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의 과정
언제까지 잊는 법을 배워야 하는지
지나치는 것들에 쉽게 정을 주지 않는 건
잃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입니다.
친구와 이유 없이 멀어졌을 때,
그리고
한 생명이 먼저 흙으로 돌아갔을 때 또한.
단지 잠시 갖고 있던 마음에 대한
잃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그렇게 점차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 배웠으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친구와의 기억은 가끔 나를 웃게 하고
누군가의 죽음이 나를 울리는 것을 보니
잘 잃어버리는 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같은 선으로
잘 잃는 법이 없으니
잘 잊는 법 또한 저에겐 있지 않습니다.
무릇, 어른이란
슬픔을 알면서도
슬픈 마음을 잠시 묻어둘 줄 아는 것.
그러나 그런 마음을 묻어두는 일은, 결코 무심해서가 아니며
다만, 살아가는 동안 그 아픔을 품은 채로
조금씩 그 무게에 익숙해지게 할 뿐입니다.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건
잊는 법을 배우는 일이 아니라,
잊지 못한 채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일 같습니다.
언젠가 그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그리움이 내 안에서 조용히 숨 쉬게 되는 날,
그때서야 비로소 나는
잃는 것의 끝에서 살아가는 것을 배워가겠지요.
그건 슬픔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무사히 터득했기 때문일 겁니다.
무릇, 어른이란
슬픔을 알면서도
슬픈 마음을 잠시 묻어둘 줄 아는 것.
그래야 잊는 법도 배울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