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생활
기업이나 개인이나 경제활동을 하다 보면 외부적, 내부적 요인에 의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어려움에 봉착한 기업이나 개인을 '채무자'라고 하고, 그로부터 돈을 받아야 할 지위에 있는 기업이나 개인을 채권자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채무자가 가진 모든 재산을 환가해서 채권자들이 나누어 가지는 것과 채무자가 사업을 계속하거나 직장에 계속 근무해서 장래 수익으로 채무를 변제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파산절차는 재산의 환가와 배당, 회생절차는 사업이나 근무계속을 통해 채무를 변제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회생과 파산 중 어느 제도를 선택할 것인가는 상당한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만, 채무자가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의 가치보다 장래 수익이 더 커서 채무자에 대해 빚잔치(청산)를 하는 것보다 채무자로 하여금 사업계속, 근무계속을 하도록 하여 일정기간, 일정비율의 채무를 변제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일 때는 파산절차보다는 회생절차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즉, 회생제도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장래 수익(매출이나 급여소득)이 일정부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어 채권자들에게 현재보다 더 많은 채무를 변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 보아야 합니다. 기업의 경우는 매출에서 여러 비용을 제외한 영업이익이 있어야 할 것이고, 개인의 경우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가용소득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회생제도는 크게 기업회생과 개인회생으로 나눌 수 있고, 기업회생은 채무 30억 초과인 경우 법인회생, 채무 30억 이하의 경우 간이회생을 신청할 수 있고, 개인의 경우 무담보채무 5억원 이하, 담보채무 10억 이하의 경우 개인회생절차, 위 채무액수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일반회생, 개인사업자의 경우 채무 30억 이하의 경우 간이회생을, 채무 30억 초과인 경우 일반회생을 신청해야 합니다.
처음 설명을 들으면 혼동이 생길 수 있으나, 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으면 채무자가 각 절차의 요건을 염두해 둘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즉, 채무액, 법인격의 성질(기업과 개인), 소득의 성질(사업소득인지, 급여소득인지)에 따라 채무자가 신청해야 할 회생제도가 달라진다는 점만 명심하면 되겠습니다.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인데, 짧게는 3년에서 10년후까지 예상해서 매출과 소득을 추정하고 필요한 비용을 계상한 후 채무변제에 사용될 금액을 정하는 일은 사실 이론에 가깝고, 실제와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데이터를 추정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회생제도가 결국 장래 수익에 의존해서 채무를 조정할 수 밖에 없다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회생에 도전해 볼만한 상황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사전에 면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지만, 상담시에 주로 제가 점검하는 포인트에 대해 설명을 간략히 드려 보겠습니다.
1. 법인이나 개인사업자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의 경우는 장래의 수익이 매출이라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통상 과거 3년 사업년도간 매출추이를 살펴 평균매출액을 살펴 봅니다. 그리고, 현재 수주중, 수주예상 계약과 관련한 추정 매출액을 고려해 해당 기업이나 개인사업체의 추정매출을 산정하게 됩니다.
사업년수가 3년이 채 되지 않는다면 사업개시시점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매출, 향후 예상매출 등을 기준으로 추정매출을 산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분식이 되어 있어 매출이 과대계상되어 있거나 매출액에서 비용, 세금 등을 제하고 나면 순영업이익이 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출연장, 보증갱신, 추가대출 등을 위해 매출액은 과대계상, 비용은 과소계상, 영업이익의 허위기재 등을 한 경우입니다.
금융비용 등을 제하고 냉정하게 영업이익을 다시 산출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손익계산서를 기준으로 비용항목(판관비, 원자재비 등)중 절감할 수 있는 항목이 있는지 여부를 점검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향후 추정 매출액에 산입계상될 수 있는 수주건(계약)을 점검해야 합니다. 가급적 회생신청 후 5~6개월 이내에 체결될 수 있는 계약들이 다수 있으면 자금수지가 변제가능한 내용으로 변제계획안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회생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 부분은 결국 사업계획의 구체성, 실행가능성과 직결되는 것으로 해당 업종의 전망, 해당 기업의 경쟁력 등과 관련이 있는 부분입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허위가 없는 매출유지가 가능한지 부터 질문을 던져보고 이에 대해 '예스'라고 답할 수 있다면, 회생에 도전해 볼만하다 하겠습니다.
2. 급여소득자
급여소득자인 채무자는 채무액에 따라 개인회생절차, 일반회생절차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채무가 무담보 채무 5억원 이하, 담보채무 10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개인회생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매우 유리합니다.
개인회생절차는 3년분할 상환계획으로 변제해 나가고 향후 잔존채무를 면책하는 제도인데, 채무자가 작성한 변제계획안에 대해 채권자 동의절차가 없어 채무자는 자기 소득에서 부양가족의 수를 기준으로 한 법정최저생계비를 제외한 나머지 소득(가용소득)으로 3년간 분할변제한 후 면책결정을 받게 되면 회생절차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채무액수가 무담보 채무 5억 초과, 담보채무 10억 초과인 경우, 채무자 회생(소위 일반회생)절차를 신청해야 하는데, 10년분할 변제계획안을 작성해야 하고, 여기에 대해 채권자들의 동의절차가 있어서 일정한 동의요건을 충족하지 못 하면 회생에 성공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회생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많은 분들이 질문을 하시는데, 회생에 실패하였다는 것은 일단 분할변제를 할 기회를 상실했다는 점, 일정한 채무에 대해 면제를 받을 기회를 갖지 못 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개별 채권자들이 각자 강제집행, 소송 등을 통해 채무자의 모든 재산에 대해 권리를 실현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회생절차 진행 중에는 강제집행, 소송 등이 금지되거나 중단되고, 변제도 일정기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러한 효과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급여소득자는 가동연한(정년)을 잘 살피고, 급여를 지급하는 직장의 재무건전성을 살펴야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전문직 급여소득자, 대기업 급여소득자, 공무원 등이 회생에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얼마를 생계비로 사용하고 월변제금이 얼마인지 또는 연 변제금이 얼마인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소득수준과 생계비 등 여러 가지 조사를 거친 후에 산정이 가능하므로 여기서의 설명은 이 정도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 윤 변호사의 TIP
파산절차는 채무자가 가진 모든 재산을 환가(현금화)하여 채권자들에게 배당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장래 수익에 대한 예측과 비용감안 등 골치아픈 미래예측이 필요없습니다.
회생절차는 채무자가 장래 수익으로 채무를 변제하고 남는 채무에 대해 면책 또는 면제(기업의 경우 출자전환 등) 등 채무구조조정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출과 소득에 관한 면밀한 점검과 예측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앞서 살펴 본바와 같이 3년 내지 10년의 매출, 소득을 따져보는 것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몸이 아파 일을 하지 못할 수도 있고, 회사가 망할 수도 있으며, 대외적인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힘없는 기업이나 개인들이 덩달아 도산에 이를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매출과 소득을 점검할 시에는 냉정하고 보수적인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장미빛 청사진은 기분상 좋긴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채무를 조정하고 변제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빚은 채무자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는 법적, 관념적인 존재입니다. 여기서 벗어나 빛을 보려면 인고의 과정은 필수입니다. 다만, 그 과정이 조금이나마 수월하게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섣불리 회생이냐, 파산이냐 결정할 것이 아니라 사업전반, 생활전반에 걸쳐 두루 여러 요소들을 함께 타진해 보고 할 수 있는 역량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어떤 제도를 신청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