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 사실관계
A는 2000. 11. 15. 피해자로부터 관광버스 구입자금으로 5,000만 원을 3년 기간을 정하여 차용하면서 이자는 월 50만 원으로 하여 매월 15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데 그 후 이자로 합계 500~600만 원 정도만을 지급하고 나머지 원리금은 변제하지 못 했다.
A는 식당 운영을 하다가 실패해서 채무를 지고 있었고, 협의이혼을 하고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피해자가 운영하는 법당을 찾아가 인생상담을 하면서 피해자를 알게 된 후 관광버스 사업을 하면 월 3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고, 2000. 11. 15.경 피해자로부터 관광버스 구입자금으로 3년 기간을 정하여 5,000만 원을 차용하면서 이자는 월 50만 원으로 하여 매월 15일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A는 이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빌린 돈에 자신의 돈을 더하여 2000. 11. 20.경 1994년식 대우 BH 120 관광버스 1대를 5,500만 원에 구입하고 이를 피해자에게 보여 주었고, 위 관광버스를 관광버스회사에 지입하여 운행하였는데 당초 예상과는 달리 월수입이 250만 원 정도에 불과하였고 더구나 겨울철에는 별로 수입이 없는 등 관광버스 운행에서 손해가 나자 신용카드로 대출을 받아 운영비로 쓰면서 운영을 하였으나 이득이 없자 2001. 5.경에 중고차량업자의 소개로 C에게 3,900만 원에 매도한 후 그 돈 중 3,500만 원을 주고 통근버스를 구입하여 2001. 10.경까지 통근버스 기사로 일을 하며 매월 200만 원의 수당을 받기로 하였으나 그 회사도 부도가 나는 바람에 밀린 수당도 받지 못한 채 결국 2,000만 원을 받고 통근버스를 처분하였다.
피해자는 A가 피해자로부터 빌린 돈으로 관광버스를 구입하였다가 매각한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하여 차용금의 변제를 독촉하고 2005. 4. 4. A로부터 변제할 금액을 6,340만 원(원금 5,000만 원에 4년간의 이자 1,340만 원을 더한 금액)으로 정하고 변제기일을 2006. 4. 3.까지로 정한 새로운 차용금증서를 받았을 뿐 A를 사기죄로 고소하지 않고 있다가 A가 2006. 9. 26. 채권자목록에 피해자를 파산채권자로 기재하여 청주지방법원에 파산신청을 하자 비로소 2006. 11. 16. A를 사기죄로 고소하였다.
A는 2007. 3. 6. 청주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고, 2007. 5. 15. 면책허가결정을 받았다.
# 대법원의 판단
1. 차용금 편취에 의한 사기죄에 대한 판단기준
차용금의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이 차용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에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고, 한편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의 존부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아니하는 한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피해자와의 관계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1996. 3. 26. 선고 95도3034).
2. 사기회생죄, 사기파산죄 관련
한편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상 개인파산·면책제도의 주된 목적 중의 하나는 파산선고 당시 자신의 재산을 모두 파산배당을 위하여 제공한, 정직하였으나 불운한 채무자의 파산선고 전의 채무의 면책을 통하여 그가 파산선고 전의 채무로 인한 압박을 받거나 의지가 꺾이지 않고 앞으로 경제적 회생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고 파산제도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같은 법 제309조에서 법원은 파산신청이 성실하지 아니하거나 파산절차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파산신청을 기각할 수 있도록 하고, 같은 법 제564조 제1항의 각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법원이 면책을 불허가할 수 있도록 하고, ‘채무자가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등 같은 법 제566조의 각 호의 청구권은 면책대상에서 제외하며, 같은 법 제569조에 따라 채무자가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을 은닉 또는 손괴하는 등 사기파산죄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거나 채무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면책을 받은 경우 법원의 결정에 의하여 면책이 취소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파산·면책제도를 통하여 면책을 받은 채무자에 대한 차용금 사기죄의 인정 여부는 그 사기로 인한 손해배상채무가 면책대상에서 제외되어 경제적 회생을 도모하려는 채무자의 의지를 꺾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보다 신중한 판단을 요한다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8549).
위 사례에서 A가 피해자로부터 돈을 차용하면서 차용금 지급담보조로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려 구입한 관광버스의 등록명의를 피해자 앞으로 해 주겠다고 피해자를 기망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과연 관광버스를 개인명의로 등록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고 만일 그러한 약정을 하였다면 A가 구입한 관광버스를 피해자에게 보여주었을 때 그 등록명의가 피해자로 되어 있지 않는데도 피해자가 당시 이를 문제삼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 받아 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더하여 보면, A는 피해자로부터 돈을 빌려 관광버스를 구입하여 그 운행수입으로 자신의 채무도 변제해 나가고 피해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면서 차용금을 3년에 걸쳐 변제할 계획을 세우고 실제로 관광버스를 구입하여 운행하면서 노력하였으나 결국 운행수입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고 사업에 실패하여 위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보일 뿐 A가 이 사건 차용 당시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거나 A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 변호사의 TIP
대여금, 차용금과 관련해서 돈을 갚지 않는 경우, 통상 사기죄로 고소하려고 하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빌려 간 돈을 갚지 않는다고 해서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이 될 뿐입니다.
그러나, 차용 당시, 대여받을 당시를 기준으로 해서 채무자가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빌려 간 경우에는 채무자의 자산상태, 거래관계, 돈을 빌려간 용도,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보아 채무자가 갚을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하더라도 객관적인 측면에 기해 기망행위를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기회생죄, 사기파산죄라는 것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데, 회생이나 파산신청한 사실만을 두고 죄의 성립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고, 마찬가지로 차용당시를 기준으로 해서 채무자에게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는지, 객관적인 상태가 변제자력이 없었는지 등을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사기회생죄, 사기파산죄를 쉽게 인정하게 되면 회생 및 파산제도를 이용하려는 채무자가 부담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법원은 좀더 신중하게 죄의 성립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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