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참 지난하다. 오늘은 더욱 그러했다.
무난히 흘러가는 하루가 없는듯 하다. 기나긴
땅땅한 겨울이 지나고 어느새
창문곁 사이로 봄볕이 스며들었다.
아침 7시에 스며드는 햇살은 오늘은 평안하리라고
달콤한 속삭임을 보낸다. 기대감에 문을 살짝 열고
겨우내 무겁던 점퍼를 얇게 거두고 나가본다.
간질간질한 봄과 겨울의 사잇바람이 코끝을 훑었다.
애석하게도 아직은 바라던 봄이 아니라며,
따듯한 착각에 얇게 거뒀던 겉옷 탓에 겨우내 없었던
감기가 찾아왔다.
하루가 참 지난하고 시리었다. 따듯할것 같던 봄볕에 한번
채이고 부드러운 바람결에 숨어있던 칼바람에 베였다.
진심은 통하리라 믿었던 수년의 고집이 속고 또 속아지니
조금씩 허물어져간다. 수차례 파도가 훑고간 오래된 벽돌처럼 그 끝이 둥그스름 무뎌져야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마음엔 다른 날이 곧게 선다.
다치지 않기위해 뜨거운 마음을 절제하고 부득불 갔던
시선이 돌려지고 이내 심장이 따스하게 뎁혀질라 치면
다시 찬바람을 쐬준다.
진심은 어느날엔 통하려나
그 어느날을 기다리기까지 날이 참 지난하다.
뜨겁게 달구었던 동체가 고단해지고 동력이 그 끝간데까지 닿을힘이 없을것 같아서 이제는 온도를 조금
낮추려 한다.
봄볕에 기대감으로 환히 웃은 얼굴은 마음속으로만
보려고 한다. 거울로 보아도 누군가의 눈동자로 보아도
가만히 드러나진 않을 만큼만 웃겠다.
슬픔도 딱 그만큼만 울겠다.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도 아니고, 더 나아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고
힘껏 돌려 뜨겁게 달궜던 나의 동체가 끝날까지 동력을
다했으면 싶어서..
오늘 하루도 내일 하루도 또 다른 하루도 꽤나
쓰리고 아리겠지 .. 아리고 아픈날엔 넉넉히
견딜만한 기쁨도 같이 오니까 살아진다는건
이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변함없는 사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