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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르네바 Aug 29. 2023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과학'

누구의 아찔함인가

일본이 결국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한국정부는 일본의 해당 조치에 반대하긴커녕 옹호하고 홍보까지 했다. 관련 유튜브 영상은 기이할 정도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여 광고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관계자들은 오염수 관련한 우려를 '괴담'이라 일축하며 국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보여주고 있지 않다. 이들의 '괴담설'이 오히려 괴담일 가능성에 대해선 나름의 '과학적 논리'를 들어 해명하고 수많은 전문가들 인터뷰까지 동원하고 있다. 과연 어느 쪽의 이야기가 더 타당할까?



주장의 타당성은 뒤로 하더라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두 팔 걷고 나서 옹호하고 홍보하는 이 정권의 속내는 무엇일지. 백번 양보해서 위협 요소가 없다고 하여도, 국민 대다수가 느끼고 있는 이 불안감에 대한 외면 혹은 무시에, (매국 친일이 아니고서야) 어떤 뚜렷한 목적이 있을리는 없으니, 그렇다면 무슨 심리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주, 정말, 매우 궁금하다.





출처 : 유튜브 채널 '대한민국 정부'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




출처 : 유튜브 채널 '대한민국 정부'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





국내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형편없는 시점에서, 외신은 이번 일본의 오염수 방류 조치에 대해 어떻게 보도했을지 궁금했다.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문제도 정치화 및 세력화 하는 국내 실정에 그저 답답하다. 이번 '오염수 사태'는 전지구적 영향을 불러올 만한 일이라 생각되어 제3자의 시각을 소개할 필요성 또한 느꼈다.



일단 이번 글에선 다음의 BBC 기사를 다루려고 한다. 'The science behind the Fukushima waste water release'라는 제목의 8월 26일자 기사다.




https://www.bbc.com/news/world-asia-66610977

        The science behind the Fukushima waste water release

The BBC takes a look at the science behind the controversial water release.





기사 작성자 Navin Singh Khadka 는 BBC의 환경 및 과학 분야 담당 기자(correspondent)로 기후 위기 및 관련 재난과 관련된 수많은 기사를 써 왔다. 이달 25일 BBC World Service 의 'what in the world' 팟캐스트에서 'Is the water from Fukushima dangerous?'라는 제목의 에피소드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https://www.bbc.co.uk/programmes/p0g8v8bv

        BBC World Service - What in the World, Is the water from Fukushima dangerous?

The United Nations nuclear watchdog says it’s safe - but what actually is in the water?

www.bbc.co.uk




아래는 필자가 해당 기사를 읽고 정리한 내용이다.







일본이 원전 사고 12년 후 태평양으로 '처리된 방사능 오염수'(treated radioactive water)을 방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의 수입 금지 조치와 일본 국내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에도 불구하고 시작되었다. UN의 원자력 기구는 물의 방사능 수치가 '미미한'(negligible)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안전'한가?



2011년 사고 이후, 원전 기업 Tepco(도쿄전력)은 발전기의 연료봉을 식히기 위해 물을 들이붓고 있는데, 이는 매일 발전소에서 오염수가 생산된다는 걸 의미한다. 지금까지 1,000개가 넘는 물탱크가 채워졌고, 이는 올림픽 수영장을 500개를 채울 정도 분량이다. 일본 정부는 발전소 해체를 위해 탱크가 차지하고 있는 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탱크의 존재 자체에 대한 우려도 표하고 있는데, 또다른 자연재해로 인해 탱크가 파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IAEA로부터 위한 검사 및 허가를 받았고, 총 4번에 걸쳐 점진적으로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다. 이번 방류는 그 중 첫 번째 주기로, 2024년 3월까지 진행된다. 전체 과정은 30년이 소요될 예정이다.



