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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Sep 23. 2022

HR을 아는 관리자

#줄곧했던생각을글로

조직 안팎에서 직/간접으로 마주하는 글이나 상황을 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세월이 많이 변했고 그 과정에서 다른 것도 많았지만 '그땐 맞았고 지금은 틀린'것도 있었다. 내가 하는 일이, 내가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들이 사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그리고 나는 어떤 동료였나를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지금 하는 HR만 보면 기능적으로 접근해서 HRD/M을 나누고 분리해 바라봤지만, 결국 조직의 일은 연결되어 있었다. 절차에 의해 하는 것은 회사마다 다를지라도 그 원리는 같고, 사람과 일에 대한 나 또는 담당자의 태도나 관점에서 성과와 전문성은 모두 다를 것이다. 그 사이 잠깐 들었던 생각은, 'HR'이 사업을 모르면 HRBP가 될 수 없 듯 다른 직무의 전문가들도 'HR'을 모르면 더 큰 사업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간 관리자에 가까워지니, 주변 비슷한 연배의 동료를 보며, 관리자로서 '인사'에 관심을 갖고 깊게 바라봤으면 하고 생각했다(물론 다른 직무도 알아야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이슈(지금은 MZ세대, 대퇴사, 보상 등)들이 화두가 될지 모르겠으나, 내부의 문제를 깊이 살펴 고심해 보지 않고 바깥의 말이나 방법에 의존해선 단기적인 해결 외엔 얻는 것이 없다. '이전보다 나은 우리 조직을 위한' 고민과 내실에 집중하기 위해선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 이유를 제대로 아는 관리자를 만드는 것, 또는 만나는 것중요하다. 왜냐하면 사업은, 결국 사람이 한다. 그래서 사람을 떼 놓고, 사업만 볼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사업을 떼 놓고 사람만 볼 수 없다. 우리 사업이 제조업이 아닌 이상, 구성원의 전문성과 성과에 기대거나 의지한다면 더 중요하다. HR 직무가 중요한 일이라고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원리(목적)도 원칙(목표)도 없는 회사 운영의 대처들을 겪고 바라보며 어떤 원리로 원칙을 대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그런데 또 관리자분들은, 'HR'을 아주 행정적으로만 바라본다. 그래서 문제나 이슈가 생기면 그 해결을 외부에서 조언을 듣거나 구한다. 아이러니한 것이 문제를 본인(리더가)이 내놓고 답은 다른 곳에서 찾는다. 당장 급하니 편법도 자주 쓴다. 그 사이 유능한 팔로워들이 새는 것도 모르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우리회사는 적자 개선을 위해 여러번 조직개편을 했다. 효율성이니, 독립체산제니 해도 결국은, 회사가 살아야 했다. 그러는 와중에 부서가 통폐합되거나 별도 조직이 다시 구성되지만 담당자들의 일은 그대로이다. 인원은 줄고, 절차는 복잡해지고, 의사결정은 쉽지도 않다. 이런 상황에서 OO파트 직원들이 갑자기 줄퇴사에 충원마저 안 된다. 결국 OO파트에 혼자 남은 실무자가 모든 일을 떠 맡고 있고 그 마저 그만두면 안되기에, 퇴사를 막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자고 한다. 일의 과정, 결과물, 성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장 그만두면 안되니 돈을 주고 내년 승진까지 보장해 준다. 랜섬웨어에 걸려 모든 일이 Stop되는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책임 따위를 물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조직의 문제를 풀다보면 해결책이 모두 장점일 순 없다. 단점도 부작용도 발생되지만 결국 장점이 단점보다 컸기 때문에 선택되었을 확률이 높다. 그럼 그 단점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하는데 대부분 경영진이나 관리자는 '결재'로 끝인 경우가 많다. 뒷 수습이나 구성원의 불만은 늘 실무자의 몫이다. 마치 '그게 너희들의 일이야'란 느낌. 그나마 의사결정이라도 하면 다행이지 싶다. 결정권을 가진 책임자가 내가 결정자가 아니라고 하는 상황만큼 뭣같은 상황은 없으니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회사의 사업이나 전략에 따라 해온 일로 싫든 좋든 많은 문제를 함께 풀었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갈수록 나만의 착각이었단 생각이다.


