 한다. 

강 깊이는 어느 정도이고 강 넓이와 강물 속도와 방향에 대하여 알아내야 한다. 

또한 사람에 대한 정보도 있어야 한다. 

사람이 두 명인지 100 명인지에 따라 접근방법이 달라진다. 

환경에 대한 정보, 다시 말해 날씨에 대한 정보와 물속 생태계 정보도 필요하다. 


강을 건너기 위해 일반적인 고정관념과 같이 강을 만나자마자 배를 만들 수 있지만, 주변을 찾아보면 조금 떨어진 곳에 다리가 있을 수도 있고, 배가 반대쪽에 있을 수도 있다. 


문제를 만났을 때 예전에 해결했던 성공적인 해결안을 기억하여 그때 적용한 아이디어를 그때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전혀 다른 새로운 문제에 적용하려고 한다. 


강은 배로 건너야 한다는 생각에 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문제에 대해 많이 고민하기 전에 이미 배를 만들기로 한다. 

다른 아이디어는 검증되지 않았고 해 본 적이 없으므로 고민하지 않는다. 

배를 만들어야 하는데 나무를 자를 도구가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문제라고 인식하여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한다. 

이제는 사람들이 해결할 문제가 강을 건너는 것에서 나무를 자르는 것으로 바뀐다. 

원래 해결할 문제는 잊어버리고 나무를 자르지 못한 문제에 집중한다.     


결과에서 근본적 원인을 찾는 방법은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상적 목표를 만드는 방법은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이상적 목표를 만드는 방법은 문제를 바꿔 생각하는 것이다. 

즉, 목표가 변하면 문제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원하는 최종 결과가 이상적 목표이다. 

이상적 목표는 실제로 구현되기 어렵다. 

이상적 목표에서 현실로 조금씩 조정하면서 가능한 목표를 찾아 문제를 구체화할 수 있다.


0. 사람들은 강 건너편에 있어야 한다.

1. 사람들이 강을 건너야 한다.

2. 사람들이 안전하게 강을 지나야 한다.

3. 사람들의 몸이나 옷이 물에 젖지 말아야 한다.


구체적인 문제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이미지를 상상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의한 목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목표를 더 발전시키면 도대체 강을 건너는 이유를 찾아야 하고 건너지 않으면 생기는 문제에 대하여 논의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논의하면 문제가 없어지거나 문제와 타협할 수 있다. 

강을 건너야 할 상황이라고 정의하고 이 부분은 더는 논하지 않는다. 

강을 건너지 않는다고 결정해 버리면 강에 대한 고민이 필요 없어진다. 

그냥 사람들은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면 된다.     


기업에서 수익 창출을 위해 제품을 이상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고객 편의를 위하여 조작을 단순하게 하거나 새로운 방법의 제품을 만들거나 가격을 싸게 하고 부피를 줄이기 위해 여러 제품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목표 설정이다. 

제품 개선을 위해 현재 제품에 대하여 변화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 

세탁기는 계속하여 발전하고 있지만 세탁이 필요 없는 옷으로 목표를 정하면 세탁기 자체는 필요 없어지게 된다. 

세탁을 한다는 것을 옷감에 묻어 있는 냄새와 오염물을 없애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나노기술 또는 세균을 활용하여 세탁이 필요 없는 옷감을 개발할 수 있다.


기업에서는 현재 제품을 유지하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완전히 다른 혁신적인 제품이 아니라 약간의 아이디어를 더하여 만든 것으로 신제품을 출시한다. 

세탁기를 부정하면 세탁기는 사라지게 되고 세탁기 만드는 회사는 의류제조업 또는 천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회사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목표 설정에는 제한 조건을 두고 이상성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다시 강을 건너는 것으로 돌아간다. 강을 건너야 한다는 것은 행정적 모순이다. 

트리즈에서 모순을 크게 행정적 모순, 기술적 모순, 물리적 모순으로 구분하여 정의한다. 

트리즈는 발명 문제 해결 이론이다. 

트리즈를 만든 알트슐러(Genrich S. Altschuller)는 발명 문제를 하나 이상 모순을 포함하고 있는 문제라고 정의하였다. 

모순 해결을 통하여 기술 시스템은 양 (Quantity) 증가에서 질 (Quality) 향상으로 변화한다. 


