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진실 속에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긍정적으로 정의하려면 수많은 진실적인 것을 열거해야 하기 때문에 진실적 삶을 정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부정적으로 정의해야 할 듯 하다. 마음에 거짓이 없이 순수하고 바른 것, 거짓이 없는 사실,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에 거짓말하지 않기, 본심을 숨기지 않기, 아무것도 감추지 않기. 진실로 살아간다는 것은 부정적으로 정의해야만 쉽게 와 닿는다.
과연 거짓말하지 않고 본심을 숨기지 않으며, 아무것도 감추지 않으면서 사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내밀함을 벗어던지고 숨김없이 타인을 대하는 것이 가능한 문제인가 말이다. 어떤 식이든 자신만의 세계와 외부의 세계는 구분된다.
당신 뱃살은 꼴보기 싫고 특히 입냄새가 지독하다고 말하거나 더 이상 성적 흥분을 일으키지 못하는 연인에게 사실을 말하거나 당신의 새옷이나 구두는 도대체 어울리는 구석이 없다고 말하거나 사실 당신말고 다른 이성과 성관계를 맺고 싶다거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으로부터는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싶거나 가능하면 가장 저급한 욕짓거리를 하고 싶더라도 그런 본심은 숨기지 않을 수 없다.
본심을 숨기지 않고 감추지 않기 위해 거짓말하지 않는다면 속풀이가 될 듯 하고, 진실스럽게 사는 것에 부합함에도 그런 식으로 살지는 못한다. 나의 내밀한 구석이 전부 공개당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공적이고 외적인 관계에서 진실 속에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다.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해야 하고, 본심을 숨기고, 어떤 것이라도 감출줄 알아야 사회생활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 고통과 갈등은 사적인 내밀함과 공적인 관계가 구별되기 때문이다. 타인의 내밀한 영역 속에 나에 대한 심각한 비난과 혐오가 숨어있을 수 있고, 그런 것들은 알고 싶지 않다.
거짓없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진실은 본심의 깊은 금고 속에 감추어야 한다. 그 내용에 따라 개인들의 내밀성에 차이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 내밀성이 고유한 나만의 정체성일지도 모른다. 진실, 진실 속에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