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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신 Feb 27. 2019

알람 실습 (1)

Define 문제 배경

창의성에 알람을 울리다.


이 글의 제목이다. 연속해서 나가는 제목이다.

사실 제목 정하기가 귀찮아서 그냥 옆에 숫자로 쓰는 것이다.


트리즈를 시작한 지 15년이 돼가고 있다. 삼성과 LG에서 많은 강의를 하고 작년에 퇴사하고 난 후에 외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처음 강의를 할 때는 트리즈 방법론을 열심히 전달했다. 

많은 교육생들의 공통된 질문은 한결같이 강의 들을 때는 이해가 됐는데 막상 과제를 하려니까 많이 힘들고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과제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하는데 강의는 여러 종류 실습 사례를 가지고 설명해왔다. 

그래서 모든 트리즈 방법론을 적용할 수 있는 사례 하나를 만들자고 고민해서 나온 것이 알람시계이다. 

실습은 간단했다. 창의적인 알람시계 만들기.


프로세스를 새롭게 손보고 알람 시계를 개발하는 사례를 만들어서 강의를 한 지 10년이 넘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강사 평가 결과가 어마어마했다는 것이다.)


사례를 처음부터 알람시계로 정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잠수함이나 비행기로 하려고 했는데 잠수함을 타 본 사람이 많지가 않았다. (물론 나도 타보지는 못하고 물속에서 지나가는 것은 봤다.)

흔한 제품을 고민해봤는데 전자 제품은 내부 구성요소가 상당히 많아서 짧은 시간에 실습하기가 어려웠다. 마우스를 할까 생각했는데 무선 마우스로 적용하려니 기술적인 문제가 많이 들어가고 자전거를 후보에 두었으나 부품이 너무 많았다. 우산으로 정하서 진행해봤는데 모순이 그리 많지가 않았다.

어쨌든 지금도 좋은 사례가 있으면 바꾸려고 한다. 

컵은 너무 단순하고 무언가 줄거리가 있으면서 누구나 알고 있고 감동과 재미를 주면서 판타스틱하면서 SF 요소가 가미되고 액션씬이 들어가는 것을 고른 결과가 알람시계이다.

이 글을 계속 읽어가면 마지막에 알람시계를 선택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라는 사실에 모두들 동의할 것이다.


트리즈 프로세스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알려진 것은 ARIZ라는 것이다.

ARIZ는 러시아어로 다음과 같다.

Алгоритм Решения Изобретательских Задач 


친절한 해석은 창의성에 알람을 켜다 (1) 편에 되어 있다. 맨 앞에 단어만 바뀐 것이다.

알고리듬 (영어로 Algorithm)은 알고리즘이다. 풀어쓰면 발명 문제 해결 알고리즘이라는 뜻이다.

ARIZ는 국제트리즈협회 기준으로 Level 2 교육 과정에서 배울 것이다. 

지금은 Level 1 교육 과정으로 글을 쓸 것이므로 이 글이 끝날 때까지 아마 ARIZ를 못 볼 수도 있다. 




한국에 오면서 삼성에서는 DAGEV라는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Define - Anayize - Generate - Evaluate - Verify

 어디서 많이 본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식스시그마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많이 보던 DMAIC를 연상할 것이다. 

Define - Measure - Analyze - Improve - Control

식스시그마가 5단계로 되어 있어서 트리즈도 5단계로 만든 것이다. 

삼성에서는 과제를 수행할 때 단계 별로 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 (이 내용은 대외비가 아닐 거야.)

당시에 트리즈 과제를 수행할 때 트리즈 과제 시스템이 없어서 식스시그마에 맞추어 진행해야 했으므로 5단계로 만들었다고 한다.

삼성에 있을 때는 DAGEV를 사용해서 문제를 해결했다.

LG로 옮겼을 때 DAGEV를 사용하는 것이 애매하여 새롭게 만들었다. (사실 내용은 비슷한다.)

5D Process라고 이름을 지었다.

Define - Diagnose - Devise - Decise - Drive

이름을 지을 때는 3D 시대에서 4D를 넘어 5D를 추구한다라는 거창하게 지었지만 파이브디라고 발음을 안 하고 사람들이 자꾸 오디라고 읽고 있다.

Define 단계에서는 배경을 분석하고 이상적 목표를 설정하고 난 후에 목표 구체화하는 것이다.

Diagnose는 문제를 진단하여 모순을 찾고 이상적 최종 결과 (IFR, Ideal Final Result)를 정의한다.

