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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르네바 Aug 29. 2023

낡은 신세계로부터 새로운 구세계로

미국인들의 유럽 이주 


https://www.economist.com/europe/2023/08/28/why-europe-is-a-magnet-for-more-americans



전후 유럽은 귀족주의와 불평등, 그리고 문화적 편견이 만연한 곳이었으며 '여전히' 신세계였던 미국에 비하여 자유롭지 못한 곳이었다. 헨리 제임스의 소설 <The American>에서 프랑스인 Valentin은 미국인 Newman에게 이렇게 말한다. "What I envy you is your liberty." 내가 부러운 건 너의 자유다,라는 이 말로부터 당시 프랑스와 미국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많은 유럽인들이 '더 나은 미래'를 그리며 미국으로 떠났고, 미국인들의 유럽 방문은 호기심과 '과거'에 대한 탐구심에 기인한 것이었다. 최근, 이러한 동향에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인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유럽으로 떠나고 있고, 유럽인들의 미국 방문은 '과거의 영광'의 산물에 대한 호기심에 기인하고 있다.




출처 : The Economist / 위 첨부 기사



그래프에서 보다시피, 10년 사이 프랑스와 북유럽 국가들을 뺀 나머지 국가들에서 미국인 거주자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 사이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자신의 국가를 떠나고 싶다고 대답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집권기 11% 정도 였던 응답 비율이 트럼프 정권 아래 16% 까지 올라갔다. 2022년, 조 바이든 당선에도 불구하고 그 수치는 오히려 17%로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의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나,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은 선거가 미치는 영향이 없거나 크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Caroline Behringer 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살고 있는데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not just the election, but the continued divisiveness". 즉 미국을 살기 좋지 않은 곳으로 만드는 건 선거정치가 아니라 지속되고 (심화되는) 사회분열이라는 것이다.




유럽은 work-life balance, 소위 '워라밸' 측면에서 미국보다 훨씬 매력적이며, 영어가 사실상 국제공용어가 됨에 따라, 미국인들의 유럽 이주 장벽은 크게 낮아졌다. 





2021년 리스본으로 이주한 Heather Caldwell Urquhart 는 사회 보장 시스템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그녀는 메사츄세츠에서 성직을 수행했는데 이는 오직 '건강 보험을 얻기 위해서'였다.  "We didn't realise how shredded the United States' social fabric was until we got here"(전 우리가 이곳에 오기 전까진 미국의 사회보장망이 얼마나 조각난 것인지 깨닫지 못했어요)




코로나를 겪으며 원격 업무가 유행한 것도 하나의 큰 요인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소득 세금감면을 시행하거나, 비자 취득 요건을 크게 낮추는 등, 숙련 노동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유럽의 다양한 정책이 맞물리고 있다. 부유하지 않은(non-rich) 미국인들도 유럽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데 있어 심리적 또는 경제적 부담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Sylvia Johnson 은 흑인으로서 2021년의 조지 플루이드 사건으로부터 받은 경각심이 컸다. 당시를 회상하며 그는 말했다.


'I think we need to get a gun' When I said that out loud, I was like, if I have to live in a country where I need a gun to protect my family, then this is not the country for me.


'총을 구해야할 것 같아' 라고 소리 내어 말했을 때, 전 생각했죠. 만약 가족을 지키기 위해 총이 필요한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면, 이곳은 날 위한 국가가 아니다,라고. 




스트라스부르의 오랑주리 공원 내 호수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 필자 촬영





아메리칸 드림으로 표상되던 미국의 위상은 이전 같지 않다. '부유한 미국인'으로 남기보단 '행복한 유럽인'이 되기를 꿈꾸며 '새로운 구세계'를 향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감정이 낯설지 않은 것은 한국에서의 삶의 조건이 더 위태롭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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