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삶에 있어서 네비게이션이 있었으면 좋겠다. 삶의 지향점이 명확하게 정해져서 그것을 비판없이 따라가면 목적지에 도달되었으면 얼마나 다행일까. 게다가 자신의 삶에 대한 평가적인 관점에서 이만하면 잘 살아왔다고 자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위로가 될까.
인생에 네비게이션이 없기 때문에 매번 자문하게 된다.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 방향은 제대로 된 것일까.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을까. 명확한 답을 낼 수 없는 고민 끝에 한다는 것은 고작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 뿐이다.
실버라이트처럼 명확한 기준과 지표가 있다면 내 삶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할 수 있을텐데, 삶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때문에 인생이란 불명료하면서도 걸어가 볼 만한 재미와 호기심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잠정결론을 내어본다.
이상하게도 어디쯤에 와 있는지 질문을 던질 때는 삶이 순탄하지 않다고 느낄 때가 대부분이다. 행복감이 느껴질 때, 인생이라는 과정의 지점을 점검하지 않는다. 상실과 공허가 감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려는 순간에 인생에 대해 점검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껏, 여기까지 살아오면서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 명확한 것은 소비한 시간이 꽤나 된다는 점이고, 향후 흘러갈 시간의 속도는 과거보다 더 빠를 것이고, 남은 양은 과거보다 더 적다는 점이다.
점심 전후로 삶에 대한 진지함과 치열함이 달라지는 것처럼 인생의 거점 어딘가부터는 이전의 그것보다 사뭇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는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 진지하게 물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