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관점 변화

by 한유신

여행은 꼭 멀리 떠나지 않아도 괜찮다.

반드시 비행기를 타거나 차를 타고 멀리 가야만 여행은 아니다.

중요한 건 거리보다 익숙함을 벗어나는 것이다.

늘 가던 곳이 아니면 여행이 된다.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으로 가는 게 여행이라 생각한다.

명승고적이 있고 먹거리가 있는 곳을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꼭 보고 싶은 것이 있거나 체험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곳을 가야 하지만 같은 도시여도 되고, 같은 동네여도 된다.

여행을 왔다고 생각하고 평소에 안 하던 방식으로 움직여보자.

안 가던 골목으로 들어가고 새로운 식당을 방문하고 안 하던 행동을 해보자.

제주에 살면서 다니는 길은 항상 비슷하다.

차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많은 길은 그냥 지나치게 된다.

집에서 걸어 나와서 동네를 걸어보았다. 차를 타고 가는 길은 똑같아 보였다.

하지만 한 골목만 뒤로 가니깐 처음 보는 곳이다. 동네 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보았다.

우리 동네는 말과 소밖에 볼 것이 없다.


KakaoTalk_20240630_170409269_07.jpg 편하게 잘 자고 있소


여행은 그냥 다녀오는 걸로 끝나면 아쉽다.

왔다 갔다 했다는 사실만 남으면 이동이지만 가기 전에 설레고 오는 길에 피곤한 것도 여행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낯선 경험과 낯선 풍경을 보고, 느끼고, 생각이 한 번쯤 흔들려야 한다.


여행을 가면 내가 알고 있던 것이 항상 옳은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국내 여행에서도 그렇지만 외국을 가면 더 심해져서 눈치를 보게 된다.

화장실을 가도 돈 내야 하고 식당에서 물도 돈 주고 사 먹어야 하고 팁도 줘야 한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방식이 거기에서는 전혀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왜 이게 당연하지 않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 생각에 변화가 온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여행지에서는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이렇게 해도 되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남들 하는 것을 관찰하고 그대로 따라 해 보게 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왜 평소에는 항상 자신의 방식만을 우기고 살았을까?


평소에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 여행지에서는 문제로 다가오기도 한다.

불편한 구조, 이해되지 않는 규칙, 이상한 관습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그 문제를 보면서 알게 되는 것은 현지인들은 전혀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

우리랑 반대로 차가 다니는 곳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반대로 보면서 문제를 만드는 것은 바로 나다.

어쩌면 이런 것은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기준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여행은 기준을 흔든다.

내가 가진 기준이 과연 유일한 기준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여행은 답을 주기보다 왜 우리는 이렇게 하고 있었을까라고 계속 질문을 던진다.

당연하다는 것에 진짜 당연한 것인지를 물어본다.


여행은 혼자 갈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 갈 수도 있다.

혼자 가면 생각이 많아지고, 같이 가면 관계가 드러난다.

누가 얘기했는지 몰라도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같이 여행을 가라는 말이 생각난다.

같이 여행을 가면 평소에 안 보이던 모습이 보인다.

좋은 것도 보이고, 불편한 것도 보여서 사람이 새롭게 보인다.

나도 그 사람에게 새롭게 보일 것이고 같이 간 사람도 새롭게 보인다.

어떤 사람과 처음 여행을 가기 전에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하다.

서로 실망할 수도 있고 더 좋아질 수도 있다.

여행은 사람을 바꾸지는 않지만, 사람을 다르게 보게 만든다.


여행을 하면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인다.

길거리에 걸려있는 간판, 길에 들리는 소음, 그 동네에 깔려있는 냄새까지도 다르게 느껴진다.

낯선 거리에 가면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찾으려고 한다.

익숙한 것이 있어야지 안도가 되나 보다.

여행을 가서 주변에서 들리는 한국말을 분석하면 "이건 한국으로 치면 삼계탕 같은 거야.", "여긴 서울로 말하면 영등포역 같은 곳이야.", "그러니깐 이게 한강인 거죠?"와 같은 말을 듣는다.

물론 비교하기 위해서 익숙한 것으로 설명하겠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냥 삼계탕을 먹고 영등포역에서 기차를 타고 한강을 건너는 것과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익숙함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낯설기 때문에 감각이 살아난다.

처음 가는 곳이라면 당연한 게 없다는 걸 여행을 통해 배우게 된다.

이래야 한다는 규칙도 없고,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답도 없다.

그걸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돌아오는 게 여행이다.

휴식을 위해 가는 여행이어도 배우고 돌아오는 것이 있다.

어쩌면 여행은 배우고 느끼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다녀온다고 바로 생각과 행동이 바뀌지는 않는다.

며칠 지나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면서 안심하게 된다.

여행에서 느꼈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나씩 생각하면서 익숙한 곳에서의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질문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질문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선택할 일에 조금씩 영향을 준다.


어떤 결과를 기대하면서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다.

여행을 다녀온다고 어마어마하게 변화되지도 않을 것이다.

여행은 낯선 곳으로 가서 나를 스스로 낯설게 하고 흔들어보는 것이다.


여행은 어쩌면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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