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유신 Dec 05. 2019

자동심장충격기 AED

이런 거하고 싶었다

회사 다닐 때 난 AED 같은 역할을 하고 싶었다.

아무 일도 안 하지만 없으면 안 되는 역할.


자동심장충격기

내가 하는 업무는 트리즈 과제 컨설팅이었다.

거의 죽으려 하는 과제를 살려놓는 일이다.


마치 소화기 같은 업무.

회사에서는 소화기에게 왜 아무 일도 안 하냐고 한다.

그리고 소화기를 문 받치는 용도로 사용하면서 문이 자꾸 닫히니깐 문도 제대로 못 잡는다고 뭐라고 한다.


조직에서는 각자 역할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급한 업무가 있으면 모두 소집하여서 자료를 만든다.

자료와 상관이 없어도 가야 한다.


AED는 평소에는 아무 일도 안 하고 일을 안 하는 게 좋은 것이다. AED 활용률이 높으면 직원 건강이 안 좋다는 뜻이다.



때로는 제발 AED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아무 일도 안 하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혼자 생각해서 구체적이지도 않은 업무를 일단 해보라고 한다.

왜 하는지도 모르고 해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고 어찌해서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의미도 없는 것이 많다.

그냥 가만있는 것이 좋은 사람들은 자꾸 뭔가를 하려고 하고 일 잘하는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AED는 필수적으로 설치를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몇 가지가 있다.

소화기, 가스누설 탐지기, 자동차 에어백, 계단 난간 등

아무 일도 안 하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고 또한 유지비도 든다.


회사마다 이런 사람을 활용하는 것이 어떨까?

AED에게 해마다 목표를 세우라고 하면 작년에는 활용도가 0인데 올해 목표는 1로 잡을 수 있을까?

물론 도전 목표도 세워야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누군가 심장 정지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과제도 마찬가지다. 과제가 잘 못되어야지 진가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심장을 튼튼하게 하려면 운동도 하고 먹는 것도 가려먹고 건강하게 있어야 한다.

그럼 AED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을 운동시키고 식단 관리하는 것일까?

전체로 보면 아프기 전에 건강을 지켜야 하듯이 과제도 초기에 건강한 과제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냥 있어도 목표가 없어도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업무는 없나 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AED는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긴장하고
지속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AED는 퇴근을 할 수 없다.
불쌍한 AED
작가의 이전글 목표 설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