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조직 내 수명은 어느 정도일까? 오래전 기사에서 ‘직장인이 체감하는 퇴직 나이는 51.7세’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럼, 50세 이후부터는 뭘 하고 살아야 할지 걱정된다. '50대의 나’는 회사에 계속 다니고 있을지, 다니고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을 하면서 누구에게나 오는 기회는 아니겠지만 영화 '인턴'의 70세 ‘로버트 드니로’의 모습도 한번 꿈꿔본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미리 준비해서 손해 볼 건 없단 생각을 하며 부쩍 ‘나는 나답게, 잘 성장하고 있을까?’란 질문을 자주 맞닥뜨린다.
위 질문에서 ‘잘’은 ‘옳고 바르게, 좋고 훌륭하게, 익숙하고 능란하게’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는데 ‘잘 성장한다’는 건 결국 원하는 Career Goal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경력’에 대한 고민은 이직할 때나 IDP(Individual Development Plan) 적을 때 생각한 게 전부였다. IDP를 적어야 하니 대부분은 직무 자격증, 학위, 교육, 어학이 계획의 전부였고, 또 계획대로 하다 보니 자격증도 학위도 도전했는데 정말 내 커리어가 잘 쌓이고 있나 싶다. 안 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이것이 맞는 방향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그럼 나의 경력은 어떻게 쌓아야 할까? 책을 좀 보면 나을까 싶어 관련 도서도 읽어 봤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마음으로는 와닿지가 않는다. 아마도 어떠한 방향에 대한 실체가 없거나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서 일 것이다. 아니면, 정말 커리어 목표가 없을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일단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야 하는데 문제를 찾는 것부터가 난관이다. 문제를 찾는 과정이 더 힘이 든다.
*출처 : 픽사베이
그래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도 HR 담당자라면 본인의 경력개발을 먼저 설계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해보지 않고는 조직 내 구성원의 경력개발을 구축할 때, 회사가 속해있는 비즈니스와 함께 왜 경력개발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목적보다는 방법에만 치우쳐 책에 나와 있는 프로세스나 5년이 넘은 타사 컨설팅 자료들을 복붙 할 가능성이 많아 지기 때문이다.
경력목표를 그리기 어려울 때 처음 했던 나의 방법은, NCS(ncs.go.kr / 국가 직무능력표준)에 접속해 분야별 검색에서 HR에 해당하는 ‘경영/회계/사무’의 직무(능력단위)를 모두 다 정렬해 보았다. 내가 현재 NCS 기준(물론 100% 정답은 아니다)에 맞추어 일을 체계적 혹은 단계별로 잘 확대해 가고 있는지 확인과 반성이 되면서 인사업무에 대한 큰 그림이 파악이 되었다. 그러고 나서, 경력 목표를 세우는데(첫 단계에 세우면 좋겠지만) 뭘 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직무를 파악한 후에 하기를 권한다. 경력목표가 어렵다면 직위 목표로 대신해도 좋다. 가장 좋은 건, 직무별 수준을 참고해서 회사가 요구하는 (혹은 내가 되고 싶은) 전문가 유형을 찾아 프로파일을 작성하고 현재의 나와 전문가의 Gap을 좁히는 것이다. 이렇게만 해도 인사에 해당하는 수많은 업무의 큰 그림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주니어까지만 유효한 방법이지 않을까) 더구나 일을 할 때,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데 위의 방법으로 하면 HR 업무의 전반적인 영역과 내 일들이 모여 어떤 큰 그림이 만들어지는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가령 일을 하면서 보이기 위한 일에 과한 고민과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거나 정작 중요한 일은 행정처럼 처리했거나, 일을 빨리만 하려했던반성같은것이다.
두 번째는 사내 내가 롤모델로 삼을 만한 경력이나 스킬을 갖춘 분이 있다면 다행이나 그렇지 않다면 코칭을 받는 것도 권한다. 일을 할 때, 일에 감정을 넣으면 그로인한 스트레스나 감정 컨트롤이 상당히 힘들다. 그것을 견뎌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더 갉아먹고 번아웃의 원인이 된다. 업무적 피드백을 디테일하게 해주고 그 변화에 격려와 지지를 보내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감과 자존감이 더 빨리 회복되고 스스로 변화를 기획하게 된다. 물론 좋은 코치나 멘토를 만나는 것은 많은 시행착오도 시간도 돈도 필요하다. 우연히 ‘하기 위한 코칭’을 배우면서 나도 코치가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 지금의 코치를 만났는데, 만나기 전후가 너무 다르다. 매 업무마다 상사나 동료에게 피드백을 받고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코칭은 그런 면에서는 자기 계발도 경력개발도 다 해당되는 듯하다. 일 잘하는 사람은 누구나 되고 싶어 하지만, 그 일을 나답게 내가 원하는 평생의 가치와 방향으로 잘 다듬어 가면서 일 잘하기는 쉽지 않다. 후자가 되기 위한 것이 곧 경력개발이라 생각하기에 코칭의 방법도 좋은 듯하여 권한다.
무릇 성과관리, 경력개발, 자기 계발 등은 사회초년생부터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N 잡러의 시대라서,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없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업무의 결과가 생각만큼 나의 자산으로 남지 않았고 Output이 Outcome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고민하지 않았던 무수한 ‘했던’ 일들을 통해 일하는 방식의 습관을 초기에 쌓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을 뿐이다.
경력개발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다른 세계를 발견할 수 있는 길은 결코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이다. 불변의 진리인지는 알 수 없으나 경력 성숙기에 접어드니 이 말이 진리처럼 지금은 느껴진다. 최재천 교수의 한 영상에서, ‘살아보니 거의 모든 일의 끝은 글쓰기이더라. 예외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거의 없더라. 본인 같은 연구자도, 치킨집 사장도 데이터만 가지고 논문을 쓰고 장사할 수 없다.’라고 들은 적이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기가 막히게 맞는 말이다. 본인도 기간으로만 따진다면 상당히 많은 업무를 했음에도 이렇게 글을 써보는 것은, 다른 차원의 경력개발이다. 글을 쓰다 보니 과거에 업무를 맡았을 때 헤매던 기억, 자료를 찾으면서 문득문득 깨달았던 기억의 조각들이 온전히 생각나지 않지만 글을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정리되고 불현듯 동기가 솟는 걸 보니, 이렇게나마 글을 쓰는 것을 잘했단 생각이 든다. 글쓰기 도전이 망설여진다면, 시도하기를 권하며 역시 다른 세계의 발견은 어렵지도 저절로 열리지 않음은 맞는 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