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건네는 말, 멈춤이 일깨우는 삶
나는 ‘멈춰 서서 보는 삶’을 좋아한다.
멈춰 서서 본다는 것은 내 마음이 잠기는 것이고, 깃드는 것이다.
그 순간,
풍경은 내 안으로 스며들어 나를 상상의 날개로 이끌고,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어가게 한다.
어느새 풍경은 내게 말을 걸어오고,
나는 그 속삭임에 귀를 기울인다.
드러내지 않았던 비밀이 내게 건네진다.
그럼 나는 그 장면이 건네준 이야기에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불어넣는다.
그 순간,
그 이야기는 내 삶이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내 안에 아직 깨어나지 않았던 나를 일깨우고,
내가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을 보여 주며,
내 앞길을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풍경 앞에서 자주 발검음을 멈춘다.
가끔 공원을 걷다가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본다.
비 오는 날 창가에 맺힌 물방울을 오래 바라보기도 하고,
버스 안에서 스쳐간 얼굴 하나에 마음이 머물기도 한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도 있는 장면인데,
그 순간들은 내 발걸음을 붙잡는다.
찰나의 빛과 표정, 작은 움직임은
단순한 일상의 조각이 아니라
내게 말을 거는 또 하나의 우주가 된다.
어제의 기억을 불러내기도 하고,
아직 오지 않은 순간을 상상하게도 한다.
보고 싶은 얼굴을 떠올리게도 하고
잊고 있던 행복을 다시 그리게도 한다.
그러나 때로는 오래 묻어두었던 아픔을 꺼내기도 하고,
스쳐간 말 한마디가 상처처럼 되살아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풍경’을 좋아한다.
그것은 단지 자연의 모습만이 아니라
내 앞에 펼쳐지는 모든 장면이다.
사람의 표정, 길가의 작은 사물,
우연히 마주한 대화 한 토막까지.
그 모든 것이 내 마음에 스며들어
또 다른 세계로 나를 데려간다.
결국 내면 깊숙한 본래의 나와 마주하게 된다.
이 경험은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나는 오늘도 궁금해하며, 발걸음을 멈추어 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