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변론
나이먹기를 원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어느 시점부턴가 나이먹는 것이 싫어졌다. 늘어지는 피부, 많은 것들을 처리하기에 힘에 부치는 체력의 감소, 달리는 것보다 걷는 것이, 서 있기 보다 누워 있는 것이 점점 좋아진다. 나이먹는 것은 연령이 늘어나고 주름이 늘어가는 것으로 별다른 증거없이 누구나 쉽게 인정할 수 있는 숫자 중 하나이다.
객관적인 수치로 인정되는 것이 나이지만, 주관적인 나이는 저마다 다를 수 있다. 나이가 들면 공통적으로 겪게 되는 현상이 있다(물론 반론의 여지는 있지만, 논쟁은 피하기로 한다).
어릴 적에는 새 것을 갖고 싶어 하고, 많은 것을 갖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지난 어느 시점에, 곁에 있었던 누구, 무엇을 그리워 한다. 더 새롭고,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기 보다 지나버린 그 무엇을 추억하는 작업을 자주 하게 된다.
아마 사람의 정의는 앞으로 누릴 지위나 상황보다는 지난 과거의 행적으로 의미있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미래를 향해, 꿈과 목표의 실현을 위해 현재를 인내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은 학습으로,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누리면서 결과물을 얻을 수는 없다. 경쟁의 논리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경쟁은 의미가 퇴색되어만 가고, 지나버린 그 누구를, 그 무엇을 그리워 하게 된다.
얼마간을 더 살수 있을런지 모르지만, 나이가 이쯤되고 보니 지난 것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