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부터 썼던 얘기를 시간이 많이 지난 후 다시 쓰려고 한다.
최대한 당시 분위기를 살려서 쓰는 것이니 요즘과 다른 내용이어도 이해하기 바란다.
최근에 다녀온 모스크바 분위기는 추가해 보겠다.
그럼 읽자.
이제부터 쓰려는 얘기는 많은 사람들이 모스크바 유학생활에 궁금해하고 어떻게 사는지 또 아직은 알려지지 않은 나라라서 궁금한 것이 많다고 느껴서 내가 겪은 얘기를 약간의 과장과 함께 써나가겠습니다.
중간에 궁금한 거 있으면 답글로 올리세요.
난 1997년 8월 27일 그러니깐 내 생일 전날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뭔가 멋있지 않은가?
모스크바에 새로 태어난 기분 같은 것이 느껴졌다.
(사실 지나고 보니 그런 거지 그땐 비행기표 시간 맞추느라고 그랬지)
올 때 가뿐하게 트렁크 하나와 책가방 하나메고 도착했다.
(모스크바 올 때 그렇게 짐이 없는 것은 첨이다. 요즘은 큰 가방 3개씩...)
모스크바에 아는 사람 하나도 없었다.
그냥 한국에서 예비학부와 연결하고 온 거다.
학교에서 공항까지 마중을 나왔다.
차 타고 기숙사 갈 때까지 내가 한 노어는.....
없었다... 흑흑
모스크바 오기 전에 두 달간 학원을 다녔는데...
알파벳 읽는 게 다였고 간단한 인사말 공부했는데...
왜 아무도 못 알아듣느냔 말이다.
한국 사람들은 다 알아듣던데..
어쨌든 기숙사 가서 어찌어찌해서 방 배정받고
옆방 애들하고 인사하고 저녁 먹고 자는 게 내 계획이었다.
Dormitory of MSU (House of Students) (Moscow) | 1967 building
하지만..........
기숙사에서 나와 말 통하는 사람이 없었다.
다행히 기숙사에 있던 한국 사람이 날 도와줬다.
그땐 노어 정말 잘하는 줄 알았는데.... 결국 같이 헤맨 것이다.
(그 사람 이름은 안 밝히는 게 내 신상에 좋음)
고맙다고 인사하고 폐 끼치기 싫어서 (그냥 한번 팅기는 건데...)
저녁은 나가서 먹는다고 했다가 무슨 외계인 보는 듯한 시선을 느끼고 그 형에게 얻어먹었다.
예전에 갔다 온 영국이나 파리 생각했던 거다.
지금은 많이 생겼지만 그때는 레스토랑 찾기가 힘들었다.
내 노어가 문제였지만.
막상 들어갔어도 난 환전을 안 해서 루블이 없었다.
환전 어디서 하는지도 몰랐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어쨌든 저녁 먹고 보드카 한잔 했다.
아직도 기억한다 쁘리벳 보드카...
쁘리벳은 노어로 안녕 이란 소리다...
보드카와 인사하고 자는 걸로 하루가 지나갔다.
하루 얘기를 넘 많이 썼는데..
그래도 시작이니깐....
привет водка
다음날
학교에 가려고 했는데 어떻게 가는지 내가 알까?
그 형에게 물어봤다. 학교 어떻게 가냐고
전철 타고 오라고 했다. 3 정거장 가서 내리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먼저 갔다....... 하루 만에 배신당했다.
하지만 나한테 전철 토큰 하나 주고 갔다. 고마워라
(요즘에는 카드로 바뀌고 1회 용도 저런 동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житон
어쨌든 혼자서 씩씩하게 학교 찾아갔다.
지금 생각해도 역시 용감했다.
가서 영어로 (왜? 그 사람들이 한글 모르잖아 ㅡ.ㅡ)
입학 수속하고 이것저것 하고 집에 왔다.
이날이 무슨 날이냐면 내 생일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우연인지 먼지 몰라도 미역국은 먹었다
사실 그날 온 기숙사의 한국사람들이 다 미역국을 해 먹었다.
또 그 형이랑 보드카 마시고
아직 물가의 개념도 돈도 어떤지 모를 때래서 정말 생각 없이 살았다.
며칠 그렇게 여기저기서 얻어먹으면서 다니다가
직접 해 먹자는 기특한 생각이 들어서 나가서 프라이팬 하나랑 칼이랑 접시 하나 사 왔다
도마는 접시로 그냥 썼다.
그때 개념 없었다 돈에 대해서 그 접시 거의 이 만원이나 하는 거였던 것이었다.
그걸 칼집을 내면서 썼다니!!!!!
빵이랑 소시지 사 왔다.
머릿속에 메뉴는 콘티넨탈 브렉퍼스트.
눈앞에 메뉴는 빵과 소시지....
우유도 샀다.