착각이라고 생각한 이유 첫째, 회사의 M&A 전후로 내/외부 변화를 통해 경영진의 '무거운 책임'을 많이 느꼈다. 관리자인 직책자도 포함이다. 그 안에서의 무수한 결정들은 계속 다른 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번 책임진다(사임이나 퇴사)고 해서 끝나지 않은 것이 더 많았다. (회사 은어로 싸놓은 ddong들..) 물론, 외부 환경이나 상황이 불리한 것도 있지 않느냐라고 한다면 그건 차치하겠다(그런데 그건 비단 우리에게만 불리한 문제도 아니다). 결국, 번만 책임지는 행동으로 적잖은 대표들을 만났으나 치워야 할 일은 더욱 늘어만 갔다


둘째, 넉넉치 은 인/물적 자원을 잘 활용해서 목표달성을 해야하는데, 정확한 분석없이 있으면 당장 쓰거나 아는 선에서 방법을 찾는다. 그 중 하나가 리더의 채용이다. 대기업 출신, OO학교 동문 등 기준이나 증명도 없이 영업통/재무통이란 이유로 모셔온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더라도 제대로 된 부대를 찾아야 하는데 그 부대를 선택하는 과정이 대부분 '감(이라고 생각할만큼)'에 의해 결정된다(아닐거라 간절히 믿고 싶다). 그렇게 선택된 리더 역시, 본인이 선택된 방식으로 본인의 사람을, 본인만 아는 기준으로 주요 요직에 데려온다. 데려온 분들도 어깨에 힘은 잔뜩, 잘 나가던 조직에서 본인의 힘이 아니라 조직의 힘으로 성장했으면서 마치 다 자신이 만든 냥 말한다. 그러면서 여기는 '이게 안되어 있네, 체계가 없네' 하지만 그분들의 일 또한 제대로 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일을 벌여놓고 그냥 가신 분들이 더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과장' 한명 채용하는데 수십개의 이력서를 스크리닝하며 1차, 2차 면접에 최종 임원 면접까지 몇차례를 비교하며 뽑는다. 회사의 명운을 지는 분들의 채용에서의 방식이 과장급 채용만 못하다(물론, 리더의 입장에서 일을 추진하는데 해봤던 사람과 하는 것이 더 빠를순 있다. 그래도 검증은 해서 데려와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조직운영, 문화, 비전, 목표, 전략의 명확한 설정이나 방향은 커녕 모두 회사를 떠나게 되셨다.




고객으로부터 만들어진 시장안에 우리의 사업이 있고 그 사업을 떠 받드는 조직 내 많은 직무들이 존재한다. 그 직무 안에서 여러 역할과 책임, 또는 기능으로 담당하는 일들이 있으며 일을 하는 구성원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인원이 많다면 그 역할과 책임에 따라 각자의 목표도 생각도, 판단도, 기준도,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목표 하나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공유나 향유는 더 어렵다. 어렵기 때문에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잘, 신중히, 꼼꼼하게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래서 연결되어 있는 어딘가에서 병목이 발생되면 그 병목을 우리의 목표 달성이 가능하도록 해소해 주어야 하는데 덮어버리거나 다른 병목으로 가려버린다. 그러니 모든 일에 병목이 발생되고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연속적으로 자주, 지속해서 발생될 수 밖에 없다. 또한 회사와 직원의 목표도 가능한 한방향으로 정렬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참여하고 달성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공유하고 협의해야 하는데 다들 이 점을 또 쉽게 간과한다. '그냥 하라는 대로 하면 돼' 라거나 어떤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 돈, 사람을 적절히 주지도 않으면서 결과만 내라고 한다. 그럼 경영진의 결과물은? 구성원의 결과물이 경영진의 결과완 다른 것일까? 


사업에 대한 지향점, 조직의 운영 방향, 시스템, 원리, 원칙에 대한 경영진의 철학이나 행동, 결정이 모호하고 들쑥날쑥이라면 그 밑의 구성원 역시 똑같이 행동할 수 밖에 없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다들 손가락은 커녕 어깨만 보고 있다면? 그것을 구성원의 잘못이라, 무능이라 말할 수 있을까? 굳이 따지자면 경영진, 관리자의 잘못이 더 크다. 어렵게 오르고 올라 그 자리에 있다면 자리의 무게만큼 의사결정 하나하나가 쉬운 게 없는 일의 연속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그 돈 받고 있는 것인데 오히려 자리싸움이나 사내 정치, 책임 회피로 실무자들 시간이나 힘을 뺏고 있다.


적어도 위의 리더처럼 되지 않기 위해선, 관리자를 처음 할 때부터 인사에 대한 영향을 알고 배워야 한다. 무언가를 세우고 만드는데는 오래 걸려도 결국 무너지는 건 순간이었다. 리더 한분이 회사 문화나 정책, 채용, 보상의 기준을 흔들고 진두지휘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똥을 치우는 것도 남은 구성원들의 몫이지, 그분의 책임은 퇴사였을 뿐. 직원들은 경영진, 관리자의 거울이다. 다 보고 배운다. 또한 조직의 일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일마다 끊어 생각할 수 없다. 그 연결된 업무간 영향을 알려주고 서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일할 수 있도록 병목을 해소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관리자나 경영진은 실무자들보다 더, 깊이 HR을 알아야 한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빌 게이츠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기업의 싸움은 ‘사람’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운영방식이 가장 중요한 키(ke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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