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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신 Nov 16. 2022

생각 다이어트

생각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제주도에 많은 피트니스 센터가 생기고 있고 개인 PT를 경쟁적으로 할인해주고 있다.

제주도민들이 갑자기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주변에서 이렇게 피트니스 센터가 많아지면 왠지 내가 운동을 안 하는 것 같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안 하고 있다.


생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서점이 많아지면 책을 사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고 식당이 많아지면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면서 외식이 잦아지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 우리는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고 한다.

오만가지 생각은 진짜로 50,000가지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살찌면 몸이 무거워지고 각종 성인병에 노출되기 쉬우며 생존율(?)이 떨어진다고 한다.

매일 아침 몸무게를 재면서 앱에 뜨는 각종 경고를 보고 살을 빼야지라고 생각하는 것도 오만가지 생각 중에 하나다. 하지만 생각에서 항상 머무르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왜 나는 운동을 안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또 하게 된다.


생각도 몸과 마찬가지로 너무 많으면 머리가 무거워지고 각종 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만나면 서로 이런 말을 한다.

 "요즘 살이 빠진 것 같다."

"요즘 운동하나 봐, 몸이 좋아졌네."

"운동할 생각은 없어? 배 나온 것 좀 봐."

"왜 그렇게 피곤해 보여.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해."

"하루에 최소 5천 걸음씩 걸어봐 봐."

"요즘 운동하니깐 입맛이 달라졌어. 너도 해봐."

이와 같이 상대 몸을 보면서 또는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자기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서로에게 얘기한다.

내가 제일 많이 듣는 말은 배에 대한 얘기다.

배가 많이 나와서 조만간 출항할 것 같다는 얘기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내 비밀 프로젝트를 아직 들킨 것 같지 않아서 다행이다. 

배를 출항시킬 만큼 크게 만들어서 세계일주를 할 예정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나와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만나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은 있을까?

"요즘 책을 많이 읽나 보다. 생각이 깊어졌네."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구나. 생각을 줄이는 방법이 있을까?"

"너는 참 창의적 생각을 많이 해서 부럽다."

"생각이 너무 부정적인데 생각도 정리할 필요가 있어."

"요즘 생각이 상당히 긍정적이구나. 어떻게 그렇게 됐어?"


보이지 않는 생각에 대해서는 몸과 같이 평가하거나 충고하는 일이 거의 없다.

물론 대화를 하면서 상대에 대한 생각을 내 기준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많이 하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나고 만다.

왜 본인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 생각을 인정하기에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우겨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각에 대해서도 우리는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헬스클럽과 피트니스센터가 다르다는 것을 얼마 전에 우연히 알게 되었다.

헬스클럽은 근육을 키우는 것이고 피트니스센터는 균형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생각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도 어쩌면 균형 있는 생각을 만드는 데 있지 않을까?


다이어트가 왜 필요해?


생각 다이어트는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로 3가지를 해야 한다.


첫 번째로는 규칙적인 운동을 통하여 지방을 제거하고 근육을 키우는 것이라고 한다.

생각도 지방과 근육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면 필요 없는 생각은 지방이라고 볼 수 있다.

일어나지도 않을 미래에 대한 걱정과 구체적이지 않고 막연한 생각들을 포함하여 과거에 머물러있는 생각, 부정적인 생각이 모두 지방과 같은 생각일 것이다.

생각 근육은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기초 생각력 (체력은 있는데 생각에 대한 것은 사고력이겠지만 사고력과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력이라고 쓸 수밖에 없다)을 먼저 키워야 한다.

자기 경험에서 깨달았던가 어디서 보고 배웠던가 생각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운동도 아무렇게나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하는 방법이 있고 이런 방법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운동을 하면 오히려 몸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생각하는 것도 자기 수준을 모르고 힘든 생각을 한다던가 어려운 생각부터 하게 되면 오히려 생각을 그릇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프로세스를 근육이라고 할 수 있고 자신에게 맞는 생각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생각을 많이 하다 보면 생각 속에서 헤어날 수 없게 되는 시점이 있다. 운동할 때도 중요한 것이 쉬는 시간이다.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보다는 일정 시간 쉬었다가 다시 운동을 하는 것이 효과가 좋아진다고 한다.