모든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뒤 방류하는 거라면 당연히 아무 논란도 없을 것이다. 지금 문제시 되는 지점은, 삼중수소(tritium)을 오염수에서 제거할 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오염수는 그저 희석되었을(diluted) 뿐이다. 전문가들은 한입으로 오염수가 안전하다 주장하나, 모든 과학자들이 이것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삼중수소는 전세계의 물 속에서 발견되고 그 수준이 낮은 한 효과는 미미하다. 일본 후쿠시마에 영구 사무소를 설치하고 '독립적인'(independent) 현장 분석을 진행중인 IAEA는 오염수 내 삼중수소 농도가 아주 낮음을 수치를 들어 밝히고 있다. WHO가 정한 식수를 위한 기준인 10,000 Bq/L 보다 여섯배 이상 낮은 1,500 Bq/L 이라는 것.



이러한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였을 때, 문제는 없어보인다. 포츠머스 대학의 환경 및 지질학 교수 James Smith 는 "이론상, 이 물을 마실 수도 있습니다."(In theory, you could drink this water)라고 말했는데 이는 실제로 가장 과감한 발언 중 하나이다. 한국에서도 이번 조치를 두고 분개한 국민들과 환경운동가들은 '그렇게 안전하면 그 물로 목욕하고 그 물로 국끓여라!'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다.



방사능을 측정하는 프랑스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물리학자 David Bailey 도 James Smith의 이와 같은 주장에 동의하며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삼중수소가 그 안에 있냐는 것입니다. 그러한 수준에선, 해양 생물에 어떠한 문제도 없을 것입니다. 가령 물고기 개체수의 심각한 감소를 목격하지만 않는다면요."


그러나 어떤 과학자들은 오염수 방류의 결과를 그렇게 쉽게 예측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에너지 및 환경법 전문가 Emily Hammond 는 조지 워싱턴 대학 교수는 이렇게 주장한다.




The challenge with radionuclides (such as tritium) is that they present a question that science cannot fully answer; that is, at very low levels of exposure, what can be counted as 'safe'? One can have a lot of faith in the IAEA's work while still recognising that compliance with standards does not mean that there are 'zero' environmental or human consequences attributed to the decision.

어려운 지점은, 삼중수소 같은 방사성핵종은 과학이 완벽한 대답을 줄 수 없는 문제들을 제기한다는 것입니다. 즉, 아주 낮은 수준의 노출에 대해서도, 무엇이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IAEA를 신뢰할 수 있지만, 동시에 '기준을 따르는 것'이 환경과 인간에게 주는 영향이 '전혀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것 또한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일본의 국익이 아닌 자국의 국익을 우선시 해야 하는 한국 정치인이 '가장 우호적인 해석'만을 '과학적'인 것이라 주장하며, Emily Hammond 와 같은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완전히 도외시하는 것이 정상인가?


하와이 대학의 해양 생물학자 Robert Richmond 의 이야기 또한 의미심장하다.




We've seen an inadequate radiological, ecological impact assessment that makes us very concerned that Japan would not only be unable to detect what's getting into the water, sediment and organisms, but if it does, there is no resource to remove it... there's no way to get the genie back in the bottle.

우린 부적절한 방사성 물질이 끼치는 생태학적 영향에 대한 평가를 보아왔고 이는 매우 염려스럽다. 일본은 물 속, 그리고 침전물과 유기체에 무엇이 유입되고 있는지 감지하지 못할 뿐 아니라, 설령 할 수 있더라도 그것을 제거할 자원 또한 없다. 병에서 풀려난 지니를 다시 집어넣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의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이를 정치적 의도에 의한 것이라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는데 그들은 해산물에 대한 의혹에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방사능 수치가 매우 낮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평양과 인접하여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걱정이 크다. 한국의 해녀들은 "이제 잠수하는 것도 안전하지 않게 느껴져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바다라 여기는데 말이죠."라고 답했다.



오염수는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태평양 전역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아래 사진은 그 경로를 보여주고 있다.



출처 : BBC 해당 기사에서 재참조.












8월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연설을 한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당선되지 않았다면 국가가 어떻게 됐을지 생각하면 '아찔한 생각'이 많이 든다고 하였다. 대통령이 느끼지 않은 아찔함 때문에, 국민들은 매일 아침 아찔한 심정으로 그날의 뉴스를 확인하게 되었다. 아찔하기만 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찔함이 지나치니 어질어질하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순간이 많기 때문에. 현실이 블록버스터가 될 때, 우린 그 순간을 '영화같다'라고 표현한다. 그냥, 영화였으면 싶다. 일장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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