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칼럼
사법시험 존치를 요구하는 고시생 15명이 로스쿨 도입과 사시 폐지의 책임을 묻겠다며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패소할 것이기 때문에 법률적 의미는 없다. 단지 사회적 의미만을 궁색하게 찾을 수 있는 사건이다.
사시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은 2016. 4. 4. 서울 여의도 더민주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민주가 연평균 등록금이 1500만원인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서민들은 법조인의 꿈을 접어야 할 위기에 처했고, 등록금은 매년 인상되고 있어 수험생들이 좌절과 절망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로스쿨의 입시비리 등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의혹이 발생했는데도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내일은 오늘보다 낫지 않으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영화의 엔딩에서 주인공이 "내일은 또 다른 태양이 뜬다"(tommorrow is another day)는 식의 대사를 한다.
하지만, 법조현실은 본질적인 면과 시장적인 면에서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낫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전망이다. 나 조차 빠듯한 생업유지로 인해 분망하고 분투하고 있어 삶의 질이 점점 나빠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제도적인 문제에 대해 일개 필부가 떠들어 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조속하고 확실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대 속에서 한 목소리를 더 보탤 뿐이다.
내가 고시준비를 할 당시 로스쿨 문제는 그리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아니었다. 그냥 정치계가 그러다 말겠지하던 화두였는데, 졸속으로 법안이 통과된 후 사후 파장과 후배 법조인들에 대한 하등의 배려없이 전국 대학들에게 정원을 나눠 주었고, 점조직화된 파벌(로스쿨별, 학부별)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다 보니 변호사 수임료의 단가하락과 경쟁적인 수임시장을 양산해 냈다. 나도 수임료를 낮출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회적 봉사나 오블리제 측면의 삶쪽으로 관심을 기울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박리다매로 인한 여러 질적하락
낮은 가격의 재화나 서비스의 공급은 소비자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소비자의 선택에 보다 적은 리스크를 안겨 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공급자에게도 다수의 소비자로 인해 일정한 매출 유지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고육지계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방법이다.
로스쿨의 도입으로 법조인이 지나치게 많이 양산된 것이 사실이고, 사법고시 시절보다 법률적 측면에서 질적 하락이 된 것 또한 사실이다.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로스쿨생들이 로스쿨로의 진로선택 과정과 동기,경제적 사회적 가정환경 등을 살펴보면 그 자체가 진지한 고민없이 이루어졌다는 것(취업곤란, 노후대책, 정년없는 일자리의 선택, 뽀대, 사법고시 합격의 어려움 등등)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법조인이 되어서 삶의, 경제적 여유를 찾을 수가 없기 때문에 개인적인 삶의 질도 하락되었다. 요즈음 청년변호사들의 삶이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내부에서의 화두인데, 공급이 두 배로 늘어 났으니 그 처우는 1/2로 줄어드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어렵게 법조인이 된 선배들의 처우를 기준으로 자신들의 삶도 그렇게 되게 해달라고 애먼소리를 하는 것은 분명 헬리콥터 맘들이 길러낸 후배들의 철없는 하소연 그 이상은 아니다.
법조인이 되어서 가장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무엇인지 반문해 보라
그나마 사시출신이든 로스쿨 출신이든 공무원(판사, 검사)이 된 경우는 이런 고민에서 잠시 유예된 상황을 한시적으로 가질 수 있다. 승진을 고민하든, 옷 벗고 나서의 경제적 보상이 가장 적절하게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든 당장의 생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속 시원하게 설을 풀어 보겠다. 로스쿨 제도의 도입은 현재 평가로서는 실패한 제도로 보인다. 법률시장의 개방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지도 못 했을 뿐 아니라 법조인의 질적 향상은 전혀 없다. 그리고 파벌, 학연의 사슬을 끊지도 못 했다.
현재 청년 변호사 뿐만 아니라 현재 기성 법조인들의 초유의 관심사는 안정적인 사건 유치에 있다. 광고, 홍보에 대한 관심이 주된 에너지를 소비하는 영역이 되었음을 부인하지는 못 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문적 연구와 지식의 업데이트는 일을 다 마치고 컨디션이 그나마 좋을 때나 가능한 것이 되었다.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은 생업에 위협을 받아서는 안 되는 영역이라고 본다. 보다 나은 치료기술과 분쟁의 해결 내지 방지를 위해서는 이들이 공부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배려가 있어야 하는데, 이제는 한달 벌어 한 달 먹고 사는 시절이 되었으니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발전과 개량에 대한 기대를 하기 어려워졌다.
어떤 제도하에서든 똑똑한 인재는 제도의 장벽을 뛰어 넘는다
사법고시 합격자 수가 점차 늘어났을 때에도 기성 법조인들이 후배들을 가리켜 자질이 부족하다는 관조섞인 불만을 하였고, 로스쿨이 도입되어 법조인이 상당수 증가배출된 현상에 대해서 기성 법조인들은 이들이 자질이 부족하다고 관조섞인 불만을 토로하기는 변함이 없다.
억울한 사람이 있다면 사법고시든, 변호사시험이든 그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충분한 소양과 자질을 가진 사람들과 경제적 어려움, 관계의 장애를 극복해서 법조인이 된 사람들일 것이다.
뒤늦게 법학에 관심을 두어 마누라나 가족이 지원해 주는 돈을 받아가며 오랜 세월 시험을 준비하고 마침내 관문을 통과하였거나 주경야독하여 법조인이 된 이들은 축복받아야 마땅하고, 본받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시절이 어떠하든, 제도가 어떠하든 인재는 그러한 제도의 장벽을 뛰어넘기 마련이다.
사법고시생 중에도 사시존치의 유예를 국가가 예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 내에 합격의 결실을 보지 못 했다면 개인적인 자질을 점검해야 하지, 제도의 잘잘못을 따져서는 안된다. 다만, 로스쿨 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이들이 자조섞인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경청해야 한다.
시장논리에 따른 대책마련
수요와 공급이 합의를 보는 지점에서 시장가격은 형성된다. 마찬가지로 실시한 제도를 폐지할 수 없다면, 결국 제도를 시장논리에 맞추어 변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로스쿨과 관련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대학에 대한 배려, 관련 교수들에 대한 배려, 눈치작전으로 적성과 맞지 않는 학부를 선택한 이들이 법학을 하겠다고 선택한 것에 대한 배려,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려는 노력, 비싼 학비를 충당할 수 없는 이에게도 기회의 평등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결국 시장논리에서 비롯된 것이고 '밥그릇'싸움이 되어 버린 이런 논쟁은 결국 거창한 플래건 아래 미화된 수식어를 써 가며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할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시장논리에 따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법조인 배출 숫자를 줄이고 학문적 고민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 삶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업무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고 글로벌적인 시각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추상적인 얘기로는 현실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경험이 부족하고 이력이 미천한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수임료를 낮게 책정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고, 박리다매로 영업을 하다 보면 의뢰인의 사건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줄어들고 그들의 사연을 들어줄 시간이 줄어 들어 종국에는 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일처리를 하는 법조인 스스로도 업무의 존엄성이 떨어져 자괴감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허름한 맛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위생과 청결, 서비스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듯이 사건의 실패, 권리구제의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작금의 상황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우리의 질적 하락은 결국 의뢰인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갈 수 밖에 없다는 전제 하에 고민을 함께 해 나간다면 로스쿨 제도의 문제와 사시존치에 관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을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어쩌면 머지않아 가격담합과 카르텔의 형성이 법률시장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