생각은 오래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생각하는 시간보다도 무슨 생각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기초 대사량을 높이라고 하는데 생각에 있어 기초 대사량은 무엇일까? 단지 독서량을 기초 대사량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다른 사람과 대화도 필요하고 본인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다.


두 번째는 식단 조절이다.

운동한다고 아무것이나 먹게 되면 운동한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된다.

정크푸드와 같은 음식을 입에 맛있다고 먹으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원푸드 다이어트 같은 다양한 다이어트 식단이 있지만 실제 효과 있는 식단은 건강한 음식을 조금 먹는 것이라고 한다.

생각 다이어트에 있어서 식단관리는 어떤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락 프로그램이나 시간 때우는 유튜브 같은 흥미 있는 것을 보면서 하는 생각은 생각 다이어트에 이롭지 않을 것이다. 

매운 닭발을 먹듯이 공포영화나 음모론을 찾아보는 것도 이롭지 않을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이 건강하고 균형 잡힌 생각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운동할 때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얼마큼 먹어야 할지에 대해서 트레이너가 알려주지만 생각 다이어트를 알려주는 트레이너는 없다. (심리 상담사와 같은 전문적인 영역은 있지만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하듯이 쉽게 등록하기는 왠지 어렵게 느껴진다.)

좋은 소재를 가지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생각한 것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운동을 하면서 무조건 한 달 안에 10KG을 감량하는 목표를 세우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하다고 생각한다.

생각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몸무게는 수치로 나타날 수 있지만 생각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마음이 편해지는 정도를 기준으로 삼기에는 모호하다.

생각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먼저 자신이 정하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쓸데없는 생각 안 하기'라는 기준을 잡으면 쓸데없다가는 것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하여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특히 정성적인 목표가 아닌 정량적 목표를 세우기는 더욱 어렵다.

내 생각이 비만인지 또는 근육이 많은지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을 측정할 수 있는 체중계와 같은 사중계(思重械, 생각 무게를 측정하는 기계)가 있으면 상당히 편해질 것이다.

몸을 이루고 있는 근육과 지방과 같이 좋은 생각, 복잡한 생각, 어려운 생각, 나쁜 생각, 쓸데없는 생각 등으로 생각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인바디와 같이 수치로 나타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운동을 하면서 매일 체중계에 올라가 체중이 주는 것을 보면서 운동 자극과 동기를 부여받듯이 생각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하다.

하루를 마치고 오늘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물론 하루에 했던 많은 생각이 모두 떠오르지는 않겠지만 의도적으로 생각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될 것 같다. 

오늘 하루 했던 생각 중에 중요한 것 3가지를 먼저 떠올려보자.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생각을 정해놓을 필요도 있다.

오늘 만난 사람과 대화에서 배울 것이 있었는지 오늘 읽었던 책에서 느낀 점은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등에 대한 생각을 정해놓으면 생각 정리가 수월해질 것이다.

이런 자신만의 방식을 정해 놓으면 사람을 만날 때 어떤 생각을 하면서 만나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매일 생각한 것에 대하여 정리를 하면서 피드백을 만들어갈 수 있다.


쓸데없는 생각이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차피 생각할 수밖에 없으면 생각에 좋은 생각을 하려고 하자.

오만가지 생각을 좋은 생각으로 채워나간다면 생각 다이어트가 성공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을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아무 생각을 안 하고 시간을 보내기란 실제로 해보면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문 용어로는 '멍 때리기'라고도 하는데 이건 많은 훈련이 필요한 일이다. 물론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은 일부러 연습해야 하는 고급 기술 중 하나다.


생각도 다이어트하고 몸도 다이어트하면 더욱 균형 잡힌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균형잡는 산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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