행정적 모순 (Administrative Contradiction)은 요구 사항만 있는 모순이다. 

즉, 문제는 있으나 구체적 해결 방법은 없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 속도를 2배 증가시키라는 것이나 제품 제조 단가를 30% 감소시키라는 것이 행정적 모순이다. 

다시 말해 행정적 모순이라는 것은 목표만 있는 것이다.  

    

문제가 스스로 해결되거나 해결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문제가 일어났다고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이 문제를 바로 해결하기 전에 우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문제가 일어난 시스템과 그 주변 시스템에서 미래에는 어떠한 문제가 나타나는지를 예상하여 검토한다. 

만약 미래에 아무 문제가 나오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없던가 잘 못 정의된 문제이다. 

혹시 문제가 스스로 없어지는지도 검토해봐야 한다. 

실제로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는 상당히 많이 있다. 

주변 환경이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데 과거 생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고 예측한다. 


전기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엔진 오일 교환은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 

또한 문제가 발생한 시간과 위치를 정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감기에 걸려서 성형외과를 가서 감기가 낫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행정적 모순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를 검토하고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예상해야 한다.


먼저 강을 건너는 이유를 찾는다. 

가장 이상적으로 강을 건넌다는 것은 무엇인가? 

강을 건너는 목표를 구체화한다. 이상적 목표를 설정하고 난 후에 한 단계씩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ㅁ 강을 건너야 한다. 

   →    안전하게 강을 건넌다. (안전하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    몸이 물에 젖지 않게 건너야 한다. 

   →    건너는 시간을 최소화한다. (시간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이렇게 목표를 구체화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몸이 물에 젖지 않게 건너는 목표를 정하고 난 후에는 다시 구체적으로 몸이 물에 젖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재정의한다.


몸과 옷이 젖지 않게 건너야 한다

    → 몸과 옷이 물에 닿지 말아야 한다.

    → 몸과 옷이 물에 닿아도 물을 흡수하지 말아야 한다.

    → 몸과 옷이 물에 닿아서 물을 흡수하여도 옷에 물을 보관하지 말아야 한다.

    → 몸과 옷이 물에 닿아서 물을 흡수하고 보관하여도 즉시 물을 배출해야 한다.


이처럼 목표를 구체화한 후에 각각에 대한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다. 

목표에 대하여 각각 접근하는 방법은 많이 있다. 

이 단계에서 기술적 모순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몸과 옷이 물에 닿지 말아야 한다.”에 대한 기술적 모순은 “몸과 옷 사이에 새로운 물질을 도입하면 물에 닿지는 않지만, 활동에 제약이 있다”와 같은 모순을 도출할 수 있다. 

또한 물리적 모순으로 변환하면 여러 가지 물리적 모순이 도출될 수 있다. 


다시 강 앞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돌아가자.

사람들은 어떻게 강을 건너갔을까? 

건너야 할 강이 깊지 않고 좁은 강이었으면 그냥 걸어서 건너갔을 수도 있다. 

강이 깊고 넓으면 헤엄을 쳐서 갈 수도 있다. 

이때 강에는 악어와 같은 위험한 동물이 없어야 한다. 

배를 구하든가 또는 만들어 강을 건너갈 수도 있다. 

이때 배는 나무로 만들어도 되지만 무언가를 엮어서 물에 뜨기만 하면 되는 모든 것들이다. 

강 상류로 걸어가서 좁은 폭이 나오면 건너가도 된다.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돌아가겠지만, 배를 만들려고 하는 시간보다 짧게 걸릴 수도 있다.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많이 나온다. 

우리가 아이디어를 못 내는 이유는 강과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이 제시되어야 구체적인 목표를 정할 수 있다.


배를 만들지 못하는 문제에서 실제 목표를 찾고 난 후에는 더 이상 배를 만드는 것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문제를 보고 바로 배를 만들기로 한다면 우리는 필요 없는 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예측하고 새로운 결과가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모든 문제를 굳이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사람들은 강을 건너갔을 것이다. 

아니면 강을 건너갈 이유를 찾지 못해 돌아갔을 수도 있다. 

배를 만들지 않고도 강을 건너간 사람은 문제를 해결한 것일까? 

강을 건넌 후에는 어떤 문제가 기다리고 있을까?     

* 본 글은 한국표준협회 미디어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인 품질경영에 연재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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