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출근준비를 하면서 하루일정을 우선 리마인드하고, 자신을 건설적으로 변화시킬 만한 것을 실행에 옮기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것이 독서, 회화공부, 운동, 자격증취득 등 다양할 수 있다. 충전된 몸과 정신으로 해야 한다고 당위를 부여한 그 어떤 일에 대한 실천의지가 강력하다.
오늘은 꼭 해야지!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전체 에너지가 100이라고 가정하면 출근하면서 10을 소진한다. 자차로, 전철로, 버스로 어떤 교통수단이던지 에너지가 소비된다. 직장에 들어서 컴퓨터를 켜고, 부팅되는 동안 믹스커피 한잔 타서 마우스 옆에 가지런히 놓는다. 사람마다 이용하는 포털이나 사이트가 대부분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창을 띄우기 시작한다.
우선 메일을 확인한다. 스팸메일이 잔뜩있어서 차단으로 처리하고 대충 뉴스기사 몇가지를 눈으로 스캔하다가 '일 좀 해 볼까'하며 업무모드로 전환한다. 여기까지 이르는데 에너지가 또 소진된다. 정리는 신속해도 시작은 더디다. 거의 본능적이고 거의 공통적이다. 일하기 싫음에 대한 욕망은 누구나 같다.
수신메일에 답하고 결재를 요하는 서류를 작성, 정리하고 여러 군데 연락해서 현황을 확인하고, 자신도 전화수신을 당해서 집중력이 끊어지고 동료들의 요구사항에 응대하다가 보면 정작 처리를 마쳐야 할 일이 점심식사 이후로 밀린다. 점심메뉴가 고민이지만, 늘 뻔하다. 하지만, 그래도 그것도 선택과 결정의 과정이기 때문에 에너지가 소비된다. 얼마쯤 에너지가 소비되었을까. 그날, 업무의 종류, 무브먼트의 양 등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이즈음에는 50에너지는 소진된다.
식사 후 책상에 앉아 오전에 밀렸던 업무처리를 마무리하려고 하면 다른 전화, 다른 요청 등이 개입한다. 식곤증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집중이 단속되었다가 연결되는 상황을 몇번 반복하면 거의 퇴근 무렵이 된다. 에너지를 70 내지 80 소진된다. 90을 소진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귀가시에 또다시 에너지 10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에이~~내일 하지!
에너지를 고갈 수준으로 소진하고 귀가하면 일단 의복을 변경하고 세수, 샤워 등을 해야 한다. 저녁도 먹어야 한다. 강요하는 상사가 없기 때문에 집안에서는 계획했던 일들이 그저 계획일 뿐이다. 몽롱하고 노근한 것이 TV 프로그램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린다.
그러다 보면 아침에 품었던 푸른 꿈들은 다시 내일로 전가된다.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뜬다며 합리화한다. 계획은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