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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론 Mar 27. 2024

호주 시골에서
도파민 단식을 외치다

자극 없는 동네에 떨어진 작은 한국인

 와, 심심하다.

 셰어하우스에 입주한 지 어언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는 이 시점, 따분함은 나의 최대 고민이다.

 호주는 오후 2시가 되면 대다수의 카페가 문을 닫는다. 여기에 오기 전에는 공원 잔디밭에 누워 시간을 죽이는 게 꽤 멋져 보였음을 고백한다. 그게 얼마나 빨리 질리는지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도. 덧붙이자면 여긴 쇼핑센터도 걸어서는 못 가는 거리에, 할 거라고는 마트 구경 정도… 호주 변방의 백수 뚜벅이들은 대체 뭘 하고 사는 걸까?


 인터넷에서 지금의 상황과 비슷한 사례를 찾던 찰나, 꽤 그럴듯한 댓글을 보았다.

좀 지나서 도파민 싹 빠지면 괜찮아져요.

이것도 도파민의 문제라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방향이었지만 너무 맞는 말 아냐? 이것도 다 도둑력을 집중… 아니, 집중력을 도둑맞았기 때문이라니. 이를 확인하기 위해 도파민을 검색해 미국의 한 교수가 도파민 단식 참여자들에게 처방한 내용을 찾았다.

“식사를 삼간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물론 어떠한 종류의 화면도 보지 않는다. 음악을 듣지 않는다. 집중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운동을 하지 않는다. 업무를 하지 않는다. 성관계는 물론,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눈을 맞추지 않는다. 꼭 필요한 경우를 빼곤 말을 하지 않는다.”

 출처 : https://www.hani.co.kr/arti/science/future/917626.html

 와우. 저 교수님 민간인 사찰도 하시나. 늘 과식을 일삼았고 근 3년간 게임회사 사무직이었으니 당연히 화면중독. 집에선 적막을 견디지 못해 음악을 틀어두고, 퇴근하고 나면 주 몇 회씩은 헬스를 했다. 사람들과 말하고 눈을 맞추는 것마저 도파민이 나오는 거였다고? 믿기지 않는다. 도파민 범벅의 인생.

 동시에 지금의 이 상태가 도파민 부족이라는 것도 증명되었다. 아직 일을 구하지 못했으니 업무도 못 하고, 돈 벌면 등록하려고 운동도 미루는 데다, 아는 사람이 없으니 대화 / 눈 맞춤 / 스킨십 다 휴업 중. 쇼츠와 릴스, 음악으로 채우기에 너무 큰 빈자리가 생겼다.


 어느 순간부터 좋아하던 책에도 집중이 어렵고 주말에 쉬어도 회복이 잘 되지 않았다. 브레인 포그의 전형적인 예시다. 스스로 그런 문제들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도파민 다이어트를 해보고 싶었다. 아마 지금이 적기인 것 같다. 기약은 없지만 일을 시작하고 나면 이런 심심함도 사라질 테니.(제발)

 그전까지는 그저 이 심심함을 도파민 단식의 기회로 삼아 보기로 한다. 일도 친구도 없이 지내는 시간은 정말 흔치 않으니까. 도파민 단식이 성공적으로 작용하면 뇌가 차분해지고 정신이 맑아진다고 한다. 진짜 그런지 후기를 쓸 수 있을 그날까지 권태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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