Devise 단계는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구체화시키는 단계이다.

Decide 단계는 도출된 아이디어 중에서 적용할 아이디어를 선정하여 콘셉트 구체화까지 진행하고 예상문제를 검토한다.

Drive 단계는 적용하는 단계로 문제가 해결되었는지를 확인하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으면 다시 앞의 프로세스로 돌아가서 진행한다.


유사한 문제 해결 프로세스가 많이 있다. 실제 중요한 것은 프로세스의 단계를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다.

5D 프로세스를 활용하여 알람시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실습의 목표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좋은 문제가 필요하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실습을 할 것이다. 이미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Define만 진행하고 글을 써 나가면서 함께 실습할 것이다.


먼저 문제 배경부터 설명한다.

내일은 트리즈 교육이 있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매번 지각을 했지만 이번 교육은 예전부터 꼭 듣고 싶어
일찍 일어나서 여유롭게 아침도 먹고 자리에 앉아 예습도 하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정확히 말해 나에겐 새벽인 7시에 일어나는 건 힘든 일이다. 
내일 일찍 가려고 필요한 준비물을 챙겨본다. 
준비물은 볼펜과 공책이 전부지만 왠지 뿌듯했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 준비물이라는 걸 챙겼다. 
자~ 이제 아침에 7시에 일어나기만 하면 된다. 
기숙사에 혼자 있어 깨워줄 사람도 없는 상황이다.
알람 시계를 7시에 맞춰 놓았다.
물론 나에겐 별 의미가 없다는 걸 안다. 
매번 아침마다 울리면 도대체 누가 와서 꺼 준단 말인가? 
나한테는 소음공해 수준인 알람 시계지만 불안하다. 
7시가 되면 알람 시계가 서라운드 입체 음향을 충실히 내줄 것이다.
이제 불안한 맘을 살짝 감추고 잠에 들었다.

아침이다………..
7시 50분……. 

나 같은 사람에게 맞는 알람 시계 어디 없나?


무려 10년도 더 예전에 썼던 배경이다. 

상황에 대한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위에 있는 문장 중에는 참인 것과 거짓인 것이 혼재되어 있다.

먼저 주인공은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다. 절대 아침형 인간이 아니다. 

아침형은 동생 이름이 아침이면 된다. 

예전에 4형제가 있었는데 첫 째는 새벽, 둘째는 아침, 셋째는 점심, 넷째는 저녁이었다.

아침형은 누구인가? 답은 새벽이다.

그럼 저녁형은 누구인가? 점심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실습과 전혀 상관없다.


다시 말해서 이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사람이다.

중간에 쓰여있는 것을 잘 읽어 보면 아침 7시가 이 사람에게는 마치 새벽과도 같다고 쓰여있다.


다음은 어디 사는 지를 알아본다. 기숙사에 혼자 있어 깨워줄 사람도 없는 상황이다.라고 쓰여있다.

이 사람은 기숙사에 독방을 쓰고 있다. 동거인이 없다는 뜻이다.


아침에 일어나기 위해 알람시계를 사용한다. 실습을 위해 스마트폰은 없다고 가정한다. 

매번 아침마다 울리면 도대체 누가 와서 꺼준단 말인가?

이 말은 거짓이다. 사실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누가 알람시계를 껐을까?

완전범죄 같지만 범인은 항상 범죄현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 현장에 있는 건 이 사람뿐이다.

즉, 이 사람이 범인이다. 알람이 울리면 잠결에 무의식 중에 스스로 끄고 계속 자는 것이다.

다들 그런 경험 있지 않나 생각해보자.

두 번째 단서는 알람시계가 소음공해 수준이라는 것도 거짓이다.

소리는 그리 크지 않다. 저가형 모델을 사서 소리도 작고 눌러도 다시 켜지는 Snooze 기능도 없다.

그냥 알람이 울리는데 깊이 잠들어서 못 들었던 것뿐이다.


여러분들이 아침 7시에 이 사람이 일어날 수 있는 알람시계를 만들어야 한다.


궁금한 점이 많을 것이다. 빨리 아이디어를 내고 싶고 이미 아이디어를 낸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인터넷 찬스는 쓰지 말고 스스로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문제를 듣는 순간 아이디어를 내려고 한다. 트리즈 5D 프로세스에서 아이디어 도출 단계는 세 번째 단계이다. 일단 문제 상황을 분석하고 문제를 정의하자. 순서대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때 제한 없이 많이 내보라고 한다. 그러면 힘들다. 

