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25 백예린 콘서트 Flash and Core
약 삼 년 만에 백예린의 콘서트가 열렸다. 오랜 시간 동안 좋아했던 가수의 콘서트에 다녀왔던 기억이
나에겐 무척이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이번에도 가게 됐다.
삼 년 전, 함께 다녀왔던 친구와 또 함께 다녀왔다.
아침 일찍 셔틀버스를 타고 인스파이어 아레나로 향하면서 뭔가
여행을 가는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에 가서
새로운 광경을 보고, 많은 사람을 보면서
복잡한 곳을 싫어하면서도 곧 보게 될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은은한 흥분감과 행복감이 내내 돌아다녔다.
고민하고 있던 앨범도 이왕 온 김에 사자.라는 생각으로 구매했다.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매개체를 하나 더 얻었다.
콘서트에 들어가자 엄청나게 큰 콘서트장이 눈에 들어왔다.
무대가 시작하자 내가 앉아 있던 곳에서 아주 잘 보이는 곳으로
백예린 님이 등장했다. 나는 평소 힙한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다.
랩 같은 걸 찾아 들은 적은 없었고, 힙하다.라는 느낌에 묘한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백에린 님이 등장하고, 무대를 바라보면서 내가 싫어했던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굉장한 사운드를 들으면서 친구에게 심장이 터질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다.
고작 앉아서 바라보기만 하는데도 이런 고양감이 드는데
저렇게 무대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갖고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번 앨범을 열심히 듣고 간 보람이 있었다.
역시 아는 노래를 듣는 것과 모르는 노래를 듣는 건 차이가 있었고
익숙한 노래가 나올 때마다 더 무대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큰 무대를 오로지 혼자서 채우는 가수를 볼 때마다,
백예린 님이 예술가로서 아름다워 보였다.(당연히 얼굴이 보일 때마다 미친 미모에 감탄했다.)
이번에 나온 신곡뿐만 아니라 익숙하게 알고 있던 곡들이 나올 때마다
친구와 서로 입을 틀어막으면서 무대와 음악을 담아내기 위해
눈과 귀를 온전히, 완전히 집중하게 됐다.
특히 그의 바다를 들으면서 매력적인 편곡과 목소리를 들으면서
다음 무대에 대한 기대감들이 증폭되기도 했다.
당연히 모든 무대가 좋았다. To, Save me, mirror 같은 신곡부터
지금까지 줄곧 나의 플리에 있는 곡들까지.
새삼 내가 백예린 님의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나오는 무대의 곡들을 다 알고 있지. 하면서
나는 Big world를 가장 좋아한다. 노래가 출시되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백예린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늘 같았고
지난 공연에서 라이브를 듣지 못해 무척이나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이번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지인에게 똑같은 얘길 하면서
이번 공연에서는 꼭 big world를 라이브로 듣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명곡이 많다 보니 큰 기대를 안 한다고, 다른 음악으로도 충분히
좋을 수 있을 것이라고.
1부 공연이었던가, big world와 함께 있는 fucking new year를 불러주길래
나는 내심, 아니 솔직히 많이 무대를 기다렸다. 정식 공연이 모두 끝날 때까지
불러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지. 하고 약간의 실망을 하고 있을 때
그때
앙코르의 첫 곡으로 Big world를 불렀다. 나는 정말 그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속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게
이토록 기쁘고 행복한 일인 줄 알았다면
나는 아마 지금보다 더 열심히 백예린 님을 보러 다녔을 것이다.
연말이 되어갈수록 나는 여지없이 약간의 설렘과 슬픔이 동시에 오는데
가버리는 시간이 아쉽기 때문에 슬프고,
첫눈이 오면서, 그리고 연말의 온기가 서리면서 설레기 때문이다.
다만 평소라면 잡지 못하고 떠나가는 시간에 조금 더 슬퍼지게 된다.
지난주에 늦은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문득 문장이 떠올랐다.
행복하게, 행복할 수 있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는
무척이나 어렵고 힘든 문장이란 걸 안다.
그래서 단지 메모장 한편에 적어두었다.
가끔씩, 삶이 조금씩 지쳐갈 때 보면서 마음을 다잡아야 하니까.
그러나 이번 공연이 앞으로 남은 약 두 달의 2025년에서
저 문장을 꼭 되새겨볼 필요가 없어지게 만들었다.
백예린 님의 음악과, 무대와, 목소리를 통해서
나는 이미 충분히 남은 2025년을
행복하게, 행복할 수 있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