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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진 Nov 04. 2021

커리어를 위한 루틴

루틴의 시작은 목적 먼저

직장에서 맡고 있는 HR 직무를 좋아한다. 적성에도 잘 맞는다. '사람과 일'은 정답이 없는 영역이지만 그 정답 없음에 많은 협업과 협력이 가능한 것, 내가 혼자 책임질 영역이 적은 점(무책임이 아니다), 무수한 가설을 검증해가며 독립-종속 변인 외 매개, 조절 변인도 넣어 볼 수 있는 시도들, 그럼에도 또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의 가능성이 좋다. 결과물이 천차만별이고 뒤늦게 나오기도 하지만, 천차만별 중 사람의 말 한마디가 감동과 큰 동기를 주곤 한다. 물론 평가는 박할 수 있지만 평가에 안주했다면 영업을 택 했을 것이다.  



'사람과 일'을 대하는 것이 좋아 일을 했지만, 그 HR을 나답게 잘 쌓는 노력이 스스로 쌓은 게 아니라 남에 의해 쌓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조직 내 자기 계발에 최강을 뽑으라면, 나는 랭킹 1~2위 안에 들 정도로 많은 도서를 읽고, 강의를 듣고, 학교를 다니며, 자격증을 따고 여러 회사 인담, 교담자와 네트워킹도 상당히 활발하게 했었다. 그러나 내 손에 내 머리에 내 몸에 남는 것이 없다. 남에 의해 쌓는 것은 이런 것이다. 왜 강의를 들었는지, 왜 학교를 다녔는지, 왜 자격증을 땄는지, 왜 사람을 만났는지 제각각 목표와 선택한 이유가 다르다. 적어도 내가 어느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자 한다면 목표 달성을 위해 As-is에서 To-be로 방향을 잡고 그 Gap을 줄이는 것이 맞을 텐데, 내가 선택했던 이유는 '이게 요즘 유행(트렌드)이라,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잘 아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였다. 물론 이렇게 해도 살아가는데 지장은 없다. 그런데 살아가는 데 있어 내가 바라는 것, 원하는 것은 못할 수도 있다. 전문성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것을 얻기 위해 매일 꾸준히 지속해서 하고 있는 노력들, 습관들이 많아지고 잘 쌓여야 그나마 일반적인 '전문가'라는 타이틀에 내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 정도 얻을 수 있다. 그것 또한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닌 노력의 결과다.


*출처 : 픽사베이


문제는 그다음이다. 내 의지로 변하고 바꾸려는 노력이 없으니, 매번 배울 때마다 그 의지에 돈을 지불했다. 가량 무언가를 배울 때, 그것을 하는 강의를 찾아 듣기만 하고 그 강의의 수료증이 나의 실력을 어느 정도 증명해 줄 것이란 착각 같은 것 들이다. 그러니 돈은 돈대로 들고, 결과는 없는 것이다. 과거 퍼실리테이터 기법을 배우기 위해 3일간 100여만 원의 돈을 썼는데 수료증은 있지만 하라고 하면 할 수가 없다. 배우기 위해 들었을 뿐, 배움을 습으로 연결 짓지 못하고 왜 배우려고 했는지 목적은 없었다. HRD 담당자인, 나의 무능을 나 스스로 느낀 순간이다. 배움이 그것으로 끝임을 알고 있어도 또 배우러 다녔고, 후회의 거듭을 통해 내 의지에 내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작은 루틴이 중요함을 느꼈다. 교육담당자로서 숱하게 보아온 이론과 실제의 사례에서 나는, 조직의 교육 설계 실험 대상이었다. 우리가 전문성이, 리더십이 배운만큼 더 확장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목적없이 그냥 하는 습관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의 실험 대상.


배우는 데 돈을 투자할 순 있지만, 언제까지 돈을 들여야 하고 얼마를 더 들여야 까? 작은 습관도 오래, 지속하면 그것이 습관이 되듯 이제는 나의 노력에 돈을 지불하거나 내가 노력할 수 있는 것에 돈을 지불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행동에 옮겼다. 오래 하지 않아 루틴이라 붙이기엔 너무 과하지만 적어도 루틴으로 인해 몇 개의 매몰비용은 줄었다. 목적 없이 그냥 배우려고만 했던 것을 멈추고, 하루하루 나를 쌓기 위해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이는 것이 루틴이며 그 루틴이 모여 나를 완성한다.


과거엔, 그 시도들을 모두 노력이라 읽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코치의 말처럼 무엇이든 내 생각으로 정의하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은 그냥 모르는 것이더라. 그러니 과한 욕심에 우쭐대려는 마음을 버리고 조금이라도 깊게 알기 위해 쉬운 방법보다는 느려도 작은 것부터 시도해 보자. 그래서 루틴이 필요한 이유 첫 번째는 그것이 결국 '미래의 나'를 만들어주는 기본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나도 '되고 싶은 나'를 위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고 해야 할 것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 그 노력 중 하나를 꾸준히 해 보는 것. 그게 내 커리어를 위한 루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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