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실반 골드먼(Sylvan Goldman)은 1934년 작은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는 고객들이 손에 들고 있는 장바구니가 가득 차면 쇼핑을 중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골드먼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초의 쇼핑 카트를 만들었다. 접의자에 바퀴를 달고 무거운 금속 바구니를 장착한 형태였다. 하지만 고객들은 난생 처음보는 기괴한 모양새에 카트를 사용하지 않았다.
카트를 상당량 더 늘려 제작하고 상점 중앙에 눈에 잘 띄도록 비치를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골드먼은 여기서 몇 명의 직원을 고용해서 매장에서 카트를 끌고 쇼핑을 하게 했다. 그러자 고객들은 카트를 이용하기 시작했고, 카트가 상용화되면서 4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사람들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상황이 애매모호할 때, 불확실성이 지배할 때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확률이 높다.어떤 생각이 옳다고 믿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들은 그 생각이 더 옳다고 믿는다.
사람들이 이와 같이 다수의 행동을 따르는 성향을 '사회적 증거의 원칙'이라고 한다. 우리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다른 사람들이 내린 판단을 근거로 삼는다. 우리는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얼마나 다수의 사람들이 같은 행동을 하는지 관찰한다.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개그프로그램에서 녹음된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면 우리는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더 자주, 더 오래 웃게 되고, 그 프로그램이 더 재미있다고 평가한다. 녹음된 웃음소리는 실제 다른 사람들이 웃는 소리가 아님에도 그러하다.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믿음과 행동이 진실로 옳은 것이어서 이를 따라 하더라도 문제가 없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사회적 증거라고 해서 전부 옳은 것은 아니고 잘못된 사회적 증거에 휘말려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명확한 거짓 사회적 증거가 무엇인지 포착해 내야 하고,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의 행동만 판단의 유일한 근거로 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