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일방통행

by 한유신

학교는 공간일까, 시스템일까.

건물이 있으면 학교 같고, 수업이 있으면 학교 같다.

생각해 보면 또 둘 다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학교는 머무는 곳이라기보다 건너가는 곳에 더 가깝다.


그래서 학교는 성수대교, 한남대교와 같은 다리일지도 모른다.

학교는 사회로 건너가는 다리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주 긴 다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짧은 다리다.

천천히 건너는 사람도 있고, 뛰어서 건너는 사람도 있다.

물론 자동차, 지하철, 버스와 같은 것을 타서 빨리 갈 수도 있다.


학교는 다른 다리와 다르게 한번 건너면 되돌아오기 어려운 일방통행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서 학교를 건널 때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다 건너고 나서야 알게 된다.

다리를 다 건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학교에 있을 때는 학교가 잘 안 보인다.

그냥 매일 다니는 길이고, 같은 풍경이고 같은 사람들이다.


사회로 나오고 나면 학교는 갑자기 뒤에 있다.

다시 건너가려고 해도, 같은 위치로는 돌아갈 수 없다.

물론 사회로 나갔다가 또 다른 다리를 건널 수는 있다.

다시 배우기도 하고, 다시 학교 비슷한 곳으로 또 다른 다리를 건너기도 한다.


다리는 하나만 건너야 한다는 법은 없다.

다만 처음 건너기 시작한 학교라는 다리는 유독 기억에 남는다.


학교를 시스템이라고 부르면 조금 딱딱해진다.

규칙이 있고, 과정이 있고, 평가가 있다.

맞는 말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학교를 공간이라고 부르면 조금 좁아진다.

교실과 운동장만 떠오르지만 공간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학교는 사이에 있다.

집과 사회 사이, 아이에서 어른 사이와 같은 사이에 있어서 학교는 도착지가 아니라 경유지다.

오래 머물수록 좋은 곳은 아니고 반드시 건너가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학교를 잘 건넜다는 말은, 학교에서 잘했다는 말과 꼭 같지는 않다.

어떤 사람은 천천히 걸어도 잘 건너고, 어떤 사람은 뛰다가 넘어지기도 한다.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다리를 건넜다는 사실이다.


학교는 끝나면 의미가 생긴다.

건너는 동안에는 왜 하는지도 모르고 지겹고 하기 싫지만, 건너고 나면 아쉬움에 돌아보게 된다.

학교는 늘 과거형으로 더 또렷해진다.

그때 친구들, 공간들, 시간들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 중에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물론 공부를 안 해서일 수도 있지만 공부만 배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친구를 만나는 법, 선생님에게 혼나지 않는 법, 시험 보는 법, 몰래 하는 법 등을 배운다.

사회에 나가기 위한 규칙을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에서 살아가는 법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다.


어쩌면 학교는 다리다.

- 와이셔츠를 다리면서 언제 다 다리나라는 생각에 학교가 생각나서 썼다. 이렇게 와이셔츠를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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