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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Aug 15. 2023

리더의 책임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는] 생각 1.

한 리더를 생각하며, 그분의 리더십을 토대로 리더의 책임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다 불현듯, 다른 생각이 스며 들었다. 그때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의 생각이 틀렸다.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게 아니라서 그냥 틀린 것이다. 책임이란 게 무 자르듯 딱 자를 수 없다. 조직에서 보이는 책임만 생각하면 그 자리를 감당하며 온전히 책임지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책임은 아무나 지지 않는 것인지도.



리더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예전에 한 본부장님(영업담당)이 툭하면 나(HRer)를 본인 자리로 부른다. 부르면 일단 하소연을 하면서, 어떤 문제에 대한 배경부터 상당히 장황하게 얘기한다. 그럴때마다 나도 회사 물 좀 먹은 시니어라 척하면 말의 의도까진 알겠고, 실무자인 나를 부른 건 팀장을 좀 설득해 일을 빨리하란 소리로 알아서 생각한다. 조직의 이런저런 상황에서 이런저런게 필요한데 너의 일에서 이런걸 해줘야 하지 않겠나란 얘기이다. 뭘 그렇게 구구절절 얘기하는가 짜증이 난 적도 있었는데 책임이란 단어를 생각하면서 그 생각에 균열이 갔다.


사적 욕망과 구분해야 하지만 조직의 일에 관련된, 구구절절한 얘기들은 뜯어보면 본부장님이 가진 책임에 대한 영역을 실무자인 나에게 '공유'한 셈이다. 조직에서 C레벨의 책임이 단순히 일이나 활동에 대한 결과에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책임있는 리더'를 생각할 때, '책임감 있다' '책임 질 줄 안다' '책임감이 높다'라는 표현은 아마도 결과 외에 그 일의 과정, 그 일에 대한 본인이 느끼는 문제의식, 기대하는 바, 고민의 정도를 다 포함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구구절절한 얘기를 많이 들을수록 본부장님이 느끼는 책임에 대해 나도 느끼게 된다. 얘기 중에 듣는 척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구나'란 생각도 든다. 되려 몇 개의 단어나 한문장으로 'OO해!'란 말을 하는 분들보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그분의 얘기가 일을 하면서 공감이 되고 기억난다. 또한 묘하게 설득 당해서 그 방을 나오기도 한다. 일의 결정권은 없어도 주도권은 있는 사람에게 그 일이 되기 위해 설득하려는 노력이 비단 실무자만 하는 것이 아님을 느낀다.


또한 지시나 요청한 일을 할 때 그분의 방향이 '이거였었지'라며 은연 중 그분의 생각을 내가 같이 하게 된다. 그래서 책임이란 결과를 넘어 과정, 일에 대한 문제의식, 고민, 기대하는 바 모두를 칭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책임에서 나보다 본부장님이 짊어진 부분이 크기에 그 크기를 내가 다 알 순 없어도, 그분은 책임의 공유를 통해 일이 되도록 만드는데 나를 납득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 많은 얘기를 본부 아래 여러명에게 했을 텐데, 그 체력이나 끈기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몇년 전에 그만 둔 리더분의 의사결정이 아직 조직의 제도나 정책, 문화에 남아 있는 경우도 많다. 리더의 책임이 결코 유한하지 않다.



다만, 그 책임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 함께 하는 구성원에게 공감이 가고 잘만 사용된다면 일이 되어가는 것이 쉽지 않을까. 그분이 영업 쪽이라 언행이 거칠지만, 남녀 구분없이 나에게 하셨던 것처럼 설명 혹은 주장을 펼치면 아마도 존경 또는 인정받는 리더가 되셨을 거란 생각을 한다.


리더의 책임은 일과 조직 내 활동의 결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도 함께 포함되며 리더가 사라져도 행동과 결정은 조직에 남아 무한한 영향을 계속해서 미치기에 그 영역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적 욕망이나 목표 외에 다른길로 간다면, 도끼를 가지고 충언하는 심정으로 C레벨의 리더십에 제언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할테지(어..어렵겠지만;;). 그래서 돈 받는 만큼 책임진다는 생각보다 그 책임에 대해 함께 공유하고 생각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도 필요할지도. 권한만 내세우는 것보다, 서로가 가진 책임을 사업-조직의 일로부터 이끌어 내어 우리가 같은 책임을 가지고 일한다는 분위기, 그 책임을 공유하며 리더의 관점에서도 일을 바라보게 되고 그 관점이 조직의 목표를 상기하며 일하도록 만드는 것. 나의 책임이나 리더의 책임이나 대상은 '고객'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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