버렸다 상해서.... 나쁜 놈들이라고 생각했다. 러샤놈들은 ㅠ.ㅠ
나중에 알았다. 내가 멍청했다.
여긴 우유도 팔고 께피르라는 아주 진한 우유라기엔 뭔가 약하고
뭐랄까 요구르트라고
딱 집어서도 말 못 하고 어쨌든 약간 맛이 간 우유라고 생각하면 되겠고
정 궁금하면 와서 마셔보세요.
https://domik-v-derevne.com/product/67
(누가 봐도 우유랑 똑같지 않은가? 소도 그려져 있고. 저 할머니에게 속은 것인가 보다)
난 글자 간신히 읽을 줄 알았다.
께피르가 무슨 우유회사 이름인 줄 알았다.
냄새 맡고 상했는 줄 알고 바로 버렸는데... 지금은 가끔 먹는다.
첫날부터 일 년이 지날 때까지 집에서 쌀밥 한 번도 안 해 먹었다.
밥솥이 없었다. 다 얻어먹었다 밥은.
프라이팬 하나로 모든 요리를 끝냈다.
남들은 맛있다고 했다. 안주로서.... 흑흑 ㅠ.ㅠ
난 안주만 먹고살았던 것이었다.
참고로 메뉴는 이랬다.
소시지 구이, 소시지 볶음, 계란 프라이, 계란 양파 말이, 계란 소시지 섞어 부침,
소시지 야채볶음, 소시지 케첩 볶음, 삼겹살이라고 우기고 싶은 돼지고기구이,
스테이크라고 생각하고 먹는 소고기 구이(소고기 프라이팬에 구우면 된다.)
토스트, 후렌치 토스트, 핫도그, 과일안주, 감자탕이라고 벅벅 우긴 뼈다귀 감잣국
어찌 안주로서는 훌륭하지만 균형 잡힌 식단으로는 영 아니라고 생각돼서
보드카를 곁들였다..............
질문하겠죠?
그럼 한국에서 모스크바로 유학 갈 때 가져가야 하는 물품은?
답이다.
예를 들어 1년 연수하러 온 사람의 짐을 보자.
전기밥솥, 전기담요, 고추장과 같은 한국음식, 라면, 소주, 담배, 책, 겨울옷 이따 만큼,
여름옷 조금, 기타 가져오고 싶은 것....
거의 한 살림이다.
전기밥솥 하고 전기담요만 해도 엄청 많다.
고추장과 같은 한국음식....... 써놓으니깐 간단하지만 목록은 30개도 넘는다. 진짜다.
라면...... 5개까진 애교로 볼 수도 있다. 두 박스 가져온 사람 봤다. 60개.... 휴.
소주 한두 병은 괜찮다. 하지만 보드카가 있다.
그리고 1년 연수하러 온 거다. 1년 소주 안 먹어도 안 죽는다.
책은 꼭 가져와야 된다. 특히 사전, 자기가 노노어 사전 본다고 일부러 안 가져온 사람 봤다.
뜻은 갸륵하다. 한국에서 먼저 영영사전 보고 자신 있음 가져오지 마라.
여기서 소포로 사전 받느라고 고생한 거 지금 생각하니깐 불쌍하다.
(소포 얘기 나중에...)
물론 여기서 북조선 무슨 출판사에서 만든 로씨야 조선어 사전 있다.
그건 조선어를 한글로 번역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한글과 순서가 다르다. ㄱ,ㄴ,ㄷ, 이런 순서 말이다.
그리고 옷...
여기 여름에 무지무지 덥다. 한국하고 똑같다.
겨울 옷만 잔뜩 가져와서 여름에 땀 삐질삐질 흘리고 다니는 사람 많이 본다.
1년 있으려고 오는 사람들의 짐이다.
한편, 용감한 나는....
모스크바도 사람 사는 곳이니깐... 이란 아주 안일한 생각을 했지만 지금 잘 살고 있다.
안일한 생각으로 와도 된다.
의식주중에 주는 버렸다. 집은 오면 있으니깐.... 기숙사
식도 버렸다....... 그냥 여기 먹는 대로 먹자란 안일한 생각 했다. 살아있잖아... 뭐
옷... 조금 가져왔다. 여름 겨울 옷.....
신발 신고 온 게 다다........ 한 개....... 가서 사지 뭐 이런 생각으로.
이러고 여태껏 살 거 같겠지만
그다음부터 한국 갔다 오면서 무지무지 많이 가져온다.
근데 1년 있을 사람보다도 준비 조금 해와서 1년 잘 살았다.
모스크바 오지 아니다.
오지탐험 준비 해올 필요 전혀 없고 와서 적응하길 바란다.
저번에 준비물이 빈약한 것 같아서 추가 설명합니다.
정말 세세한 것까지 적고 싶지만 평상시 생활을 돌이켜 보면서 하나씩 생각하면 된다.
