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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ug 23. 2018

연대책임은 부당한가

법과 생활

연대책임은 여러 명이 각자 책임 전부를 부담하는 것이다. 연대책임은 계약으로 발생할 수도 있고, 법률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다. 연대책임관계가 성립하면 1억원의 채무를 각자 그 전액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 중 일부라도 책임을 이행하면 다른 연대책임자들도 책임에서 벗어나게 된다. 


연대보증과 같은 계약으로 발생하는 연대책임이 있는가 하면, 법률의 규정에 의해 연대책임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직원이 잘못을 저지른 경우 사용자(사장)가 책임을 지게 되고, 미성년자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미성년자가 잘못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물건을 설치한 자는 따로 있는데, 그 물건을 관리감독하는 사람이나 소유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연대책임은 책임부담자 중 누군가에게는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다. 연대보증인은 돈 한푼 써 보지도 못하고 주채무자가 변제하지 않으면 100% 책임만 부담하게 된다. 직원이나 학생, 자녀가 잘못한 경우 감독책임자가 책임을 부담하기도 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연대책임은 의사결정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였거나 직무수행, 관리감독의무 등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므로 나름의 설득력을 가진다. 


연대책임이 정치적, 사회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부하 직원의 귀책에 대해 상사가 책임을 부담하거나 특정 정당의 의원이나 직원의 귀책에 대해 정당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거나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인사의 귀책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연대책임은 인적 담보기능을 강화하고 피해자보호를 두텁게 함에 있고, 다수에게 연대책임을 부담지우는 이유는 책임부담자들간에 일정한 관련성이 있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찾고 있다.  


계약을 신중하게 체결해야 하고, 신중하고 지속적으로 관리감독을 잘 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달한다. 그런데, 막상 연대책임이 현실적으로 발생하면 자신의 영역 밖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할 뿐 아니라 제3자의 귀책에 대해 자신이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관계없는 사람에게 책임을 추궁하는 것으로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되면 연대책임을 부담할 주체가 가급적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연대책임이 부여되면 회피할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싸잡아 같은 책임을 묻는 제도나 평가가 너무나 억울하기만 하고 반성은 생길지 미지수다. 


동생이 형의 물건을 함부러 만지다가 형으로부터 한대 맞았고, 동생도 이에 대항해 형과 싸우던 중 부모가 이를 목격해서 형과 동생을 동시에 질책하는 경우 누가 더 억울할까. 


남의 물건을 허락없이 만져서는 안되고 타인의 신체에 폭행을 가해서도 안된다. 나아가 형제는 싸우지 않고 우애롭게 지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의무와 책무가 있었다. 누가 불씨를 먼저 당겼든 양쪽 모두 의무와 책무를 위반한 것은 인정된다. 때문에 부모는 잘잘못을 가리기는 하더라도 모두를 훈계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책임은 그 부담자를 가급적 정확하고 세밀하게 가려 크기에 맞게 부담지우는 것이 사리에 합당하다. 하지만, 삶이란 수학적, 분석적으로 가려내기 힘든 구석이 더 많다. 연대책임을 부담지우지 않는다면 억울한 피해자에 대해 책임질 자를 특정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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