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세계에서 시급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업종과 고용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정규직의 경우 통상 한국 돈으로 2만 원이 넘어가는 최저시급이 적용되니 일하기 정말 좋은 나라가 아닌가? 그러나 외식을 하거나 타인의 노동력이 들어가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때면 그 돈도 다 고객이 내는 거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 집 앞 브런치 카페의 팬케이크는 22.5불, 시티 한식당의 짬뽕 한 그릇은 17.8불. 아, 바닷가 동네에서 먹었던 치즈 리조또는 34불이었다. 살인적인 물가라는 말 이런 때 쓰는 걸까? 그러나 아직 직업도 없는 내가 나름대로 잘 먹고살 수 있는 것은 마트 물가가 아주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호주 오기 직전의 한국 물가를 생각하면 더더욱 감사해진다.
오늘은 앞으로 며칠간 뇌우가 온다고 해서 몇 가지를 사 왔다. 오늘 네이버 환율 기준, 아래 사진의 음식들 전부 해서 약 31,500원이다. 가성비가 내려와!
혼자 먹다 보니 많이 사다두면 상하기 일쑤라 며칠 먹을 양만 사 왔다. 영수증에 고양이가 구멍을 내는 불의의 사고가 있었지만 형태가 온전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항목을 적어본다.
이렇게 소개할 줄 알았으면 소고기를 샀을 텐데. 소고기가 정말 저렴하다. 여기는 아무래도 호주니까. 호주에는 소가 거의 3천만 마리 산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건지 감도 안 온다. 과채류도 저렴해서 한국에서 요리에 잘 쓰지 않았던 채소들도 하나씩 사서 새로운 레시피를 시도해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마트에 다양한 나라의 식재료를 파는 코너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진라면 소컵을 한인마트에 가지 않아도 구할 수 있다니! 이런 인스턴트뿐 아니라 향신료나 면류도 판다. 우리 동네 콜스 기준으로는 한국 식재료보다는 인도네시아나 태국, 중국 식재료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언제든 근처에서 라면을 살 수 있다는 것은 한식파에게는 너무도 큰 축복이다. 그래도 건강하게 먹으려고 자주 사진 않는데, 오늘은 할인을 하고 있길래 얼른 집어왔다. 팔아주는 것도 고마운데 할인까지 해주다니. 최고의 마트.
마지막으로 호주 마트의 귀여운 포인트를 소개해 본다. 바로 어린이들을 위한 무료 과일!
그렇지, 아무래도 어린이들은 과일을 먹어야 하니까. 내가 어린이라면 마트에 갈 때마다 정말 신날 것 같다. 오늘은 어떤 과일이 바구니에 담겨있을지 기대하면서 두근대는 발걸음으로 장보기를 함께하는 호주 어린이를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최소한 일을 구할 때까진 마트 신세를 많이 져야 할 것 같다. 그리하여, 가성비 내리는 식비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