자기가 평소에 쓰는 걸 잘 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빨 닦고 앗... 치약 칫솔, 얼굴 씻으면 비누 수건... 등등등
다 적어놔라.
그다음에 모스크바도 있는 거 빼라.
치약 칫솔 다 있다. 널려있다. 길거리에..
돈 주고 집어야 하지만...
오자마자 쓸 것은 있어야겠지?
인간성이 괜찮아서 와도 바로 줄 수 있는 사람 있으면 안 가져와도 되고 뭐 비행기에서 화장실에서 가져올 수도 있지만 (아에로 플롯은 비즈니스 석만 칫솔, 치약이 제공됨)
어쨌든 하루에 자신이 하는 행동들을 적어놔서 필요한 것만 가져와라.
돈 쓰다가 한국 돈 가져와도 소용없다.
버스카드 우리나라만 된다.
BC 카드 그런 거 말고 신용카드 가져와라.
심지어 휴지까지 가져오는 사람 있는데...
짐 실을 곳이 남아돌면 가능하다.
여행용 티슈 정도는 필요할지도..
근데 비행기에 다 있다.
처음에 와서 휴지를 사려고 했는데 메트로 앞에
노점상 아줌마한테 휴지를 샀다.
사고 난 뒤 두루마기 메모지를 샀는 줄 알았다.
볼펜으로도 쓸 수 있다. 그리고 안에 까지 꽉꽉 종이가 있다. 걸어쓰지 못 한다는 것이다.
http://zabota38.ru/lichnaya-gigiena/tualetnaya-bumaga
(이 부분은 모스크바 사는 사람들은 몸으로 동감하는 부분이다.
한국에 있는 분들....... 나중에 기념품으로 하나씩 사가세요......^^)
슈퍼나 가까운 시장 가면 부드러운 휴지 판다. 근데 비싸다.
김치 없이 밥 못 먹는 사람 김치 조금 가져와라.
차라리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던가 아님 돈을 가져와라.
김치값 따로 챙겨 오면 여기서 다 판다.(이거 광고 아님)
배추랑 젓갈도 판다.
고춧가루도 파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가져와라.
한국에서도 동네마다 고춧가루 맛이 다르니깐 입맛에 맞는 걸 고른다면 가져오는 게 낫겠지요?
밑반찬 알아서 가져와라
참고로 난 안 가져왔다... 근데 요즘 가져온다...ㅠ.ㅠ;
냄비 프라이팬 여기 다 판다.
젓가락 여기서 팔지만 가져오는 게 낫다.
그래야 여기저기 껴서 밥 뺏어 먹지.
근데 그런 건 사람들하고 친해지면 금방 얻을 수 있다.
생각해 봐라.
여기 왔다간 사람들이 꽤 되는데 그 사람들이 한국 갈 때 젓가락까지 챙겨가겠는가?
물론 놔두고 간다.
그럼 그 사람들이 버리느냐?
아는 사람에게 인심 팍팍 쓰고 간다.
일부 극소수 인간들은 다 팔고 간다.
주방세트 일체라고 해서 말이다.
팔리나 모르겠다.
어쨌든 웬만한 거 다 있으니깐 걱정 말고.
소주잔 필요 없다. 보드카 잔이 소주잔이다.
간장 종지 조그만 게 없을 거 같다고?
길거리에서 한국돈 3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지금은 환율이 바뀌어서 더 쌀 것이다.)
또 없을 거 같은 거 있음 물어봐라.
그 동네에서만 구할 수 있는 거 물어보지 말아라
한국 음식 재료 웬만한 건 다 구할 수 있고 요즘 중국 슈퍼 무진장 큰 거 생겨서 비슷한 거 구할 수 있다.
학용품 같은 거 이쁜 거 쓰고 싶다.
자긴 이쁜 거 아님 공부 안된다 싶은 사람은 사와라.
여긴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곳이다 학용품 부분에서는.
볼펜이나 노트 책가방 같은 거 난 그냥 여기서 해결한다. 어차피 쓸 일이 별로 없고.
개인적으로는 중요한 물건들이 아니래서....
컴퓨터 들고 온다는 사람 있는데 필요하면 가져와라.
무식하게 전용선까지 가져오려고 하다가 나같이 된다...
여기 인터넷 설치된다. 언급 안 하겠지만 한국의 꿈을 버려라.
뭐 돈이 많으면 전용선 깔아도 된다.
(요즘은 모스크바에 Free WiFi가 깔려 있다. 1999년에는 그런 거 없었다.)
웬만큼 준비했으면 와서 해결하기 바란다.
준비물 편은 이만... 내가 대신 짐 싸주는 건 아니잖아
알아서 싸 가지고 와서 부딪혀라.
두드리는 자에겐 열린다고 하니깐 말이다.
두드릴 때는 반드시 손에 돈을 쥐고 두드리기 바란다.
그럼 다음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