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양식이고, 인간지능은 자연산일지도 모른다
제주에 살다 보면 자주 접하는 것이 회다.
횟집에 가면 자연산과 양식으로 구분되어 있다.
심지어 자연산은 시가라는 가격이 붙어 있어 물어봐야 한다.
사람들은 보통 양식보다 자연산이 더 비싸고, 더 맛있고, 더 귀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비싼 돈을 내고 먹는 것이겠지.
그런데 과연 양식보다 자연산이 더 좋은 것일까.
양식과 자연산 회의 맛을 비교하려는 건 아니다.
그 정도로 회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각자 선호가 있고, 기준이 있다.
어디까지나 회를 사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이다.
최근 인공지능이 빠르게 활용되고 있다.
지능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할 수 있을까?
사전적 정의 말고, 우리가 체감하는 지능 말이다.
회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듯,
지능에 대한 기준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지능을 ‘양식’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 인공지능인 것 같다.
여기서 ChatGPT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가 양식 광어회를 먹을 때, 그 광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자랐는지 굳이 따지지 않는 것과 같다.
인공지능이 있다면 인간지능도 있다.
어쩌면 인공지능은 양식이고, 인간지능은 자연산일지도 모른다.
주어진 환경에서 주어진 사료를 먹고 정해진 품질과 크기를 유지하는 양식장에 생선과 같다.
양식 광어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
결국 회가 된다.
언제 회가 될지 문제일 뿐, 결과는 정해져 있다.
자연산 광어는 다르다.
인간에게 잡히지 않으면 다른 물고기에게 먹힐 수도 있고, 예상보다 오래 살아남을 수도 있다.
바닷속을 헤엄치고 다니는 것이다.
물론 위험은 있지만, 운명이 열려 있다.
양식은 안전하다.
관리되고, 예측 가능하고, 평균이 유지된다.
어쩌면 지금 우리 지식은 양식되고 있는 것과 같이
같은 답을 먹고,
같은 추천을 보고,
같은 문장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그게 더 효율적이고, 더 빠르고, 더 틀릴 확률이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양식보다 자연산이 항상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자연산도 실패하고, 잡혀 먹히고, 사라진다.
그렇다고 양식이 자연산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도 말하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양식은 목적이 고정되어 있고, 자연산은 가능성이 남아 있다.
지능을 양식하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판단을 선택하고 있는 걸까.
양식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집단 폐사라고 한다.
같은 환경, 같은 조건, 같은 사료이기 때문에 병이나 수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문제가 생기면 한꺼번에 무너진다.
우리는 양식된 지능을 먹고 산다.
그게 더 안전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연산이 사라진 바다는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