제한 없이 많은 아이디어는 아이디어가 적용될지 안될지 검토하기가 힘들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 하나 아이디어이다.

아이디어를 절대로 양으로 승부하지 말자. 문제를 듣고 아이디어를 30분 안에 100개를 낼 수 있다.

아무 말 대잔치를 하면 된다. 하지만 적용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도 있다.

예를 들어 전날 강의실에 가서 잔다는 아이디어...... 참신할 수 있지만 이런 아이디어는 월요병을 없애기 위해 일요일에 출근한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https://www.yna.co.kr/view/MYH20131124007400038?section=search

2013년에 방송된 뉴스이다. 궁금한 사람은 링크를 타고 들어가 뉴스를 보고 와도 된다.

(https://www.yna.co.kr/view/MYH20131124007400038?section=search)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 집에 안 간다는 대답이 나올 수도 있다. 

참신한 대답은 상당히 많이 나올 수 있다.




제한 조건을 먼저 얘기하겠다.

여러분이 내는 아이디어는 절대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하면 안 된다. 7시가 되면 침대가 접히던가 사람을 던져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래 아이디어는 알람 시간이 되면 침대가 사람을 날려버리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 내지 말자. (http://www.colinfurze.com/ejector-bed.html) 이 사람 홈페이지 가면 구경할 것이 많이 있다.


http://www.colinfurze.com/ejector-bed.html


또 다른 제한 조건은 알람 시계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실생활에서는 알람 시간을 잘 못 맞춰 놓는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알람시계의 배터리가 공교롭게도 알람 시간 전에 끝날 수도 있다. 시계가 잘 못 맞춰진 경우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실습을 위해서 이런 원인은 미리 없애기로 한다. 

예를 들어 배터리 문제라고 하면 여러분들은 오래가는 배터리 개발로 문제가 바뀔 수도 있다. 사람을 깨우려 하는데 배터리 수명 연장에 몰두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럼 배터리 내부 구조부터 연구해야 한다.


사람에 대한 제한 조건을 추가하겠다. 갑자기 이 사람이 룸메이트를 데려올 수는 없다. 그냥 계속 혼자 살아야 한다. 또 교육을 참석 안 하고 편하게 자는 것도 안된다. 교육 불참 시 벌금이 10억 원 정도면 반드시 나올 것이다. 그렇다고 교육 참석 시 10억 원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냥 10억 원만큼의 트리즈를 배워간다고 하자.

이사를 가는 것도 안된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 이론이라는 트리즈에 왜 이렇게 제한 조건이 많은지 궁금할 것이다. 제한 조건이 없으면 적용되지 않지만 스스로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만 나오게 된다. 

그냥 받아들이자.




제한 조건까지 정리했으면 이제는 사람에 대하여 정의해야 한다. 

Persona (페르소나) 방법으로 정의해보자.

그냥 귀찮으면 본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면 다른 것은 다 같은데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것만 바꾸기 바란다.


사람도 정의했으니 이제는 기숙사 방을 그려보자. 

기숙사 방 구조와 방에 있는 가구, 가전제품 등등 여러 가지를 넣자.

제한 조건이 또 하나 있다. 애완동물은 키우면 안 된다. 기숙사이기 때문이다. 개를 훈련시켜서 아침에 깨우게 한다라는 대답이 강의 중에 나왔었다. 개는 키울 수 없다니깐 그럼 뱀은 가능한가요? 새는 가능한가요? 등등 모든 동물이 나와서 동물과 같이 살 수없다고 하니 이번에는 장수하늘소라던가 벌, 나비 등과 같은 곤충들을 훈련시킨다고 해서 모든 생물과는 동거할 수 없다고 제한 조건을 정했다. 물론 의도하지 않지만 키우고 있는 바퀴벌레, 모기, 파리는 어쩔 수 없다. (설마 훈련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기숙사는 가로 세로 몇 미터인가? 몇 층에 위치하는가? 주변은 어떠한 환경인가? 방은 편의상 하나라고 하자. 기숙사 방에 화장실은 있지만 주방은 없다. 

가구를 배치하고 전자제품도 넣어보자. 가상이니까 하고 싶은 거와 사고 싶은 거 다 넣기 바란다.

머릿속으로 생각하지 말고 실제 그려보는 것이 어떨까? 계속해서 봐야 한다.


여기까지 정리한 것이 사람에 대한 페르소나, 기숙사 방 모양, 제한 조건, 문제 상황까지다.


아직도 우리는 Define 진행 중이다.

여기까지 정리하고 궁금한 점은 댓글로 문의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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