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이 슬픔이 덮쳐오면
모두가 사라졌을 그곳으로 달려가야지
마른 나뭇가지를 손에 쥐고서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베면서 말이야.
무딘 마음이 슬퍼지는 날에는
모든 것이 멈추는 듯해
쓸쓸해지는 걸 견딜 수 없어지지
어떤 날에는 보이는 모든 것들이
저들끼리 아등바등 살아내려 하는 것 같아서
그러나 그러지 못하는 모습이 애처롭고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 밤에는
세상은 고요로 가득해지고
외로움의 몸을 웅크리고 있어야만 해
가리어진 달에게, 손톱만큼 자라날 달에게
나를 보내고 싶었어 다시 채워지도록
어느 방향으로 눈물을 흘리고 울음을 내야 할지 알 수 없는 시간
바다는 달을 닮아 덜어지다가도 채워지고
보이다가도 사라져 버리는 것, 보고 싶지 않은 날에도
너머에 있는 것
베이고 베는 모든 것을 눈에 담아 가면서
바다의 끝, 포말이 되어버리는 눈을 살펴야겠어
눈을 타고 흐르는 거품을 모래에 흩뿌리고
베고 베였던 모든 것을 바다에 보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