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해지는 것들을 붙드는 일

by ㄱㄷㅇ

희미해지는 것들을 붙드는 일

짧은 주말이 아쉽다고 느끼는 것도 지칠 때쯤 한 통의 메시지가 왔다. 아직 해가 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내일의 아침에 지쳐버린 나는 침대에 온몸을 맡기고 있었으나 와중에 핸드폰을 한 손에

꼭 쥐고 있었으므로 메시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메시지의 내용은 그의 짧은 안부였다. 요즘은 어떻게 지냈느냐는 물음에 나는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답장을 미뤄야만 했다.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쌓여있는 하루 속에서

무엇을 먼저 처리해야 할지 짧게 고민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퇴근이 올 때까지

꼭 끝내야 하는 일을 끝내지 못했다면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하고.


지금의 하루 속에서 나는 쉽게 생각에 빠지지 못한다. 예전이었다면 머릿속은 온갖 상상으로 가득해졌을 시간에도 단지 눈을 감는다. 언제나 사랑하리라 의심치 않던 음악마저 꺼두고.

이런 나의 하루를 안녕하다는 말로 치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한다. 안녕하느냐는 물음에 '괜찮아.'라고 답을 한 지 시간이 꽤 되었을 텐데, 이제는 '괜찮아.'라는 말도 내뱉기 어려워졌다.


나의 마음을 의심하게 되었다.

그건 음악 때문이었는데, 나는 영원히 음악을 사랑하겠지.라는 생각을 해왔다. 기억이 존재하는 순간부터 음악을 사랑해 왔기 때문이고, 적어도 삶의 대부분을 사랑해 온 것이라면,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을 잠시 지우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토록 사랑했던 음악조차

점점 버거워짐을 느끼던 순간.


사랑의 정도가 달라졌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다 해도 이 마음이 점차 희미해진다면, 나의 마음이 이토록 허술한 것이라면, 나는 앞으로 무얼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의 마음을 의심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겁이 많아지기도 했다. 무언가 사랑하게 되더라도 - 그것이 사람이든. 문학이든, 예술이든 간에 - 그 마음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이 가득해져서 사랑에 빠지려 하는 순간에 나를 이 세상 밖 어딘가로 멀리 내던진다. 이것이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런 상황이 반복된 것은 분명하다.


많은 것을 확신할 수 없는 삶 속에서, 그러니까 오래도록 사랑하리라 믿었던 것조차 서서히 빛을 잃는 것을 목격하면서, 그 허상조차 붙들지 않으면 금세 허물어질 것 같은 것이 사랑이다.


다만 그의 연락이, 평소라면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몇 글자가 지쳐 있던 나의 하루에선 낯선 빛처럼 스며들었다. 아주 사소한 안부의 기척이, 잊고 있던 나 자신을 불러내는 순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안부에 답을 해야만 했다. 언젠가 놓칠 것을 알면서도 붙드는 행위, 그것이야말로 내가 이 세계와 이어지는 유일한 방법임을 자각하면서


사랑이라는 건 어쩌면 하나의 결심이 아니라, 매 순간 갱신되어야 하는 다짐일지도 모른다.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다시 세우고, 희미해질 것을 알면서도 다시 불을 지피는 일. 그 고된 반복 속에서만 비로소 나는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어쩌면 사랑은 약속이 아니라, 끝없이 시도하는 몸짓의 총합일 것이다. 흔들리고 부서지면서도, 그때마다 다시 이어 붙이려는 의지가 사랑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이 모순된 마음을 품은 채로 살아가는 일이, 결국 내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불안을 끌어안은 채, 여전히 누군가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야 한다. 그 말이 온전히 진실이 아니더라도, 그 말을 내뱉는 순간만큼은 진실이 되기를 바라며.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