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나는 문제를 기다린다

by 한유신

처음엔 문제를 보면 피했다.

어떻게든 다른 사람에게 미루고, 나중에 해결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나는 문제를 보면 가만히 앉는다.

조급해하지 않고, 답을 먼저 떠올리지도 않는다.

그저 바라본다.


어디서 힘이 생기는지,

어디서 저항이 생기는지,

문제는 어떻게 숨고, 어떻게 흘러나오는지.


대표는 말했다.

“문제는 공격이 아니라, 제안이야.

문제가 있다는 건, 세상이 뭔가 바뀔 수 있다는 뜻이거든.”


나는 그 말을 오래 곱씹었다.

그리고 어느 날, 정말로 그렇게 느꼈다.

문제는 이제 나에게 두렵지 않다.

나는 문제를 밀어내는 대신, 초대한다.

그 안에 숨어 있는 구조와 흐름, 저항과 가능성을 보기 위해.


그날도 회사로 택배가 도착했다.

박스를 열자 낯익은 형태의 제품이 들어 있었다.

샴푸 용기.

제품 기획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샴푸가 마지막까지 나오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주세요.

액체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펌핑이 되지 않습니다.”


나는 웃음을 지었다.

이제 이 문제는, 두렵지 않다.

오히려 반가웠다.

또 다른 구조, 또 다른 저항, 그리고 또 다른 흐름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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